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의 숙명
회사원 박진권, 참고 자료 주관적이고 편향적인 머릿속
잡지사로 이직하기 전 다녔던 영업직 회사에서 나는 좋은 선임이었나? 그렇진 않다. 1년 이상 일을 했음에도 1인분도 못 하는 사람은 대놓고 배척했다. 내가 무리를 이끌고 왕따를 시켰다는 말이 아니다. 그저 혼자 배척했을 뿐이다. 애초에 무리도 없을뿐더러 정치질은 아예 할 줄 모르기 때문에 따돌림은 가당치도 않다. 그럼에도 나는 최대한 알려주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모르는 게 있으면 물어보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애초에 신입은 모르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다. 자신이 무엇을 틀렸는지, 뭘 알지 못하고 있는지 무지한 사람이 신입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백지상태의 사람이 뭘 물어볼 수 있을까. 때문에, 모르는 걸 인지하도록 노력했다. 그게 첫 번째였다. 이후 사소한 실수는 넘겼다. 물론 반복된 실수를 지적하긴 했지만, 겨우 사소한 실수 하나로 ‘적성에 맞지 않으면 다른 일을 구하라’는 머저리 같은 소리는 하지 않았다. 애초에 1년도 되지 않은 사람에게 적성을 논할 수는 없다. 1년 차 경력직의 다른 말은 중고 신입이다. 때문에, 1년 미만의 사원은 전부 신입이라는 소리다. 7년 차를 앞두고 퇴사한 이유는 하나였다. 더 이상 누군가를 알려줄 의욕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공채도 아니었기에 진급도 불가능했고, 그럴 주제도 안됐다. 그래서 사직서를 작성했다.
석 달이 다 되는 기간 중 선임이 내게 알려준 것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저 해라, 왜 이렇게 했냐? 다시 해라, 대체 이게 뭐냐? 또다시 해라, 적성에 안 맞으면 그만 해라. 시간 낭비하지 말자. 가장 불쾌한 사실은, 내게 지적한 일을 본인도 실수했다는 것이다. 물론 나보다 많은 일을 하고 있기에 사소한 실수는 할 수 있다. 그러나 4개월 차 기자의 실수를 10년 차 기자가 하는 건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아무리 일이 많아 대충 해서 그렇다고 해도 말이다.
다음 사항은 길게 말하고 싶지도 않다. 사무실에서 궐련형 담배를 태운다. 연초 아닌 게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내가 싫었다. 이제는 내 잘못이라는 생각에 가슴을 저며온다. 내가 능력이 부족해서, 자기 계발을 게을리했기 때문에, 이런 회사에 들어온 것이 자명하다. 그래서 학점은행제, 사이버대학, 방송통신대학 등 무엇을 하든, 학사학위를 취득할 생각이다. 나아가서 박사까지 할 생각도 있다. 지금은 일단 학사에 집중하고, 취득하는 날에 이직할 것이다. 능력 없는 놈은 욕도 해선 안 된다는 것을 명확하게 깨달았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 한다. 다른 절을 찾아야 한다. 그 절에 들어갈 수 있도록 더욱 높은 수준의 깨달음을 얻어야 한다. 가만히 앉아서 불평불만 한다고 해서 저 앞에 앉은 사람이 담배를 끊는 일은 없을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