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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l drawing Nov 30. 2020

<창작동화> 바다와 백구



<바다와 백구>


백구는 바다에서 왔다. 


바다에 거대한 폭풍우가 치는 날이면 나는 집 앞 바다로 간다. 

바다에는 백구 수만 마리가 육지를 향해, 나를 향해 달려온다.

나는 그것이 참 이상하고 무섭지만 눈을 뗄 수 없다. 


한번은 폭풍이 심해져 

바깥이 위험하다는 할아버지 성화에 못이겨 집에 들어갔을 때도

나는 뜨거운 바닥에 이불을 덮고 엎드려 

바다에서 본 백구들을 생각했다. 

그러다 잠이 들었다.


얇은 흰 이불이 하늘에 깔린 날,

나는 바다로 다시 나가 백구를 찾았다. 

고요히 잠든 바다에는 아무도 없었다. 

나는 실망하여 모래를 발로 차며 집을 향해 걸었다. 

솨-------아 

바다가 조용히 부르는 소리에 뒤를 돌아보니 백구였다. 

육지를 향해 달려오던 백구였다. 

백구는 나의 발자국에 네 개의 발을 사뿐히 포개고 서있었다. 

나는 그날의 폭풍우 치던 바다를 백구가 어떻게 건너왔는지 모른다.

백구는 그렇게 할아버지와 내게 왔다. 


폭풍우가 치는 날이면 이제 나는 나의 백구와 함께 바다로 간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바다에서부터 달려오는 백구들은 더이상 보이지 않았다.

길고 긴 폭풍이 치는 날에도 백구들는 없었다. 

그 많던 백구들이 왜 보이지 않는지 알 수 없지만

그럴때마다 내 옆에 있는 백구가 바다로부터 온 날을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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