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에 가만히 앉아 있으면 공황 장애가 생길 것 같다. 말도 안 되는 흰소리의 향연에 머리가 아찔하다. 이들이 나쁜 사람이라고는 생각하고 싶지 않다. 내게 그들의 오점을 지적할 자격이 있는 것도 아니고, 경력 없는 나를 뽑아 주었으니 열심히 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최저시급에도 만족했다. 하지만, 나라에서 지정해 준 연차를 사용하지 말라는 것은 참을 수 없었다. 심지어 주말에도 기사를 쓰고, 연차를 사용한 날에도 집에서 기사는 작성해야 했다. 8시에 출근해서 17시 30분에 퇴근하는데, 그게 내 편의를 봐준 거라고 말하는 상무의 입을 꿰매 버리고 싶었지만 참았다. 상무는 멈추지 않고 더 일찍 오라는 말과, 더 늦게 퇴근하라는 명령을 하달했다. 이유는 준비시간 때문이었다. 출근 후 앉아서 컴퓨터 전원만 누르면 되는 걸 말이다. 제정신이 박힌 사람이라면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일찍 와서 늦게 가는 사람에게 핀잔을 주지는 않을 것이다.
이곳에 오래 있으면 정신이 아득해진다. 위가 안 좋을 땐 고추를 먹어야 한다는 개도 하지 않을 소리를 내뱉는다. 액젓과 굴 소스 그리고 설탕과 소금은 처먹으면서 다시다와 미원은 절대 먹으면 안 되는 마약과 같은 음식이라고 한다. 액젓과 굴 소스의 성분은 미원과 다시다에 첨가되어 성분과 크게 다르지 않다. 허언증 말기 환자인 상무는 자신이 '군인이었고, 경찰이었다, 한의사였으며, 체육 지도사다, 어디의 회장이다, 저기의 회장이다, 등 거짓말을 끊임없이 내뱉었다. 아, 보험사 보험왕도 추가한다. 세상엔 회장이 너무도 많다. 이 사람도 회장, 저 사람도 회장, 비교적 젊으면 대표. 한 사무실에 회장만 세 명이고 대표만 두 명이다. 물론 사장도 한 명 있고, 편집국장 두 명에 실장과 상무가 각각 한 명씩 있다. 이곳에 직원은 나 하나뿐이다.
사무실은 다 같이 사용하는데, 누군지 모르는 사람이 절반이 넘는다. 누군가는 한의사였다가, 스포츠 지도사라고 말한다. 누군가는 시공사였다가, 어떤 회사의 대표라고 한다. 하나같이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람들 태반이다. 그리고 그들의 입에서는 늘 흰소리만 튀어나온다. 검증되지 않은 말들의 향연이다. 특히, 너무 시끄럽다. 시장통과 흡사하다. 시끄럽고, 머리가 어지럽다. 교정 교열을 하고 있을 때 여기저기서 크게 떠드는 소리와 웃음소리는 정신을 산만하게 한다. 비교적 간단한 일도 실수하게 만든다. 물론, 나의 불찰도 있다. 한 번 더 확인하면 될 일을 확인하지 않았다. 이 일에 더 애정을 쏟고 싶지 않은 탓이다.
유난히 더운 8월 어느 날 누군가가 나를 부른다. 물론 이름을 부르진 않았다. “저기야. 야.” 그렇다. 이것이 나를 부르는 칭호다. 목적은 10분 이상은 걸어야 하는 마트에 가서 아이스크림을 사 오라는 것이다. 바로 앞 1분 거리에 있는 편의점을 뒤로한 채 뜨거운 햇볕을 온몸으로 느끼며 20분을 인내했다. 화가 났다. 단단히 화가 났지만, 참았다. 나는 경력이 없으니까. 1년만 버티자고 생각하며 하루하루를 넘어갔다.
“집에 일이 있어서, 연차 좀 쓰겠습니다.”라는 말에 날아온 답변이 더욱 가관이다. 사장은 “일을 하러 왔으면 일을 해야지.”라고 소리를 지르며 화를 냈고, 상무는 “야, 인마. 너 내가 저번에도 편의 봐줬지?”였다. 물론 그 편의도 내 정당한 연차를 사용한 일을 언급한 것이다. 심지어 8시 출근 후 16시 30분에 퇴근한 게 어떻게 편의인가? 그렇게 두 번 30분 일찍 퇴근했고, 그것을 연차로 퉁쳤다. 이게 어떻게 편의란 건지, 내 머리로는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 한다. 나는 절이 싫은 중이다. 그러나 그 맛없는 절밥도, 듣기 싫은 목탁 소리도 아직 필요하다. 어딜 가든 또라이는 즐비하고, 나 또한 완벽한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참으로 일 하고 싶지 않다. 나는 노동자로서 완벽하게 실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