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히 살 것 같은 느낌에 관하여
윌리엄 해즐릿 에세이집
영원히 살 것 같은 느낌에 관하여
윌리엄 해즐릿 에세이집
아티초프
개인의 생각을 논리 정연하게 거침없이 쏟아내는 것은 분명 위대한 일이다. 대다수, 심지어 작가조차도, ‘색’이라는 액자에 갇히는 게 두려워, 두루뭉술하게 뱉어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한 번 색을 드러낸 예술가는 지지자가 절반을 잃게 된다. 특히, 글 쓰는 일을 전업으로 삼는 사람이, 단 한 줄이라도 어떤 독자들의 심기를 거스르면 생계의 위협이 될 수도 있다. 물론 더 큰 파이가 속한 쪽으로 몸을 기울이면 그럭저럭 사는 것엔 지장 없겠지만, 개인의 철학을 발전 시키기를 기대할 수 없다. 작가라면 적어도 한쪽으로 쏠려 있을지언정 반대도 볼 줄 알아야 한다. 연민이라는 것은 일방향이 아닌, 다방향 즉 분무기에서 분사된 물처럼 느껴야 하는 감정이다. 특정한 것에만 느끼는 연민은 착각이고, 오만이며, 고집을 넘은 아집일 뿐이다. 해즐릿은 분명 한쪽으로 치우쳐 있으면서도 동시에 반대편을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다. 극과 극은 맞닿아있다는 그의 말처럼 그는 급진적 공화주의자이면서도 극단이라는 선 바로 앞에 멈춰서 매의 눈으로 반대편을 주시한다.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랄 수 없다는 속담처럼, 긍지를 잃은 비평가가 진부한 비평가를 규탄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나는 그의 글을 읽고 정확하게 알 수 있었다. 나 또한 그가 맹렬하게 비판하는 진부한 비평가에서 벗어나지 못했음을. 이 책을 읽고 가장 큰 소득은 스스로 진부한 비평가임을 깨달았다는 것이다. 이제는 어떻게 해서든 벗어날 일만 남았다. 최소한 ‘그럭저럭 비평가’가 되기 위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