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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l drawing Nov 06. 2020

백만번 산 고양이


https://youtu.be/_o0rrBU9EZI





백만번 산 고양이가 있다면 어떨까?

백만번 살 수 있게 된다면 죽음이 두렵거나 슬퍼질까?



그림책 작가 사노요코는 백만번 살아 본 고양이의 삶을 기록했다. 


건드리면 날카롭게 대응할 것만 같은 고양이의 표정과 포즈에서, 

오늘의 주인공 고양이의 성격이 어떨지 느껴진다.

고양이는 백만번 살때마다 다른 주인을 만나고, 다른 삶을 살고, 다른 방식으로 죽었다. 

그리고 그림에서 추측한 성격에서 느껴지듯이 고양이는 백만번 살 동안 그 어떤 주인도 좋아하지 않았다. 

마침내 죽음을 맞이하게 될때도 슬프지 않았다. 어짜피 다시 삶을 살게 될테니까 말이다.

그게 고양이가 삶을 산 방식이었다. 죽으면 죽는대로 죽고, 살면 사는대로 사는 것. 


그러다 백만번째의 생을 살던 날,

고양이는 그 누구의 고양이도 아닌채로 태어났다. 처음이었다. 

주인이 없이 태어난 것이다. 백만번만에 처음으로 고양이는 자기 자신의 고양이로써 살게 된 것이다. 

고양이는 자신이 너무 좋았다.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었다. 

많은 암컷 고양이들이 백만번 산 고양이에게 관심을 가지며 그의 신부가 되고 싶어했다. 



그렇지만 백만번 산 고양이는 암고양이들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저 멀리 가볍게 앉아서 그에게 눈길도 주지 않던 흰 고양이를 빼고는 말이다. 

유일하게 흰 암컷고양이만 백만번 산 고양이에게 관심이 없었다. 



(아래부터는 스포를 포함한 줄거리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백만번 산 고양이는 호기심이 생겼다. 

"내가 말야, 백만번 산 고양인데 말야" 

허풍을 떨듯이 말해도 흰고양이는 "그렇구나."하고 말할 뿐이었다. 

백만번 산 고양이는 흰 고양이 옆에 붙어 지내게 되었다. 

그리고 더이상 자신을 인정받기 위한 어떤 말도 꺼내지 않아도 되었다.

백만번째 산 것에 대한 환심을 얻지 않아도, 있는 그대로의 자신으로도, 흰고양이와 함께 따뜻한 감정을 교감하며 지낼 수 있다는 것을 알게된 것이다. 


백만번 산 고양이는 자기 자신보다 누군가를 더 좋아하게 된 것은 처음이었다. 

백만번 살면서 처음 겪어 보는 일이었다. 

백만번만에 처음으로 죽기 싫고 흰고양이와 오래오래 함께하고 싶었다. 


흰고양이와 백만번 산 고양이는 새끼를 많이 낳으며 행복한 삶을 살았다. 

백만번 산 고양이는 이제 자기 자신보다 아내와 아기 고양이들을 더 사랑하게 되었다. 


아기 고양이들은 자라서 뿔뿔이 흩어졌다. 

백만번 산 고양이는 아기 고양이들이 대견했다. 


그리고 흰 고양이는 조금 늙어서 할머니고양이가 되었다. 

흰 고양이는 조용히 움직임을 멈추고는 백만번 산 고양이 품에서 잠들고 다시는 일어나지 않았다. 

고양이는 백만번이나 울었다. 흰 고양이와 오래도록 함께하길 바랐는데 말이다. 


고양이는 한참을 울었다.  

그리고 어느순간 울음을 그치고 흰 고양이 곁에서 조용히 움직임을 멈췄다. 


백만번 산 고양이는 두번다시 살아나지 않았다. 



단 한 번이라도 사랑을 느꼈던 삶. 그 한번의 삶이 얼마나 의미있는지, 백만번 산 고양이는 알게되었을 것이다.  

삶의 횟수는 중요하지 않다. 한번이라도 오롯한 '나'로써 존재하는 삶을 살았는가 내게 질문을 품게 한다. 

그동안 지나온 수많은 순간들에서, 내가 나였던 순간. 그리고 그런 나를 포용해주었던 시간을 생각해보면 가슴 한켠이 따뜻해진다. 그것이 가족이든 친구든 동물이든 식물이든 말이다. 

그 순간은 참 오래 기억된다. 오랫동안 기억서랍에 두고 꺼내 볼 수 있다. 

백만번이나 미련없이 삶의 순리를 반복하며 살았던 고양이에게도 그 소중한 시간만큼은 더이상 죽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 말이다. 


어떻게 보면 백만분의 일의 확률로 고양이에게 따뜻한 생이 찾아왔던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그 행운을 누리고서야 고양이는 생을 마무리하고 다시는 깨어나지 않는다. 


소중한 순간들을 느꼈다면, 그 순간은 백만분의 일의 확률로 내게 다가온 것이다. 

백만번 살았던 고양이의 삶이 이를 증명해준다. 


백만번 산 고양이를 생각하며

고양이를 그려보았다. 


이 고양이는 과연 몇번째 삶을 살고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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