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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l drawing Sep 03. 2020

동부간선도로에서 본 나비


요즘 나비 보기가 부쩍 어렵다. 

평소에 보기 힘든 나비를 왜 고속도로에 보게 되었을까. 


며칠 전, 운전하면서 동부간선도로로 들어섰다. 

한참을 달리 던 중, 브레이크 등 불빛이 가득한 차들이 앞에 늘어서기 시작했고 나 역시 천천히 정차하듯 서행하는 중이었다. 


그러다 갑자기 흰 나비가 나타나 내 차앞 범퍼위에서 오르락 내리락 하기 시작했다. 

얼마나 놀랐으면, 오르락 내리락 하다가 옆차로 돌진했다가 다시 연약하지만 씩씩한 날갯짓으로 차들 사이를 오가며 오르락 내리락을 한참을 하는 것이었다. 차들이 천천히 움직일때마다 나비도 차들을 따라 계속 이리저리 맴돌았다. 딱딱하고 시꺼먼 엔진열이 가득한 도로에서 나비에게는 참 가혹한 시간이었을 터이다. 

도로 한가운데서 어떻게든 살기 위한 길을 찾으려고 날갯짓을 하며 길을 찾는 나비의 몸짓이 참 처연했다. 어쩌다 이곳에 오게 되었을까. 



어쩌면 나비는 제 갈 길을 운좋게 찾아갔을 수 도 있지만, 돌진하는 차의 유리에 부딪쳐 흔적도 없이 사라졌을 수 도 있었다. 나비는 어떻게 되었을까.

길가에서 로드킬이 벌어진 상황을 볼때마다 내게 생각나는 그림책이 있다. 그림책 내용은 대략 이렇다. 로드킬 당한 동물들을 모두 집으로 데려와서 아프고 상처난 부위를 치료해준후 묻어주는 내용이다. 처음에 책을 읽고 별다른 특별한 에피소드가 아닌 것에 그냥 읽고 지나쳤지만, 왜인지 모르게 도로를 운전하면서 위험한 상황을 볼 때마다 그 그림책이 떠오른다. 그리고 도로 위에서 나비를 보며 나는 또 그 그림책이 떠올랐다. 그리고 나는 그 도로를 벗어나면서 나비가 부디 다치지 않고 도로를 벗어나기를 빌어줬다. 




내게 찾아왔던 그 날의 나비를 떠올리며 그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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