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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교 후 어머니는 나에게 3만 원과 함께 종이를 주며 심부름을 시켰다. 종이에는 어떤 사람의 이름과 전화번호보다 더 길고 이상한 숫자가 적혀 있었다. 나는 그 돈을 들고 은행으로 향했다. 은행원 중 한 분은 매일 오는 나를 알아봤다. 갈 때마다 항상 특정 직원이 앉아 있는 창구로 향했고, 그녀는 나에게 사탕을 건넸다. 어려운 심부름도 잘한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렇게 반년쯤 지났을까, 어머니는 더 이상 나에게 은행 심부름을 시키지 않았다. 아쉬운 마음에 왜 심부름시키지 않냐고 질문했고, 어머니는 이제는 안 해도 된다는 답변을 내어주었다. 나는 천진난만한 얼굴로 은행 심부름이 또 생기면 꼭 시켜달라고 당부했다. 그런 일이 없어야 한다는 것도 모른 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