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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린 Oct 02. 2021

학원이나 과외보다 부모 튜터를!

친애하는 10대의 부모들에게

 두 딸의 튜터가 된 까닭은?   


 큰딸은 어릴 때부터 음악을 좋아했습니다. 한참 레드벨벳같은 걸그룹을 좋아하더니 앤마리, 두아 리파, 테일러 스위프트, 제레미 주커처럼 팝스타들을 들었고 요즘은 빌리할리데이나 엘라 피츠제랄드의 올드 재즈까지 즐겨듣고는 하죠. 그러면서 드뷔시의 달빛처럼 클래식 피아노곡을 연습하기도 합니다. 중학교 때는 학교 오케스트라에 비올라로 참여한 적도 있었죠. 그래서 한때 녀석이 음악을 전공하려는 것은 아닌지 착각할 정도였죠. 


  그런데 어느 날. 

  “아빠, 나는 음악으로 직업을 택할 수는 없고, 그렇다고 몸 쓰는 일은 안될 거고, 아무래도 공부하는 게 맞을 것 같아.”

  그동안 제대로 공부를 시켜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한편으로 당황스럽고 한편으로 다행이다 싶었습니다. 큰딸은 아빠한테 도움을 청했습니다. 무엇보다 국어 선생이었으니까요. 그때부터 큰딸의 튜터로서의 삶이 시작되었죠. 영어, 수학을 모두 학원 보낼 형편도 아니어서 내가 도움을 줄 수 있는 국어와 영어 과목의 튜터가 되기로 했습니다. 


  결과는 만족스러웠습니다. 특히 영어에서 성취도가 높았습니다. 고등학교에 진학해서 꾸준히 좋은 성과를 내고 있으니까요. 어떻게 가능했을까요?


  저는 영어를 전공한 사람이 아닙니다. 국어를 전공했고, 그렇기에 회화나 듣기는 아주 쑥맥이 따로 없었죠. 하지만 중학교 영어를 봐줄만한 수준은 되겠다 싶어서 딸을 도와주기로 했죠. 방법은 따로 없습니다. 교재를 한 권 선택했고, 큰딸이 읽고 해석하면 옆에서 들어주었죠. 간혹가다 힘들어하는 부분을 함께 읽어주고 해석해주면서 조금 까다로운 문법을 설명하는 정도였습니다. 일종의 모니터링이었죠. 


  처음에는 쉬운 영어여서 걱정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정도가 높아질수록 겁이 나기 시작했죠. 그런데 흥미로운 일이 생겼습니다. 영어 독해 실력이 딸만 늘어난 게 아니라 내 영어 실력도 꾸준히 향상된 것이죠. 또 어려운 부분이 생기면 둘이서 어떻게 해석해야할지 머리 싸매고 토론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영어학원에 다니는 친구들보다 성취도가 높게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성적이 나오니 아빠와 딸은 모두 만족했고 우리가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모니터링만으로도 튜터가 가능할까?    


  어째서 이런 일이 가능할까 생각했습니다. 무엇보다 바로 옆에서 딸이 수행하는 것을 지켜보고 있으니 딸을 객관적으로 모니터링하는 게 가능했습니다. 10대들이 스스로의 오류를 발견하기란 어려운 일이니 곁에서 누군가 함께 해주면 효과가 커지는 것이죠. 물론 틀린 것을 바로잡을 때는 종종 다투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죠. 평소 친밀감을 저축해둔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바로 옆에서 모니터링을 즉각즉각 받아서인지 큰딸은 오류를 수정해나가는 속도가 빨라졌습니다. 아마도 학원이나 인강은 이런 학습이 거의 불가능할 것입니다. 일방적인 강의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니까요. 실제로 딸이 학원을 다녔던 수학은 오히려 집에서 했던 공부에 비해 성취도가 높지 않았습니다. 1:1 지도가 아닌 이상 학원은 학생들의 편차도 존재해서 맞춤형 지도가 어렵지요. 또, 교사가 특정한 학생을 모니터링하는 데에 한계가 있습니다. 


  물론 자기주도성을 잘 갖추고 동기부여가 잘 된 친구들, 또 목표의식이 분명한 친구는 그 어디를 가도 잘 적응할 것입니다. 하지만 반대로 학원을 목표없이 일상적으로 다니는 친구들도 많습니다. 특히 학원을 많이 다니는 아이들은 학교를 마치고 시간 때우는 곳으로 학원을 여기기도 하죠. 일부 강사들도 가르치는 일을 단지 직업으로서 접근할 뿐, 학생들에 대한 애정이나 책임은 높지 않습니다. 만약 학원을 보내야 한다면, 그래도 가끔은 학원이나 아이에게 직접 모니터링하는 시간을 가지는 게 좋을 것입니다. 


  두 딸의 튜터로서의 삶을 선택하니 덤으로 생긴 효과도 있었습니다. 요즘 사람들이 가족과의 대화 시간이 많이 모자라다고 하는데, 우리 집의 대화 시간은 적어도 하루에 한 시간 이상씩은 됩니다. 영어나 국어를 모니터링하는 시간에 줄곧 대화를 나누기 때문이죠. 둘째는 영어 독해를 하면서 그날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시시콜콜히 이야기하기도 하죠. 거기에 영어와 국어에 나오는 주제들을 가지고 가끔은 토론도 하니 일거양득이라고 할 수 있죠.


짜증 낼 거면 시작을 말자     


  물론 모든 걸 부모가 나서주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또 자칫 자녀와 갈등만 증폭될 수도 있죠. 그러니 튜터로 마음을 먹을 거라면 우선 욕심을 버려야 합니다. 너무 많은 걸 할 수는 없다, 일주일에 한두 번, 한 과목 정도, 그저 모니터링 해주는 것이다, 즐겁게 자녀와 시간을 보내는 일이다, 화를 내지 않고 인내심을 갖는다, 꾸준히 한다, 친절하게 대한다, 주로 관찰할 뿐, 가르치려는 태도는 버린다 등등 욕심을 내려놓고 시작해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죠. 부모가 지쳐서 짜증낸다면 하지 않느니만 못합니다. 


  학원이나 과외 도움을 계속받아야 할 수도 있죠. 튜터로서 자신이 없으면 그 편이 낫습니다. 큰딸도 현재 수학 과외를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때에도 간접적인 모니터링은 계속해야 합니다. 과외 지도 선생님께는 학생 주도적인 수업을 해달라는 부탁도 빼먹지 말아야 하겠죠. 지켜보지 않고 자기 설명에 취한 선생님들도 꽤 있으니까요.

 


슬기로운 부모생활을 위한 팁     


모니터링이 가능한 과목을 찾으세요. 한 가지는 있지 않을까요?
없다고요?
설마 부모님도 공부는......?
욕심부리지 말고, 짜증 내지 말고, 인내심을 갖고, 재촉하지 마세요. 
학원과 과외를 선택했다면 반드시 종종 모니터링을 해야 합니다.
학원이 애들 잠시 맡아주는 데는 아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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