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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l drawing Sep 24. 2020

사랑하는 사람을 그린다는 것







그림은 '기억'에서 시작했다.

지나난 것을 자기 앞에 붙잡아 두기 위한 그리움으로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것이다. 


인상파 화가들은 빛을 사랑했고, 자기가 바라 본 빛을 기억하기 위해 화폭에 옮겼다.
한 인상파 작가는 산책을 하다가 나뭇잎 사이의 빛의 분광들과 그로 인해 다양한 색깔들이 공존하는 빛의 세계에 매료되어 빛에 대해 더 깊히 파고들어 연구했고, 그 결과 시시각각 변하는 빛에 따라 변화하는 세계를 그릴 수 있었다. 


화가가 자발적으로 그리고 싶어서 그리는 대상들은 그 대상에 대한 애정과 사랑이 잠재되어 있기 때문에 그릴 수 있다. 대상을 진득하게 관찰하고 깊게 바라 보는 고뇌의 시간들은 그 대상을 사랑하기에 가능한 일이니 말이다. 그래서 한 작가에 대해 알기 위해서는, 더 나아가서 그 작가가 무엇을 사랑했느냐를 알기 위해서는 작가의 배경에 대해 아는 것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그 작가가 무엇을 많이 그렸는가를 보면 된다. 


오늘 살펴보고 싶은 작가는 Daniel Garber 다.

Daniel Garber 1880~1958

이 작가는 인상주의 작가다. 보통 인상주의 작가라 하면 대개는 유럽작가들을 많이 연상하지만

오늘 알아볼 Daniel은 미국을 대표하는 미국 인상주의 작가다. 


Daniel은 미국 펜실베니아 주에서 살며 펜실베이아 미술학교에서 학업했다. 

학교에서 사랑하는 여인을 만나 결혼하여 평생을 미술 작업을 하며 살았다. 


슬하에 아들과 딸을 두고 있으며, 자녀들의 학창시절에는 펜실베니아의 작은 마을에서 살며

버려진 공장을 개조하여 자신의 작업실로 꾸미고 작업과 생활을 이어나갔다. 

작업실은 아주 깊은 전원에 위치했기 때문에, 자녀들이 굉장히 서정적인 풍경안에서 학창시절을 보냈을 것이다. 실제로 그의 작품들을 보면 전원 안에서 동화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자녀들의 그림들을 많이 볼 수 있다. 


그런 그가 가장 많이 그린 것은 뭐였을까.

그가 지속적으로 그릴만큼 애정을 갖고 사랑했던 대상은 뭐였을까.



그는 자연과 빛, 풍경을 사랑했다. 그의 풍경화 작품들 중에는 굉장히 좋은 작품들이 많다. 



그의 풍경작품들을 보면 태양이 가장 꼭대기에 떠있을 것만 같은 시간을 그렸다. 

따뜻하다 못해 나무에서 빛이 바스러지고 있는 것만 같다. 

한 낮의 쏟아지는 빛들이 나무와 잎, 사람과 전원주택에 반사되어 연보랏빛 그림자와 시원한 양지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러한 모든 빛의 산란을 Daniel은 그의 특유의 따뜻한 시선으로 화폭에 담아냈다. 


작품으로 작가의 성격을 정확히 유추할 수는 없겠지만, 왠지 Daniel은 굉장히 서정적인 사람이었을 것 같다. 물론 추측이다ㅎㅎ. 


그런 그가 풍경만큼이나 가장 많이 그린 또 다른 것은 가족이다. 

그에게는 사랑하는 아내, 딸, 아들이 있었다. 그 중에서도 그는 딸을 참 많이도 그렸다. 

그가 딸을 얼마나 사랑했는지를 보자. 



서정적인 화가 아버지가 딸을 이보다 더 사랑스럽게 그릴 수 있을까. 


그림을 그려 준다는 아버지 말씀에(물론 딸에게는 굉장히 일상이었을 터) 

예쁜 노란 리본과 투명한 샤 블라우스를 입고 한껏 포즈를 취하여 기대하고 있는 딸의 모습을 보라. 

