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마지막이 보이지 않는 황량한 절벽 끄트머리다. 나에겐 부실한 지지대 하나 없고, 삭아빠진 밧줄도 존재치 않는다. 심지어 기댈 벽조차 전무한 상태로 위태위태한 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휴식을 나태와 동일시하며 성실을 가장한 혹사를 하는 것에 커다란 만족감을 느끼며 자위하는 데 이골이 난 지금 또다시 그것을 상기한다.
가장 고통스러울 때 나타나는 무수한 인연들 조차 이유를 넣어주지 않고 멀리 유배시켰으며, 나 또한 그들과 반대편으로 저 멀리 귀양살이를 택했다. 멀어진 인연들을 그리며 무상을 감내했고, 마치 피해자인양 스스로를 애처롭게 생각했다. 이러나, 저러나 구태의연하게 그것은 재차 나를 찾아왔다. 마치, 너의 슬픔은 아무 의미 없다는 듯이.
기쁨이 나누면 배가 되듯이, 슬픔 또한 나눌수록 곱절된 괴로움만 깊어져 간다. 누군가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감정에 동화되지 않으니 구전으로서 이해하는 척해봤자 상대에게 진심이 전해질 리 만무했다. 그렇게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 되어 사람들 곁을 떠돌며 외로움이 증폭되었고, 이내 고독으로 자리 잡았다. 평온같이 보이는 최악의 공활함이 깃들어도 매서운 그것은 언제나 거듭 나타났다.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두 번이나 앗아가게 만든 그것은 내게 가장 지독한 고통을 선사했음에도 불구하고, 염치없게 너무나도 매혹적이다. 그것은, 이유야 어떻든 너는 행복할 의무가 없고, 계속 나아가야만 한다고 명명한다. 그 길 속에 행복이 있고, 삶의 목적이 있다는 듯이 나를 계속해서 재촉하며 옥죄인다. 그렇게 눈치채지 못한 채 다시금 그것의 늪에 빠져 어눌한 행복에 몸을 맡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