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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l drawing Aug 27. 2020

별의 첫인상 그리기



북극성 별자리가 떠있는 하늘을 그려보았다. 

살면서 무수히 많은 별을 보았지만, 내 기억에 가장 또렷했던 별을 본것은 북극성이었다. 


초등학교 6학년 수학여행때였을 것 같다. 당시 담력훈련 차원에서(그땐 왜그렇게 담력훈련을 했었는지..^^) 

깊은 밤에 같은 반 친구들끼리 모두 모여 줄을 서고 선생님 뒤를 따라 마을 한바퀴를 돌아다녔다. 가로등도 없었던 아주 외지고 어두은 길을 두줄로 서서 모두 조용히 숨을 죽이고 젊은 여자였던 담임 선생님 뒤를 따라 걷고 또 걸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당시 선생님도 꽤 무서웠을 것 같다. 


그렇게 언덕을 하나 넘어 논밭사이를 걸어가고 있을 때쯤, 나의 앞줄에서 묵묵히 걷던 친구에게 방향을 의지한채 나는 무심코 아주 컴컴한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암흙의 세계에서 또렷한 별 몇개를 보았다. 주걱모양을 띄고 있었다. 그것이 북극성인지도 모르고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그게 너무 신기하고 좋아서 주위친구들에게 슬그머니 전달하기 시작했다. 


"얘들아, 별이야 별." 


친구들은 하나 둘 하늘을 올려다보기 시작했고, 나의 앞뒤에서 줄서서 가는 친구들은 도미노처럼 고개를 들어 올려 별을 보았다. 아무도 그 별자리가 무엇인지 몰랐다. 유난히 눈에 띄고 반짝이는 별 몇개를 모두 암묵적으로 보고있었을 것이다. 북극성 말고도 하늘에는 별이 가득했으니 말이다. 작은 은하수를 모두 가져다 놓은 것만 같은 별세계였다. 




선생님이 방향을 틀어 왼쪽으로 가면, 우리 모두 줄을 맞춰 왼쪽으로 걸음을 돌려 뚜벅뚜벅 걸어갔다. 

그러면 하늘의 은하수도 왼쪽방향으로 틀어지며 별의 세계가 움직였다. 마치 가장 좋은 각도에서 자기를 볼 수 있도록 계속 우리에게 자신을 알리는 것만 같았다. 그렇게 친구들과 서로 말없이 별을 올려다 보았던 순간들은 성인이 된 지금까지도 나의 마음에 깊이 새겨졌다. 유독 눈에 들어온 별 몇개가 북극성이었다는 것은 성장하면서 알게되었다. 별 7개로 이루어진 바구니모양의 별자리. 




나는 이제 북극성을 생각하면, 초등학교 시절 깊은 어둠속에서 논밭 사잇길을 걷다가 올려다 보았던 광활하고 투명했던 별 하늘이 자동으로 떠오른다. 내가 성장하면서 계속 간직해온 나의 소중한 기억이 북극성이라는 단어의 이미지에 찰싹 달라붙게된 것이다. 북극성을 이야기하거나 생각할때는 자동으로 초등학교 시절 본 밤하늘의 경험이 자석처럼 따라온다. 그래서 내게 북극성은 굉장히 마음이 아릿한 기분 좋은 단어이다.


그리고 이 북극성이 담아 밤하늘을 그려보았다. 



나는 그림을 그릴때 특히 별 뿌리기 작업을 좋아한다. 

깊이를 알 수 없는 하늘에 물감을 이용하여 별을 뿌리면 하늘에 하나의 세계가 생기는 것만 같기 때문이다. 




청록색과 오렌지색의 조합에 투명한 은하수 속 북극성을 그려보았다. 

이 그림을 그리며 나는 또 초등학교 시절에 보았던 은하수와 북극성을 생각했다. 그 기억이 아름답고 소중하기 때문에 나는 별그림을 그릴때도 행복하다. 내가 보았던 북극성의 섬세한 불빛을 똑같이 그림에 담을 순 없겠지만, 적어도 내가 은하수에서 보았던 아름다운 순간을 아주 조금이라도 그림에 실현하기 위해 밤하늘을 그릴땐 부단히 노력한다. 그리고 그 노력이 내게는 참 즐겁다. 


별에 대한 소중한 첫인상을 지금까지 담당해준 

그시절 내가 보았던, 

그리고 내게 나타나 주었던 북극성에게 참 고맙다는 말을 하고싶다. 

언제 다시 그렇게 또렷하고 맑은 밤하늘 속 별세계를 또 볼 수 있을지 모르지만 

아마 내가 살아가는 한 가장 오래도록 기분좋게 기억할 별의 첫인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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