아마 그림 모델을 여러번 했을테니 익숙하게 포즈를 취했을 것이다. 그래도 귀엽게 포즈를 잡고 있을 딸을 보는 아버지의 마음은 늘 더 사랑이 커졌을 것이다. 

Daniel은 딸의 모습을 블라우스 사이로 일렁이는 빛과 목가적인 풍경 속에서 반짝반짝 빛나고 있는 빛을 아름답게 조합하여 그렸다. 사실 딸을 사랑하는 마음만으로 이미 그림을 그리면서 자연스럽게 모든 조형미가 흘러나왔을 것이다. 

그것만으로 무슨 말이 이 그림에 더 필요할까. 



작업실 바깥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 딸의 모습을 담은 것 같다. 

낙원에서 꽃놀이를 하는 천사의 모습처럼 보인다. 저 멀리 원경에 있는 호수와 나무의 그림자들에서 빛을 오랫동안 연구했던 모네의 붓질도 연상된다. 



그가 사랑했던 아내로 추정되는 그림이다. 그림의 제목은 Mending<바느질>이다. 

평화롭게 앉아서 바느질을 하고 있는 여인의 모습이 참 아름답지만 왠지모르게 안색에서 고단함이 느껴지기도 한다(아마 보는 사람에 따라서 다를 것이다). 자녀 두명을 양육하며 화가인 남편과 생활을 꾸려가는 것이 매일 윤택하긴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한 삶의 흔적들이 그녀의 굽은 포즈와 얇고 소박한 신발에서 묻어나오는 것 같다. 느티나무의 풍성하고 따사로운 잎들이 그녀의 소박함과 대조적으로 공간을 아주 밝게 비춰주고 있다. 남편이 그녀에게 주고 싶고 보여주고 싶은 선물같은 자연의 모습이 아니었을까 생각이 든다. 

어찌되었든 그녀는 참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이 작품을 모작해보기로 했다. 


youtube 쏠드로잉 출처

먼저 인물부터 그리고 배경을 채워나가기로 했다. 




그림을 조금 변형해서 그렸다. 나는 바느질을 하는 여인이 아닌, 강아지를 바라보는 여인으로 수정하여 그렸다. 

작품 속 여인은 여유롭게 앉아서 강아지를 바라보고 있고, 강아지는 그저 주인 앞에서 널부러져 쉬고 있다. 

바느질 하는 여인을 쉬게 해주고 싶은 마음으로 그림을 바꿔 그렸다. 


youtube 쏠드로잉 출처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느티나무. 

내가 이 그림을 그리겠다고 결정한 이유이다. 빛나는 느티나무의 잎을 그리고 싶어서 시작했다. 

그리고 오일파스텔로 그리는 느티나무 분위기가 참 마음에 들었다. 

오일파스텔은 유화의 느낌을 가지고 있어서 간단하게 유화의 그림을 그리는 데 아주 좋은 재료이다. 


youtube 쏠드로잉 출처

그리고 완성된 '강아지를 바라보는 여인'이다. 

물론 Daniel의 아름답게 숙달된 원작을 똑같이 모작할 수 없지만,

모작의 묘미는 따라 그리면서 나의 것으로 조금씩 변형해보는 재미도 있다. 

Daniel Garber의 그림을 그려볼 수 있어서 내게도 참 행복한 시간이었다. 


사랑하는 대상이 있다면 한번 그림을 그려보는 것을 추천한다. 

사진을 찍어서 기억하는 것보다 오히려 더 정확하게 대상을 기억하는 방법일 수 있다. 

그림을 그리기 위해 대상을 관찰했던 시간들은 기억에 오랫동안 남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공들인 시간과 노력이 기억에 오래 남는 것처럼. 


무엇보다 대상을 그리면서 내가 그 대상에 대해 가지고 있던 감정과 마음들이 함께 그림에 녹아들어간다. 

그럼 나중에 완성된 그림을 볼때마다, 그림 속 대상과 그때의 감정들을 함께 기억할 수 있게 된다. 


Daniel이 그린 딸의 그림만 보아도 그 감정이 보는이로 하여금 느껴지는 것처럼 말이다. 


그림과정 유투브

쏠드로잉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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