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이 된 '죄책감'

감정탐색 page.07

by 바다별다락방
죄책감:
저지른 잘못에 대하여 책임을 느끼는 마음.

표준국어대사전


죄책감은 그 단어의 이름만으로도 사람을 땅 밑으로 끌어내리는 듯한 인상을 준다. 우리는 살면서 다양한 상황 속에서 죄의식이나 죄책감을 느낀다. 많은 이들이 이 감정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여기는 이유는, 잘못된 일의 원인이 대부분 자신에게 있다고 굳게 믿기 때문이다. 또한 인생에 있어 최후의 보루인 자기 자신에게 등을 돌릴 수밖에 없다는 사실은 견디기 어려운 마음의 고통을 안겨준다.


인간이 죄책감을 느끼기 시작하면 자신이 어떤 상황에서 자동적으로 이러한 감정과 사고를 불러오는지 인식하기 쉽지 않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죄책감의 굴레에서 쉽게 빠져나오지 못하곤 한다. 흥미로운 사실은 같은 상황 속에서도 어떤 이는 죄책감을 전혀 느끼지 않는데 반해 어떤 이는 모든 것을 자신의 탓으로 돌려 괴로워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인간이 보편적으로 어떤 상황에서 죄책감을 느끼는지에 집중하기보다 죄책감을 좀 더 개인적인 측면으로 돌려, 개개인이 어떤 상황에서 죄책감을 느끼는지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죄책감은 사전적 정의로, 저지른 잘못에 대하여 책임을 느끼는 마음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특정한 잘못을 하지 않았는데도 스스로 괴로워하는 경우를 자주 만나게 된다.


여기 한 사례를 보자. 내담자는 1남 2녀 중 장녀이며 늘 집안의 대소사를 도맡아 책임져왔다. 그녀는 무리하면서까지 자신의 역할에 충실했고, 그것이 자신을 갉아먹는지도 모른 채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여기며 집안의 대소사를 이끌었다. 그녀는 자신이 평소에 왜 이렇게 화가 잔뜩 나있는지, 또 왜 자꾸 마음이 갑갑한지 알 수 없었다. 마음은 다른 데 가있어도, 그녀의 시선은 늘 코뚜레에 코가 꿰인 소처럼 집안에 머무를 수밖에 없었다.


사실 그녀가 무의식적으로 갈망해 왔던 감정은 '후련함' 즉, 자유였다. 다양한 그림검사와 대화에서 그녀는 유난히도 자유와 관련된 키워드에 집중하곤 했다. 우리는 자유가 외부적 환경에 기인한다고 알고 있지만 우리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은 늘 내면에 있다. 위의 내담자는 자신만의 기준이 확고한 사람이다. 완벽주의자에, 늘 자신이 나서지 않으면 일이 돌아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이 과연 사실일까. 그녀가 믿고 있는 '사실'이라는 것은 자신이 스스로에게 부과한 비현실적인 자기만의 기준일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는 그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자신을 부족하다고 여기며 채찍질하고 있다. 늘 강조하지만, 이것은 어린 시절 내담자에 대한 부모님의 높은 기대에 원인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기저에 깔린 것으로 여기서는 논외로 하고, 현재 그녀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부분은 그 기대를 여전히 자기 자신에게 지우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개인이 각자 다른 강도로 느끼는 죄책감을 엉킨 실이라고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 실을 어떻게 풀어낼 것인지 알아내야 한다.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자. 나는 어떤 상황에 죄책감이 드는가. 위의 내담자의 상황이라면 자신이 현재 집안일에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 놓여있을 수가 있다. 그럴 때는 '아, 내가 지금 죄책감이 드네.'라고 먼저 인지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감정을 우선 머리로 이해한다. '그래. 내가 잘못했다고 느끼는 느낌을 받아들이자.'


그리고 여기서 생각을 멈추고 한 번 숨을 크게 내쉬어준다. (호흡을 꼭 고르는 것을 추천한다.) 그리고 다시 생각을 이어간다. '그런데, 이게 정말 100% 나의 잘못이기만 할까.' 자신의 사고에 변화를 주는 것이다. 만약 지금의 내가 만약 내가 아닌 타인이라면 여기서 '네 잘못이야.'라고 쉽게 얘기할 것인지 생각해 보는 것이다. 그리고 잘못이라고 생각했던 것의 파이를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나누어준다. 예를 들면 동생들과 부모님에게 책임의 파이를 마음속으로 나누어 줄 수 있다. 여기서의 요점은 남 탓이 아니라, 나의 죄책감이 과연 정당한 것인지를 알아보는 작업을 하는 것이다. 논점은 '잘못'이 아니라 각자의 '책임'의 영역이 되는 것이다.


세상에는 하늘의 일, 나의 일, 남의 일이 있다. 세상의 모든 일은 나의 잘못과 책임만으로 이루어질 수 없다. 0.001%라도 반드시 하늘의 몫이 개입되기 때문이다. (만약 모든 것이 나의 잘못이라고 믿는다면 그것은 역설적이게도 자신이 전지전능하다고 믿는 꼴이 된다.) 그러므로 우리는 다만 지금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 그것이 현재 나의 처지에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인지했으며, 상황을 바꾸지 못하는 것이 나의 잘못이 아님을 알았다면 마음을 바꿔 다시 자신의 보루를 튼튼하게 만들어야 한다.


정신승리야.



사람들은 좋지 않은 의미에서 정신승리라는 말을 자주 하곤 한다. 하지만, 나를 다스리는 방법의 일종인 그 '정신승리'가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임을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정신승리가 나를 돌보는 것의 시작단추임을 깨달을 때, 삶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에 눈뜨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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