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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무시하는 인간들에게

쿄 매클리어_바깥의 사랑들

by 박진권

바깥의 사랑들



쿄 매클리어



바람북스




아버지

사람마다 슬픔의 정도가 다르고, 애도의 형태도 다르다는 쿄의 말은 오랫동안 묻어 놓았던 감정을 불러왔다. 괜찮아졌고, 그렇게 될 만큼 오랜 시간이 지났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애도라는 것은 흘러가는 것만으로 해결될 만큼 시시한 감정이 아니다. 내 나이 만 16세 봄에 아버지는 영면에 들었다. 매클리어와 다르게 나는 아버지와 많은 대화를 나눌 수는 없었다. 아버지의 삶을 좀 더 내밀하게 관찰하고 싶다는 생각은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후였으니까.


매클리어는 마음에 가둔 아버지를 온실 속에서 보내주었다. 그러나 나는 집에 있는 스파티필룸이 꽃을 피울 때마다 아버지를 상기했고, 스노우 사파이어가 풍성하게 제 모양을 갖춰갈 때도 아버지를 놓아주지 못했다. 몬스테라의 공중 뿌리는 마치 눈이 있는 것처럼 흙을 찾아 파고들었고, 줄기도 점점 두꺼워졌다. 새로 나온 잎들은 더 과하게 찢어졌고, 더욱 거대하게 성장했다. 이 식물들은 하나같이 달라졌다. 스파티필룸은 많은 낙엽을 떨구었고, 몬스테라의 첫 잎들은 그 흔적만 남긴 채 두꺼운 줄기의 훈장이 되었다. 어설픈 양육에도 불평 없이 쑥쑥 자라는 식물은 금가고 깨진 자아 사이사이를 파고들어 나를 더 견고하게 만들었다.


습기가 가시고 가파른 추위가 찾아온 10월 말, 늦었지만 이제 나도 쿄처럼 아버지를 보내줄 때다.




사랑과

몬스테라

몬스테라는 대체로 아주 잘 자란다. 식물을 처음 접하는 사람도 아예 관심 밖에 두지 않는 이상 ‘절대로 죽이지 않을 수 있는’ 유일한 식물이다. 아무리 서툴러도 몬스테라는 반드시 새로운 잎을 보여준다. 잎이 다 떨어져도, 다시금 살아날 가능성이 있는 몇 안 되는 식물이다. 1년, 3년, 5년, 분갈이를 진행할 때마다 몬스테라와 나는 함께 성장한다. 줄기는 점점 두꺼워지고, 잎 또한 더욱 거대해진다. 나도 따라서 심지가 두터워지고, 자존감까지 더욱 견고해진다. 내가 몬스테라를 키우는 게 아닌, 마치 함께 자라는 착각마저 든다. 그렇기에 몬스테라와 같은 사랑을 지향한다. 같이 성장하고, 모양이 달라지고, 잎이 무수히 많이 생겨 전과 다른 모습으로 변하더라도, 어쨌거나 곁에 있어 주는 그런 사랑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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