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날의 철학적 사유

눈앞에 있는 것

by 박진권

평범한 날의

철학적 사유


2025년 1월 27일, 월요일. 하늘에선 눈이 떨어졌다. 부슬비에 가까운 눈은 바닥에 쌓이지 못했고, 공중에서 흩날렸다. 어쩌다 창에 붙은 눈은 힘없이 녹아 형체가 사라졌고, 작은 물방울로 그 흔적을 남겼다. 도로의 차들은 여전히 빠르게 달렸다. 거리엔 눈을 맞으며 걷는 사람, 후드를 뒤집어쓴 사람, 우산을 쓴 사람이 분주히 걸어 다녔다. 눈은 잠시 굵어지나 싶다가도 쉽게 기세를 잃었다. 그럼에도 도로는 흠뻑 젖었다. 저 멀리 있는 건물도 습기 가득한 안개 뒤로 모습을 감추었다. 닿을 거리는 이리도 선명한데…


박진권




눈앞에 있는 것

때로 인간은 관계의 날씨를 착각한다. 눈앞에 적확하게 보이는 게 사라지지 않을 거라고 확신한다. 신중하지 못한 말을 거듭하고, 배려를 망각한다. 급격하게 흐려진 관계의 날씨 때문에, 주위에 있는 소중한 것이 하나둘 사라지는 것을 인식하지 못한다. 어느새 쌀쌀하고 적막한 겨울이 찾아왔을 때 비로소 외로움이 찾아온다. 관계에서 늦었다고 생각했을 땐 정말 늦은 것이다. ‘이제라도 바뀌어야지’하는 결심도 상대가 멀쩡하게 살아있을 때 가능한 계획이다.


봄에는 만개한 꽃을 보며, 세상의 아름다움을 즐긴다. 여름에는 시원한 수박을 먹으며, 산이나 바다로 물놀이간다. 가을에는 화려한 오색 단풍을 눈으로 즐기며 내면에 숨어있는 문학을 일깨운다. 겨울에는 소복이 쌓인 눈에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발자국을 남기며 그들의 환한 얼굴을 기억한다. 혹시라도 마음도 얼어붙었다면 다시 다가온 따스한 봄에 사르르 녹는다. 봄을 만끽하고, 여름을 기대하며 가을을 음미하고, 겨울을 꿈꾼다. 사계절이 있는 나라에서 사는 사람은 모두 비슷하게 살아간다. 그렇게 이겨낸다.


고독은 뛰어난 정신을 지닌 사람들의 어찌할 수 없는 숙명과 같다. 그들도 때로는 고독을 탄식할 것이다. 그래도 그들은 두 가지 재앙 중에서 덜한 것이라며 언제나 고독을 선택할 것이다. - 쇼펜하우어의 행복론과 인생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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