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기린 Oct 02. 2021

왜 자기를 제대로 보지 못할까?

친애하는 10대의 부모들에게 

메타인지, 도대체 뭐지?


 요즘 메타인지에 대해 학부모들의 관심이 참 높습니다. 그런데 인터넷을 뒤져보면 메타인지에 대해서 마치 학원 홍보 문구처럼 소개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전교 1등의 비밀, 상위 0.1%의 전략, 우등생과 열등생의 차이 등 마치 메타인지가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비책이라도 되는 듯 자극적인 문구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정작 메타인지에 대한 정의를 살펴보면 ‘자신의 기억, 느낌, 지각하는 것을 판단하는 능력’이라고 설명되어 있습니다. 다른 사람과의 경쟁은 메타인지와 전혀 무관한 일이죠. 그러니 남들보다 잘하기 위해, 성적을 올리기 위한 수단으로 메타인지를 이해한다면 큰 오산입니다. 오히려 메타인지란 자신의 생각을 점검하고 살펴보는 성찰 능력을 가리키죠. 타인과의 경쟁이 아니라 온전히 자기에게 집중해서 자기를 깨닫는 힘이 메타인지에 대한 올바른 이해입니다. 꽤 철학적이죠. 


10대들은 왜 자주 '쪽'을 팔릴까?     


  그런데 10대들은 자기를 아는 데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습니다. 10대들은 생애 어느 때보다 남의 눈치를 많이 봅니다. 그 까닭은 10대들이 성장하기 때문이죠. 하루하루 외모도, 체격도, 심지어 목소리도 달라진다고 생각해보세요. 아마 10대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변하는 자기 모습에 몹시 신경이 쓰일 것입니다. 마치 하루하루 다른 사람 옷을 입고 사는 것처럼 거북하겠죠. 자기에 대해 과할 정도로 민감해지고 다른 이들이 자기를 어떻게 바라볼지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닐 겁니다. 그 까닭에 10대들은 누군가 항상 자기를 바라본다는 생각에 사로잡힙니다. 어디서 무엇을 하건 상상속의 청중이 자기를 지켜본다는 착각에 휩싸이는 것입니다. 


  언젠가 시내에서 딸 아이의 옷과 신발을 고를 때였죠. 

  “잘 어울리는데! 예쁘다! 예뻐.”

  평소에 자주 입던 검은색 맨투맨이었을 겁니다. 내심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던 옷이었는데 딸이 웃으면서 조용히 한마디 했습니다. 

  “쪽팔려서 어떻게 입어.” 


  ‘쪽팔리다’. 이 말은 10대들이 가장 자주 쓰는 말 중 하나죠. 그나마 관계가 좋았기에 망정이지 자칫 다툴 뻔했습니다. 옷은 그럭저럭 잘 어울려 보였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아빠의 시선일 뿐, 딸은 패션 테러라고 자기를 비웃을 상상속 청중을 떠올린 것이죠. 남들이 자기를 비웃거나 공격할까 봐 ‘쪽팔리다’라는 말로 미리 방어막을 친 것입니다. 자기보다 상상속 청중의 평가가 더 중요한 것이지요. 이런 까닭에 10대들은 또래 집단이 즐겨 입는 특정 브랜드의 옷, 목걸이, 휴대폰을 선호합니다. 적어도 타인의 부정적 평가를 막을 수 있다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이럴 때는 과하지 않는 선에서 적당히 타협하는 게 좋죠. 


너만 특별해?  응!


  10대들의 자기 인식에 또 다른 복병이 하나 더 있습니다. 자신을 특별하고 독특한 존재로 여긴다는 사실입니다. 이런 현상은 상상속의 청중과 관련이 깊은데요. 모든 사람이 자기를 바라본다고 여기는 순간 자신을 매우 특별한 존재로 여기게 되죠. 물론 이 반대도 가능하겠죠. 내가 특별한 존재여서 사람들이 자기에게 집중한다고 말이죠. 여하튼 10대들은 스스로를 대단한 존재로 착각하면서 여러 무모한 일들을 벌이기도 합니다. 오토바이로 곡예 운전을 하면서도 자기만큼은 사고가 안 날 거라는 비합리적인 믿음을 갖는 것이죠. 


  자, 이런 상황에서 10대들이 자기를 성찰하고 인식하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아마 메타인지를 키워야 한다고 10대들에게 섣불리 말했다가는 “나는 그런 거 필요 없어. 그런 걸 왜 해. 쪽팔리게. 내가 다 알아서 해!”라는 말만 되돌아올 수 있죠. 


  다행히 상상속의 청중은 오래가지 않습니다. 두 가지 이유가 있죠. 우선 혼란스럽던 정체성이 나이를 먹어가면서 차츰 분명해지고, 실제적인 의사소통을 경험하며 상상속 청중이 허상이었다는 것을 깨닫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로 스스로 특별하다고 여기는 비합리적인 믿음도 사회적 관계가 확장되면서 서서히 사라지죠. 


  따라서 어른들은 기다려줘야 합니다. “쪽팔리게.”라는 빈정거리는 말투를 내뱉는 10대에게 “네까짓 것이.” 혹은 “누가 널 쳐다본다고 그래!”, “정신 차려!”, “화장하기만 해!”라고 윽박지르거나 비난한다면, 10대들은 더욱 더 자신을 잃고 더 자극적이고 충동적인 행동을 하겠지요. 감정적인 대응 대신 10대들의 요구와 일정하게 타협할 필요가 있습니다. 


  10대들은 자기가 누구인지를 또래 집단에서 파악합니다. 이는 10대들이 집단압력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10대들의 취향을 존중하지 않으면 또래 집단 내에서 정서적으로 위축될 수도 있고, 때로는 자기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부도덕한 일을 저지를 수도 있죠. 아주 극단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적당히 10대들과 타협해주는 게 좋은 방법이죠. 다만, 타협할 때는 무조건적인 허용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가능한 것과 가능하지 않은 것은 분명히 깨닫게 해줘야죠. 그리고 서서히 자신을 성찰하는 시간을 마련해주는 게 좋습니다. 10대들의 요구를 들어주는 대신 그 요구가 왜 필요한지 잠깐 설명만 하게 해도 10대들의 자기 객관화는 조금씩 가능해질 것입니다. 언어로 표현한다는 것은 그만큼 판단과 성찰이 필요하기 때문이죠. 



슬기로운 부모생활을 위한 팁!     


자녀가 자기는 특별한 사람이라고 여길 때는 
속으로, ‘나도 한때는 말이야~ 너처럼 잘났었거든.’이라고 생각해주세요.
귀엽잖아요.
자녀가 10대가 되면 잘 입히세요. 무리를 좀 해서라도. 
물론 정도껏. 카드 남발하시면 안되고요. 
집단 압력에, 뽐내고 싶은 욕구에, 자칫 주위에서 상처를 받기도 해요.
화장? 피부에 좋은 걸로 골라주세요.
후두엽이 발달하는 증거입니다.
뭔가 선택할 때, 그 이유를 짧게라도 말하게 하세요.
그렇다고 다투지는 마시고요.      
이전 22화 잘하는 것만 계속할 수는 없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