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에트랑제 Apr 12. 2020

광주 탐구생활 02

선거철엔 펭귄당

바야흐로 선거철이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온세계를 점령하는 중에도 선거하는 이들의 소음은 잠재울 수 없다. 사람들은 그들 입에는 마스크를 씌우지만 선거용 스피커에는 마스크를 씌우지 않기 때문이다. 

왜 이 개에게는 마스크를 씌우면서, 선거유세용 스피커에는 마스크를 씌우지 않는가

양림동은 볼 게 많다. 하지만 이 글에서는 양림동이 아닌 펭귄당을 이야기하고 싶다. 더불어민주당이니 미래통합당이니 각종 당을 이야기하는 때지만, 나는 그런 정치와는 멀리 떨어져 있는 어느 빵집을 말하고자 한다. 


이 빵집은 적어도 정치적이지 않다. 한 때 군산의 '이성당'을 보고 감탄한 적이 있지만, 이성당은 서울권에 점포를 늘려가면서 스스로 정치세력화(?)했다. 이성당을 비판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들의 사업전략이 그렇다면 그런 것이지만, 나는 이성당의 맛을 군산에서만 느끼고 싶은 사람이기에 그들의 행보에 아쉬움을 느낀다. 서울 이성당의 맛이 군산의 그것과 동일할 수 있을까.


양림동 펭귄당을 알게 된 것은 이 동네를 잘 아는 어느 분의 소개 덕분이다. 펭귄당의 '그릴드 샌드위치'가 맛있다고 했으나, 나는 그걸 시키지 못했다. 인테리어에 정신이 팔려 있었던 데다 메뉴의 숫자가 (내게) 너무 많았다. 

펭귄당의 여러 메뉴들

게다가 나는 '잠봉뵈르'라는 글자에 시선이 꽂혀 그릴드 샌드위치를 보지 못했다. '잠봉뵈르'는 프랑스어인데 표기에 오류가 있었다. 우선 '잠봉 Jambon'과 '뵈르 Beure' 사이에 띄어쓰기가 있어야 한다. 사실 나도 글 쓰면서 맞춤법을 자주 틀리므로 이 실수에 대해서는 너그럽게 넘어간다고 치자. 


근데 왜 '버터'가 아닌 '뵈르'라고 썼을까. 뵈르라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해할 수 있을까. 뭐, 이런 생각 때문에 그릴드 샌드위치를 발견하지 못했다. 


크로와상을 먹어봤는데, 맛이 좋다. 천연발효종을 썼다고 하는데, 사실 그걸 진짜로 썼는지 여부는 내 미각으로는 확인 불가다. 


입구에 들어서면 오른쪽에 보이는 모습

인테리어가 상당히 놀랍다. 짙은 갈색과 청색의 조합이 좋고, 촌스럽게 보일 수 있는 샹들리에가 공간을 개성 있게 만들기 때문이다. 

코로나 시대라 사람은 많지 않았다

펭귄당을 나섰다. 귀여운 펭귄 마크가 마치 나를 배웅하는 듯했다. 

참고로 이 당은 가입할 수 없다. 계좌번호가 안 적혀있는 것으로 보아 정치후원금도 받지 않을 것이다. 


내가 정치를 외면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코로나 시대, 안 그래도 스트레스가 가득할 사람들에게 지나친 소음은 자제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마지막으로 다자이 오사무의 말을 인용해본다.


인사를 잘하는 남자가 있다. 혀가 살랑거리는 느낌이 든다. 거기에 온 정력을 쏟아붓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부끄럽지 않은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