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권
[끝]
[04시 11분] 옆집의 개 짖는 소리와 합창을 이루는 요란한 알람 소리에 눈이 떠졌다. 나는 매번 하는 반복적인 동작으로 침대를 박차고 일어난 후 방을 나왔다. 그리고 거실 마룻바닥에 아무렇게 벗어둔 어두운 녹색의 운동복을 신경질적으로 잡아챘다. 이어서 방 문 손잡이에 걸려있던 검은색 모자를 푹 눌러쓴 후 현관으로 어기적어기적 걸어갔다. 신발장 위에 올려둔 담배를 챙겨 주머니에 넣고, 운동화를 꺼내 신었다. 곧이어 방금 열고 들어온 것 같은 현관문을 다시금 밀고 바깥을 맞이했다.
끼익 하고 문 열리는 소리와 함께 훅 들어온 찬 공기는 나를 흠칫 놀라게 만들었다. 그렇게 냉랭한 새벽 공기를 헤치고, 너저분한 마당을 가로질렀다. 잠깐 대문 앞에 서서 천천히 찬 공기를 가볍게 마셨다. 그리고 마저 열고 나와 담배를 한대 꺼내 문 뒤 불을 붙였다. 담배 연기를 폐부 깊숙이 빨아들이고는 땅을 향해 천천히 내뱉었다. 쉬지 않고 다시 한번 깊이 그리고 천천히 그렇게 반복적으로 백해무익을 몸속으로 인도했다.
담뱃불을 대문에 비벼 끄고 가볍게 스트레칭을 한 후 골목길을 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주택가가 즐비해 있는 좁은 길은 사람이나 원동기가 언제 튀어나올지 몰라 천천히 달려야 했다. 코로 숨을 한번 들이쉬고 입으로 짧게 내뱉는 행위를 10분쯤 이어갈 무렵 탁 트인 넓은 도로가 나왔다. 조금 속도를 올려 달렸고, 그렇게 또 10분쯤 지났을까 이내 작은 공원이 보였다. 사람이 한 명도 보이지 않는 공원의 정문은 황량했다. 으슥한 공원 내부로 들어가 고독과 새벽 풍경을 즐기며 뛰는 데 열중했다.
정문을 등지고 보이지 않을 때쯤 공원 후문이 시야에 걸렸다. 후문의 바깥쪽은 동네의 번화가이다. 이 시간에는 밤과 달리 조명들의 모두 꺼져있어 어쩐지 허무했다. 나는 공허한 가게들을 뒤로한 채 계속해서 달렸다. 상점이 끝나는 지점까지 한참을 더 뛰다가 방향을 틀어 왔던 길로 다시 돌아갔다. 좀 전에는 신경 쓰이지 않았던 울퉁 불퉁한 바닥이 거슬렸다. 공원 후문에 다다를 때쯤 다리가 무거워지고 숨이 가빠졌다. 공원 중앙을 가로질러 곧장 정문으로 향했다. 정문을 지나자 다시금 큰 도로가 나타났다. 아직도 한참 남았다는 생각에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다. 이만 포기하고 싶었지만 두 다리는 멈춰지지 않았다. 마치 누군가가 내 몸을 강제로 움직이는 것처럼.
마침내 출발했던 좁은 골목길까지 접어들었다. 이내 호흡법을 망각하고 입으로만 호흡을 이어나갔다. 목에선 쇳소리가 흘러나왔고, 심장의 진동은 온몸을 울렸다. 하지만 나는 멈추지 못하고 계속해서 달려졌다. 두 다리는 반복동작의 노예가 되었다. 집의 대문이 가까워지자 두 다리는 움직인 적 없던 것처럼 가동을 멈췄다. 녹초가 된 나는 대문 앞에 서서 문을 짚고 거친 숨을 몰아 쉬며 폐에 꾸역꾸역 산소를 집어넣었다. 더 이상 서있기도 힘들어 대문을 지나 무거워진 다리를 투박하게 끌며 현관으로 향했다. 나는 현관문을 열자마자 곧바로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쓰러졌다.
[시작]
끼익 하고 현관이 닫힘과 동시에 거칠었던 숨은 뛴 적도 없는 것처럼 평온해졌다. 일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쓰러진 채 거실에 걸려있는 시계로 시선을 옮겼다. [04시 11분.] 갑자기 눈앞이 물에 잠긴 듯 흐려졌다. 또다시, 개 짖는 소리와 함께 요란한 알람 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