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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애리 Jun 11. 2016

나를 위한 작은 목표 만들기

나는 대체 무엇을 하고 싶은가

그렇게 지루하고 활력없는 삶을 바꾸기로 마음을 먹었다. 규칙적인 생활과 운동, 그리고 직장생활을 하는 중에 약간의 여유시간을 만들어서 무언가를 하기로 했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하나 남는다: 대체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거지?


시험공부? 사실 시험공부라는 것이 결과가 눈에 보이는 딱 설정하기 좋은 목표이긴 하다. 어떤 시험이던지 좋다. 어학시험을 쳐서 점수를 올리는 것도 추천할하고, 자격증 공부를 하는 것도 좋다. 모든 직장인들이 동경해마지 않는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방법도 있다. 그런데 이런 시험공부라는 것은 그 결과에 대한 절박함이 있어야 목표를 설정할 맛이 나는 것이다.


나는 언어를 배우는 것을 좋아하지만 어학시험이야말로 바보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것은 샤를마뉴의 말에 따르면 또 다른 영혼을 소유하고자 하는 것이다. 나는 내가 배운  새로운 언어로 사고하고 책을 읽고 그 나라 사람들과 대화를 하는 것은 좋다. 하지만 시험 스코어가 높다고 해서 영혼의 깊이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언어를 공부한다면 나는 시험공부가 아니라 그냥 언어를 '갈고 닦는 공부'를 하고싶은데, 그렇게 되면 처음의 취지인 '결과가 눈에 보이는 목표'에선 벗어나게 된다. 자격증 공부로 말할 것 같으면, 어학시험 스코어만큼이나 내 직업군에서는 좀 부수적인 것이다. 직업을 위해서라면 차라리 번듯한 예술학 박사학위가 더 나을 것이다. 그렇다면 남는 것은 공무원 시험인데,  나 같이 관료주의를 싫어하는 그것만큼이나 하기싫은 싶은 목표가 또 있을까?


그렇다면 글쓰기? 한동안 지나치게 글을 쓰지 않았다. 예전에는 적어도 글을 쓰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 글을 쓰기라고 했지만, 요즘에는 아예 글을 쓰지 않는다. 다시 시작하기 위해서는 글을 쓰지않는 이유에 대해서조차 글을 안쓰는 이유를 먼저 글로 써야 할지도 모르겠다. 지금까지 나는 거진 3~4년에 한 번씩은 책을 출간했다. 어떤 장르이던지, 혹은 공저이던 가리지 않고 말이다. 내가 마지막으로 책을 출간한 것은 E-북으로 소설을 하나 낸 것 외에는 없다는 것이 문제이고, 나에게 글쓰기는 치열하고 온 정신을 다바쳐야 하는 어떤 것이라는 것도 또한 문제다. 절대로 오늘 몇시부터 몇시까지 글을 쓴다, 하는 생산의 문제가 아니었다. 하지만, '글을 쓰기' 위해서 이 버릇을 바꾸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글쓰기가 습관이 된다면 다시는 작가의 블록(Writer's Block)을 겪지 않겠지.


책읽기는?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나는 힐쉬베르거의 <서양철학사> 한권도(이 책은 두권짜리다) 만족할만큼 통독하진 못했다. 그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참고문헌까지 다 읽어가면서 공부하는 것은 어떨까? 구텐베르그 프로젝트 사이트에서 다운로드 받은 고전들을(제목도 알고, 내용도 전부 다 알지만 정작 읽어보지는 못했던) 하나씩 읽는 것도 좋을 것이다. 아니면 늘 하려고 마음만 먹었듯, 러시아어로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를 읽기나, 프랑스어로 <이방인>을 읽기를 시도해도 좋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책읽기'라는 것은 현재 하고 있는 일에 회의를 느끼고 글도 쓰지 못하고 있는 나에게 잔지바르에서 고양이 세기만큼이나 의미없는 일로 보인다.


살아오면서 늘 그랬듯, 하나를 하게 되면 또 다른 하나를 못하게 마련이다. 시간과 에너지는 한정되어 있다. 내가 할 일은 그 중 하나를 선택하여 전력을 다하는 것이지만, 늘 미련때문에 어정쩡하게 둘 다 혹은 셋 다 추구하려다가 이도 저도 안되는 일이 벌어지고 만다.


그런데 이런 고민을 한참동안 하고 있자면 다시 문제의 원점으로 되돌아온다: 나는 대체 왜 이런 고민을 하고 있는거지? 그냥 되는 대로 적당히 일하고 적당히 즐기고 친구도 만나고 먹고 살면 안되는 건가? 책을 읽지 않고, 글을 쓰지 않고, 뭔가 더 높은 것을 추구 하지 않고 하루하루 즐겁게 사는것도 좋지 않은가. 생각없이 사는 게 왜 나쁜거지?


그러면 나는 유일하게 답할 수 있는 이 질문에 답변을 한다: "젠장, 내가 지금 그런 생활을 하다가 삶에 흥미를 잃었던 거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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