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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애리 Jun 06. 2016

그래서, 나는 삶을 바꾸기로 했다

무기력한 삶을 개선하기 위한 월든Walden 프로젝트

https://brunch.co.kr/@ethnographer/61


바로 그랬다. 최근 내 삶은 이렇게 무너져내리고 있었다. 그래, 안다. 무너져내린다는 건 좀 드라마틱한 표현이라는 것을. 그렇지만 나는 지난 5월 말, 도저히 이래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현재의 삶을 개선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세웠다. 영혼없는 회사생활과 그닥 재미도 없는 미드 시청으로 점철된 여가시간, 뭘 먹어도 맛이 없는 입맛처럼 풍미없는 일상생활을 날려버릴 계기가 필요했다. 그렇게 '무기력한 삶 개선 프로젝트'를 세웠다. 


시험공부를 하기 위해서 책상정리부터 필요하고, 방학을 알차게 보내기 위해 방학시간표부터 만드는 사람이 있는데 그게 바로 나다. 나는 내 삶을 개선하기 위해서 우선 계획부터 세워야 했다. 나에게는 삶의 열정을 되살릴 의미있는 목표와 그 목표를 위한 여유시간, 당연하겠지만 균형잡힌 식사와 규칙적인 운동도 필요했다. 이 모든 것을 위해선 치밀하게 계산된 실현가능한 계획표가 있어야 한다. 


그래서 계획을 세우는 김에 한동안 미뤄둔 일기도 열심히 쓰기로 결심했다. 


규칙적인 운동

이론적으로는, 나는 매일 저녁식사를 한 후에 운동을 한다. 내 일상생활 계획표 안에 들어있다. 다만 요즘 무기력해져버린 나머지 실천을 안한지 몇 달이 넘었을 뿐이다. 지독히도 추웠던 지난 겨울에 나는 무기력증에 빠져버려서 운동을 전혀 하지 않았다. 그리고 봄이 되었지만 이번에는 무기력증을 극복하느라고 쓸데없이 약속을 만들어서 밖으로 싸돌아다니느라고 운동을 못했다.


우선은 규칙적인 운동이 중요했다. 우리가 다들 중학교 체육 교과서에서 배웠듯, 유벤날리스의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절대로 헛소리가 아니다. 


시끄러운 음악소리와 탁한 공기로 가득찬 헬스클럽을 싫어하는 내가 시골에 살아서 이득인 유일한 점은 바로 야외에서 운동하기에 공기가 좋다는 것이다. 나는 걷기를 좋아한다. 맑은 공기를 마시며 빠르게 걷고, 마음이 내키면 뛰는 것이 나의 허접한 운동법이다. 나는 적어도 매일 저녁 가능한한 30분 이상 1시간 이하 이런 운동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균형잡힌 식사

영양 균형이 잡힌 식사가 건강을 위해 필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그렇지만 혼자 사람들은 1.요리하기 귀찮아서 전부 사먹거나 2.엄청나게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변변찮은 요리를 만들어 먹거나 3.앞의 둘 사이에서 타협을 보다가 결국은 빨리 해먹을 수 있는 일품요리만 해먹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원래 2번에 속했던 나는 최근에 무기력증이 도진 나머지 3번으로 기울어가고 있었는데, 그나마도 입맛이 없어서 도대체 왜 이런 걸 해먹느라고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지 헷갈리는 데다가, 요리를 한 뒤 쌓여있는 설거지를 하기가 귀찮아서 미루다가 결국은 저녁 운동을 가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최근에 심하게 중독되어버린 유투브가 해결책을 주었다. 웨이트 트레이닝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유행인 것 같은데, 바로 Meal Prep.이라고 하여 일주일 치 식사를 미리 준비해놓는 것이다. 사실 나는 영양소에 좀 집착하는 편이라서 평소에도 탄수화물과 단백질, 무기질 및 비타민, 칼슘, 지방 등을 골고루 섭취해야한다는 주의였고 그래서 밥 챙겨먹는 것이 더욱 힘들었는데, Meal Prep을 통해서 시간과 노력을 절약할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았다. 


밝혀두자면, 나는 요즘에 밀가루 음식을 잘 먹지 않으려고 한다. 뭐 글루텐프리(Gluten Free) 운동에 별로 공감하진 않지만 사먹는 빵엔 신뢰가 안가서 말이다. 그리고 나는 국과 반찬을 주로 먹는 한국 음식보다 다양한 에쓰닉푸드를 더 좋아한다. 한식을 세계화하려는 정부에겐 미안하지만, 제대로 차려진 한식에는 나트륨이 너무 많은 데다가 한식이란 놈은 미리 한 끼 식사별로 담아놓으면 개밥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그렇게해서 나는 내가 좋아하는 각국의 레시피와 영양학적 균형이 잡힌 식단으로 밀프렙(Meal Prep)에 동참하기로 했다. 


