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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이란 무엇인가

김상현_헤맨 만큼 내 땅이다

by 박진권

지긋지긋한

글쓰기



헤맨 만큼 내 땅이다



김상현



필름 출판사




“꿈이 있는 것은 참 멋진 일입니다. 저는 꿈이 없어서 걱정이거든요.”


통계에 기반한 수월한 길은 존재한다. 저마다 다르게 사고하고 움직이는 인간에게 똑같은 잣대를 들이미는 것은 폭력에 가까운 오답이다. 지름길이 잘 맞는 사람이 있고, 빠르게 올라간 만큼, 급속도로 추락하는 인간도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꿈이 있어야만 성공하는 것도 아니고, 꿈이 없다고 반드시 실패한다고 볼 수 없다. 오히려 하루하루 착실히 살아내는 인간은 꿈이 있든 없든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성공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말이다.


특히, 글이라는 분야가 참으로 애매하다. 극단적으로 누군가는 쓰레기라고 부르는 도서를, 어떤 사람은 최고의 책이라고 명명한다. 10년 동안 총 세 곳의 독서 모임에 참석하고, 운영하면서 느낀 것은 역시 ‘정답은 없다’이다. 연한 색의 도서가 있다면, 짙은 색의 도서가 있는 것이고, 얕음과 깊음의 기준은 읽는 사람의 마음가짐에 달렸다.


보통은 여기쯤부터 내가 왜 쓰는지를 나열한다. 그저 단순하게 쓰고 싶어서도 될 수 있고, 내 영혼의 풍만함을 위해서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제는 정말 모르겠다. 나는 왜 쓰는 것일까. 총 3단계의 목표 중 1단계는 등단이다. 2단계는 소설 부문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는 것이고, 3단계는 부커상을 수상하는 것이다. 현재는 1단계에서 머물고 있다. 등단하기엔 내 소설의 수준이 현저히 낮을 수도 있고, 혹은 현대 문학의 기조가 받아들이지 못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쓰는 것의 중요성과 의미에 대해 나열했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딱히 할 말이 없다. 100만 자쯤 쓰면, 내 이름으로 된 책 한 권은 나오겠지, 하고 생각했던 게 무색하다.


김상현 작가는 사랑하는 일로 돈을 벌지 못하면 곁가지로 남겨두라고 한다. 속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곁가지로 남겨둔 채로 삶의 풍요를 만끽하라고. 하지만, 나는 그럴 수 없다. 남들이 직업이라고 부르는, 생계를 존속하는 일을 곁가지라고 생각한다. 내가 사랑하는 작문을 끊임없이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곁가지는 당신들이 말하는 직업이다. 그래서 타인에게 나를 소개할 때, 곁가지가 아닌 정체성을 말한다. 아직 등단은 하지 못했으니, ‘글 쓰는 사람’이라고 설명한다. 내 섣부른 자아는 이미 작가라는 문패를 드높이 걸었기에, 그것을 취미로 격하시킬 명분이 없다.


글쓰기를 시작하고 세 번의 겨울을 마주했다. 금전적 보상은 연에 50만 원 남짓으로 수익이라고 말하기 민망한 수준이다. 그럼에도 나에게 작문은 곁가지가 아닌 심지라고 말한다. 심장 속 뿌리 깊게 박힌 심지를 뽑아낸 후 곁가지로 둔다고, 겨울을 피할 수는 없다. 앞으로 수십 번의 매서운 겨울이 남아있다. 그때까지 내 꿈이 곁가지가 될 일은 절대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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