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맙다'는 것

감정탐색 page.06

by 바다별다락방
고맙다:
남이 베풀어 준 호의나 도움 따위에 대하여 마음이 흐뭇하고 즐겁다.

표준국어대사전


'고맙다'는 것은 우리가 삶을 살아가며 참으로 잊기 쉬운 감정이다. 깨닫고 보면 고마움은 물리적 환경에 좌우되는 영역이라기보다 정신적 선택의 영역이다. 그래서인지 고마움은 자주 느낄수록 커진다. 언젠가부터 주변에서 마음근육이라는 단어가 많이 보이기 시작했다. 우리의 감정은 단련할수록 마치 근육처럼 그 부분이 단단해지는데, 고마움은 다양한 감정들 중에서도 가장 크게 자라나는 감정이다.


마음공부나 자기 계발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 '끌어당김의 법칙'이라는 말을 들어보았을 것이다. 이것을 믿는 사람도 있겠고, 터무니없는 낭설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끌어당김의 법칙은 우리의 뇌가 무의식적으로 얼마나 그것을 많이 생각하고 느끼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그러니까 내가 원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면, 그것에 상응하는 것들이 저절로 나에게 끌려온다는 논리이다. 이 논리는 원치 않는 것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미술치료 장면에서 다양한 케이스를 만나다 보면, 어린 시절이 정서적으로 빈약한 사람들이 있다. 태어나자마자 고아가 되었다거나, 부모가 있음에도 보살핌은커녕 성인이 될 때까지 자녀를 힘들게 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다. 자아가 형성되지 않은 어린아이 일 때, 충격적인 사건이나 보살핌의 결여는 성인이 되어서도 부정적 정서와 감정을 쉽게 끌어당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평범한* 가정에서 지내온 것과는 달리 감당하기 버거운 경험을 한 경우, 부정성이 기본값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유년기의 나쁜 기억에서 비롯된 감정은 현재의 삶에서도 늘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고 끊임없이 경보를 울린다.


그래도 희망적인 사실은, 감정은 마음근육처럼 우리가 주체적으로 선택하고 키워낼 수 있다는 것이다. 만일 마음에 두려움이나 불안이 떠오른다면 앞선 글에서 언급했듯 그 감정들을 우선적으로 다루어준다. 그 후에 우리에게 주어진 것들 중 고마운 요소들을 떠올린다. 아주 간단한 방법이지만 갖가지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고마움'은 가장 빠르게 우리를 평온함으로 이끈다.




언젠가 스스로가 세상에서 가장 작아 보일 때가 있었다. 자신을 세상으로부터 고립시키고, 아무것도 받지 않고 아무것도 주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세상은 끊임없이 나를 바깥으로 밀어냈다. 그러다 어느 날 문득, 외톨이 같던 나의 옆에 새삼 '나 자신'이 있어주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외롭고 불안하고 매일 같이 불평불만을 늘어놓는 예민한 '나'이지만, 거기에는 온전히 스스로를 기다려준 내가 있었던 것이다. 미안하고 고마웠다.


신기하게도 그 고마운 마음은 점차 타인에게까지 번져갔다. 살면서 순간순간 나를 살렸던 인연들이 머릿속에 스쳤다. 그리고 그때부터 함께 웃을 수 있는 인연들을 만들기로 다짐했다. 진실로 고마운 것들에 집중할수록 그 감정은 점차 커져간다. 그것은 마치 숨은 그림 찾기를 하듯 고마움을 더 많이 발견할 수 있는 힘이 생겼다는 것을 뜻한다.


이정하 시인의 시 [살아있기 때문에]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만약 지금 당신이 흔들리고 아프고 외롭다면,
아아 아직까지 내가 살아 있구나 느껴라.
그 느낌에 감사하라.



우리가 자신만 생각하며 살아간다면 세상은 딱 그만큼의 것을 가까스로 내어준다. 하지만 나와 주변을 둘러보는 삶을 살아갈 때, 우리는 작은 시야에서 벗어나 삶 전체에서 말 그대로 '살아있음'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예상치 못했던 선물을 받게 된다. 만일 지금 희망이 하나도 느껴지지 않는다면, 현재 자신이 어떠한 보조장치도 없이 숨을 쉴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해 보기를 권한다. 의외로 쉽게 우리가 지금 그저 살아있다는 사실에 안도하게 될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평범함이란 폭력이나 억압, 비정상적인 훈육 등이 일어나지 않는 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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