박지환 배우는 무명 생활이 길었다. 보통 배우에게 무명이란 지옥과도 같은 생활이다. 그러나 박지환은 달랐다. 그 무명 생활 또한 즐거웠다는 것이다. 그는 알바를 해야만 하는 무명의 세월이 힘들기는 했으나, 배우를 계속할 수 있다는 것이 늘 좋았다고 회고했다. 그의 태도를 보고 반성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스스로 작가라고 생각했고, 다른 일을 할 땐 ‘나는 이런 일을 할 사람이 아닌데’라는 잡념이 가득했다. 늘 힘들었고, 고통이 수반됐다. 해야만 하는 일이 너무도 괴롭기만 했다. 그러다 보니 정작 해야 할 글쓰기마저 멀리하게 됐다.
그는 배우를 할 수 있게 해주는 알바도 즐거웠다고 전한다. 산에 가서 오래된 나무를 보면 위로와 기도를 했다. 커다란 돌을 봐도 똑같이 행동했다. 산을 위로하고 산에 위로받는 사람은 그 자체로 예술가다. 자기 연민에 빠지지 않고 묵묵히 걸어야 할 길을 걷는 모습이 경이롭다. 결국 그는 범죄도시라는 작품 속 장이수를 연기해 인지도가 급상승한다. 오랜 노력이 철이 들어 성과를 본 것이다. 그에게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그의 노력은 모든 예술가에게 희망을 전한다. 누구나 할 수 있고,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가면 결국 이루어진다는 것의 결정체다. 사람에게 실패는 포기했을 때 결정된다. 누구나 원하는 게 있다면 끝까지 밀고 나가야만 한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세월이 흘러도 책 한 권이 나오지 않는다고 포기하면 그것으로 끝이다. 남이 만부 십만 부 팔리는 것을 신경 쓸 필요도 없다. 그저 묵묵하게 죽기 전까지 쓴다면, 누군가는 알아줄 것이다. 그날은 분명 온다. 빈센트 반 고흐처럼 죽어서라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