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랑의 동물원에 가게 됐다. 어떠한 동물들이 과연 어떤 환경에서 생활하고 있을지 궁금했는데, 마침 기회가 생겨 가보게 됐다. 야생에 뛰어다녀야 할 동물이 우리에 갇혀 있어야 한다는 사실에 대해 기본적으로 동의하기 힘들기 때문에, 사실 동물원 설치에 대해 나는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 설사 동물원이 주는 장점, 이를테면 아이들을 위한 교육적인 목적을 고려해 동물원을 설치해야 한다면, 최대한 본래의 생활환경에 가깝게 조성되어야 할 것이다.
알제에 있는 벤아크눈 동물원 Parc zoologique de Ben aknoun와 마찬가지로 오랑 동물원의 환경은 좋지 않았다. 동물들은 전반적으로 힘이 없어 보였고 멍한 눈망울을 가진 경우가 많았던 것이다. 비좁은 공간 때문에 생활 반경이 한정될 수밖에 없고, 많은 사람들의 간섭이 쉬워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한 이유 때문으로 보였다.
얼마 전 인간의 복지도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마당에 어찌 동물의 복지를 논하느냐는 지인의 의견을 들은 적이 있다. 그러나 내가 가난하다 해서 나보다 더 가난한 이를 돕지 못할 이유는 없다. 나보다 더 못한 위치에 처한 사람 혹은 동물을 위하는 그 숭고한 마음은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권처럼 동물권이 있느냐 없느냐에 대한 논란을 차치하고서라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