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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l drawing Nov 25. 2020

촛농의 기억



<촛농의 기억>


작은 촛불하나 켜두고 

지나온 슬픔을 바라본다 


내게 왔던 사람들

나를 떠났던 사람들


수많은 사람들이 촛농이 되어 내 살을 움푹 덜어간다

하얀 찌꺼기가 양 발 아래로 미끄러져 굳으면

나는 엷은 가지처럼 으슬으슬 흔들리며 마저 불빛을 태운다 


사람을 만나는 것

산다는 것

내 살을 내어주고 

나를 지나가게 하는 것

나는 엷어지는 것


그런데 왜 몰랐을까

움푹 패인 살들이

어느새 나의 발등을 덮어

나는 큰 덩어리가 되어가고 있었다는 것을


나는 엷어지면서

넓어지고 있었다는 것을


나는 넓어진다

형태를 알 수 없는 덩어리로

그 누구도 규정지을 수 없는 덩어리로

움푹 패인 나의 살점들이 촛농처럼 흘러내려

나는 고요히 단단히 넓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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