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일상적인 소재로 삶을 관통하는 깊은 울림을 주는 글이 있을까.
처음 레오리오니의 <바닷가에는 돌들이 가득> 책을 보았을 때,
이 책을 소화시킬 나의 언어가 부족해서였는지 큰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이 그림책은 이야기 속에 흥미로운 충돌이 있거나 특별한 기승전결도 없다.
바닷가에 있는 수많은 돌들 중에 무엇 하나 똑같이 생긴 돌들이 없이 여러 가지 제각각의 모양을 가지고 있는 것을 보여준다. 사람 모양, 글자 모양, 동물 모양 등의 다양한 모양의 돌들을 발견해서 독자에게 읊어주는가 하면, 알파벳 무늬를 가진 돌을 이용해서 편지를 써보기도 한다.
그렇다면 무엇이 이 책을 그렇게 특별하게 만든 것일까.
가장 일상적인 소재로 삶을 관통하는 레오리오니의 시선이 책 속에 아주 잔잔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각자의 모양대로 자신만의 개성을 온 몸으로 나타내는 돌들처럼, 우리의 삶도 사실 비슷해 보이지만 서로 다른 형태대로 지어가며 각자의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수많은 삶의 형태들을 아주 단순한 소재인 바닷가의 돌들에 은유하여 독자에게 따뜻한 편지를 보내고 있는 대가의 연륜이 과연 이런 것이구나 하고 느껴진다. 영감이 떠오르지 않아 머리에 잔뜩 힘이 들어가 있을 때, 오히려 힘을 빼고 삶에 대핸 잔잔히 읊조리는 이 그림책을 보고 있노라면 하루의 위로가 손에 스윽 스며든다.
가장 사소하고 작은 것을 바라보는 시선에서 나의 삶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 바닷가의 돌들이 내게 읊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