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버나드 쇼_워렌 부인의 직업
조지 버나드 쇼 · 이원경 옮김
좋은땅
이름, 나이, 직업. 초면에 묻기에 가장 쉬운 질문이다. 여기서 직업은 가장 쉬운 질문이면서 동시에 조금은 불편한 담화의 시작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직업에 대한 기준을 오롯이 금전의 높낮이로만 판단하기 때문이다. 부업은 덜 버는 일, 본업은 더 버는 일로 단정한다. 만약, 수입이 없다면 직업으로 인식하지도 않는다. 자칭 진보적인 성향을 띠는 몇몇 사람들도 금전 앞에서는 누구보다 보수적으로 변한다. 심지어 숨 쉬듯 차별하기까지 한다. 얕은 금전의 강물에서 사랑이 나올 수 없다고 굳게 믿는다. 결혼은 현실이고, 현실은 그리 달콤하지 않다고 말한다.
모든 내적 조건을 등한시하고, 외적 조건만 본 사람과
모든 외적 조건을 등한시하고, 내적 조건만 본 사람의
말로는 크게 다르지 않다. 결국 이혼 서류에 지장 찍는 마무리일 것이다. 그럼에도 외적 조건에 더 목메는 이유는 허세와 허영 때문이다. 자아가 없는 인간들은 본질을 파악하지 못한다. 굳건한 심지를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도 헤프게 흔들리는 게 개인의 자아다. 자아도, 심지도 없는 인간들은 물질에 중독된다. 세상을 향유하지 않고, 바로 앞에 있는 금덩이에만 목숨을 건다.
《워렌 부인의 직업》을 읽고, 당신의 직업이 무엇인지, 어떤 자아를 형성하고 있는지, 천천히 숙고하길 바란다.
…
탐욕과 허영 그리고 질투 오만은 인간을 절망의 심연으로 인도한다. 한 번이라도 심연에 속했던 인간은 완전하게 빠져나올 수 없다.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키지 않는 선에서 누구나 탐욕과 허영 그리고 질투와 오만 또 분노와 나태, 식욕을 가지고 있다. 이것들이 조금도 존재하지 않는 것이 되려 인간적이지 못한 것일지도 모른다. 하나, 인간이기 때문에 조절하려 노력해야 한다.
현재 한국 사회는 《워렌 부인의 직업》에 나오는 인물들처럼 탐욕과 허영에 찌들어 있다. 자기의 것이 아닌 것도 가지려고 욕심을 부리고 베풀지 못한다. 능력 밖의 명예나 물질에 과도하게 집착하고, SNS 등 여러 커뮤니티를 통해 비교하고 자조한다. 우물 안에서 왕 노릇하며 타인을 무시하고, 남녀노소를 가르며 혐오에 열중한다. 의무를 외면하고, 쾌락에만 몰두하기도 한다. 조지 버나드 쇼는 희곡을 통해 우리에게 이런 말을 전하고 싶은 것은 아니었을까?
당연히 가지고 싶은 것을, 내 것이 아니라고 인식하고 베푸는 것.
능력 밖의 명예나 물질에 과도하게 집착하지 않고 현재에 만족하는 것.
비교하고 자조하다가도 다시금 딛고 일어서는 것.
우물 안에서 왕 노릇하며 타인을 무시하지 않고 바다를 바라보는 것.
남녀노소를 가르며 혐오하지 않는 것.
의무를 외면하다가도 결국 인식하는 것.
정당한 쾌락에만 몰두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