예시: 닭가슴살을 넣은 나시고랭과 오븐에 구운 달걀과 두부, 다양한 야채 볶음과 타히니 소스 가지볶음 도시락


여유시간 만들기

직장인에게 온전한 여유시간을 만들기란 그리 쉽지 않다. 고쳐말하자: 회사에 개인 시간을 바쳐야 하는 한국의 직장인으로서 온전한 여유시간을 만들기란 쉽지 않다. 계획을 세우면서 내가 가장 고민했던 점은 내가 불규칙적인 야근이 많은 직장에 다닌다는 점이다. 야근이 많을 때면 일주일 내내 야근을 하고 주말에까지 근무하는 경우도 있었고, 야근이 없을 때면 한달 동안 칼퇴를 할 때도 있었다. 문화기관이다보니, 모든 스케쥴은 바로 이 문화캘린더에 달려 있는 것이다. 게다가 나도 내가 언제 야근을 하게 될지는 일주일 전에는 모른다는 것이 바로 내 계획의 난점이었다. 


나는 계획이 한번 틀어지면, 마음을 다잡고 다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될대로 되라 포기해버리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결국 요즘에는 야근을 안하고 돌아오는 날이면 운동을 하거나 책을 읽는 등 생산적인 활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소파에 기대앉아 재미없는 미드나 보고 앉아있는 것이다. 그리고 아침이면 무기력한 몸을 일으켜세워, 가 아니고 일으켜세우지 못하 7시부터 10분 간격으로 스누즈 알람을 끄고는 결국 8시에 일어나서 헐레벌떡 옷만 챙겨입고 출근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잠을 줄이는 것은 불가능하다. 인간은 적어도 7시간에서 8시간 수면을 해야 두뇌가 효율적으로 움직인다고 한다. 게다가 새벽형 인간도 아닌 내가 새벽에 일어나서 여유시간을 만든다는 것은 솔직히 3일이나 갈까 의심스러운 계획이었다. (사실 1년 전에 시험해봤다. 나는 확.실.히. 새벽형 인간이 아니었다.) 그래서 나는 아침에 일어나는 시간에는 기대를 걸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최대한 시간을 아끼고 아껴서 여유시간을 만들어내보았다. 다행히 밀프렙 계획 덕분에 저녁 여유시간은 조금이나마 생길 것 같았다. 


그렇게 세운 계획으로 나는 거의 3시간에 가까운 여유시간을 만들 수 있었다:


11.30pm-7.00am : 잠자기

7.00am-8.00am: 일어나서 출근(다행히 회사가 가깝다!)

8.00am-8.45am: (사무실 아닌 회사 어딘가에 숨어서) 여유시간! 

9.00am-6.00pm: 일하기

6.00pm-7.00pm: 퇴근해서 저녁식사(Meal Prep 덕에 시간을 아낀다!) 

7.00pm-8.00pm: 운동

8.00pm-9.00pm: 샤워&각종 집안일

9.00pm-11.00pm: 여유시간!


물론 야근을 하게 된다면 45분 밖에 안되는 하루 여유시간이지만, 그래도 뭔가를 할 여지가 있다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의미있는 목표

그런데, 이렇게 만든 여유시간으로 나는 어떤 목표를 향해서 무슨 생산적인 활동을 하지? 

책을 읽고 연구를 할까? 책을 쓸까? 아니면 시험을 준비해볼까? 

사실, 여기에 답을 하기 위해서는 나에겐 더 많은 질문이 남는다: 나는 왜 목표를 세우고 싶은거지? 그리고, 애초에 왜 무기력증에서 벗어나고 싶은거지? 


결국 나는 지난 5월부터 지금까지 어떤 목표를 세워볼 것인가하는 가장 중요한 질문에 답을 하지 못한채 계획을 세웠다. 가장 중요한 것을 빼먹은 셈이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나는 여기에 살짝 비겁한 대답을 하려고 한다: 아침엔 책을 읽고, 주말엔 다음 책의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평일 저녁엔 시험공부를 하면 되지.


그래도 안하는 것 보단 낫지, 라는 생각으로 나의 '무기력한 삶 개선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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