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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꽃보다 붉은 가을 잎 • 단풍나무

계절 따라 꽃멍 숲멍 | 단풍나무 | 단양 보발재

by 새벽강

단풍놀이 계절의 주인공

봄이 꽃놀이의 계절이라면 가을은 단풍놀이의 철이다. 초록으로 푸르던 산과 들이 가을이 되면 울긋불긋 옷을 갈아입는다. 겨울을 앞둔 나무들의 화려한 변신이다. 나무마다 여러 빛깔로 물들어가지만, 역시 가을 단풍의 주인공은 빨간 단풍나무다.

북쪽 설악산에서 시작된 단풍은 빠른 속도로 남쪽으로 내려온다. 설악산, 오대산, 월악산, 소백산을 지나 문경새재를 넘어 남부 지역으로 내려온 단풍은 덕유산, 내장산에서 불타오른다. 이 시기에는 단풍처럼 알록달록한 원색의 등산복을 입은 나들이객들이 전국의 단풍놀이 명소를 찾는다.


특산물인 마늘로 만든 먹거리가 많은 단양구경시장

가을이 깊어 간다. 올해 단풍놀이는 어디로 갈까? 부푼 마음을 안고 오늘은 단양 보발재로 간다. 보발재는 소백산 북쪽 자락에 있는 고갯길이다. 말티재, 지안재, 오도재 등과 함께 구불구불한 드라이브 코스가 매력적이기로 소문난 곳이다. 최근 단풍나무를 많이 심어서 가을에 많은 이들이 찾는다.

단양나들목을 빠져나와 단양 읍내로 향한다. 단양은 멋진 풍경 부자다. 멀리 산 위에 만천하 스카이워크가 보이고, 아래로는 단양잔도길이 있다. 1985년 충주댐이 만들어질 때 남한강이 휘돌아 흐르는 언덕 위에 단양은 새롭게 자리 잡았다. 가을꽃이 피어 있는 남한강변을 따라 걸어도 좋다. 하늘에서 패러글라이딩이 빙글빙글 돌면서 수변공원으로 연이어 내려온다.

단양 남한강변 풍경

한참 구경하다가 오늘 먹을 간식거리와 커피를 사기 위해 단양 구경시장에 들른다. 시장에는 단양의 특산품으로 만든 먹거리가 다양하다. 특히 마늘이 들어간 맛집이 많다. 우리는 마늘 만두와 마늘 빵을 포장해서 목적지인 보발재로 향한다.


가곡면 새별공원의 갈대와 단풍


보발재 굽이굽이

남한강을 오른편에 두고 강변도로를 달린다. 길 따라 키가가로수들이 줄지어 서 있고, 강변에는 갈대들이 은색 머리카락을 날리고 있다. 정자도 있고 쉬어 가기 좋아 보여 잠시 주차했다. 새별공원이다. 강변에 데크길을 따라 앉아서 쉴만한 장소도 많다. 벤치에 앉아 시장에서 사 온 간식과 커피를 마신다. 가을 햇살과 단풍이 함께 하니 더할 나위 없는 피크닉이다.


굽이굽이 단풍길(자료 출처: 한국관광공사)

남한강 따라 좀 더 올라가다 보면 보발재 이정표가 나온다. 우회전하여 고갯길을 오른다. 굽이굽이마다 빨간 단풍잎들이 손을 내밀어 흔들고 있다. 보발재는 한국관광공사가 주관한 관광사진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아 더 유명해졌다. 그 후로 단풍객들이 많이 몰리자 2024년 가을에 드디어 전망대가 완공되었다. 구불구불 돌아가는 고갯길 모양의 전망대에 올라간다. 예전에는 드론으로만 담을 수 있던 황홀한 풍경을 이제는 전망대 위에서 눈에 담을 수 있다. 고갯길을 따라 각자의 빛으로 물든 단풍들도 같이 산을 오르고 있다. 고갯마루 단풍은 절정을 살짝 지났으나, 남아 있는 붉은 잎들이 가을 햇살을 받아 더욱 빛났다. 마음도 충만한 가을이다.

보발대 전망대에서 바라본 풍경(좌), 전망대에서 주차장으로 내려오는 길(우)

눈에 아름다운 풍경을 담고 단양읍 방향으로 내려온다. 읍내에 들어오기 전에 다시 산으로 이동한다. 패러글라이딩 체험을 할 수 있는 산이지만, 패러글라이딩을 하러 가는 것은 아니다. 노을을 즐기기 위해서 오른다. 산 위 카페가 ‘노을 맛집’으로 소문이 났다. 카페에서 노을을 보며 커피를 마신다. 멀리 석양이 단풍처럼 붉게 물들어 간다. 아름다운 여운에 물든 가을이 저문다.



덕유산 단풍


멀리서 빈다 / 나태주


어딘가 내가 모르는 곳에

보이지 않는 꽃처럼 웃고 있는

너 한 사람으로 하여 세상은

다시 한번 눈부신 아침이 되고

어딘가 네가 모르는 곳에

보이지 않는 풀잎처럼 숨 쉬고 있는

나 한 사람으로 하여 세상은

다시 한번 고요한 저녁이 온다

가을이다, 부디 아프지 마라.

-나태주, 『멀리서 빈다』(시인생각, 2013)


주왕산 대전사 가을 풍경


단풍나무 꽃말: 사양, 은둔, 자제

전국 단풍 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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