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atrick Oct 17. 2020

내가 그때 여자의 마음을 알았더라면...

밧세바_렘브란트

  아주 오래전 단정한 미모의 A에게 ‘나홀로’ 썸을 탔던 적이 있다. ‘나홀로’ 라고 자신있게(?) 말하는 건, 우연히 같이 근무하게 된 A의 오랜 친구 B에게 A가 오랫동안 사귀었던(는) 남자친구가 있다는 사실을 들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별로 상관없는 일이 되었지만, 어이가 없었다. 같이 칵테일도 마시고 집도 바래다주고 전화로 내 안부를 묻기도 했는데…  

  그건 뭐였지? 뭐였냐고? 그래도 어쩌면 내게 마음이 있지 않았을까? 

  사람(여자)의 마음은 참 모를 일이다. 

  오늘 같이 보고 싶은 그림은 렘브란트의 <목욕하는 밧세바>다. 밧세바는 구약성경에 나오는 여인으로, 다윗의 부하 우리야의 아내였다. 밧세바를 우연히 보게 된 다윗이 그 미모에 빠져 우리야를 전쟁터에서 꼼수로 죽이고 차지(?)한다.

  교회를 40년 이상 다녔음에도 사실 밧세바에 대한 설교를 들어본 적이 없다. 대게의 설교는 다윗의 몹쓸 짓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고, ‘회개하고 솔로몬을 낳았다.’에서 설교가 끝나버렸다. 그래서 그런지 내 마음속 밧세바는 ‘솔로몬을 낳은 여인’으로만 기억되었다. 

  그런데 렘브란트의 <목욕하는 밧세바>를 못 순간 정말 내 머릿속이 하얘졌다. 보통은 사진 한 방 찍고 다음 그림으로 넘어가기 바쁜데 이 그림 앞에서만은 그럴 수 없었다. 내가 생각하는 밧세바가 아니었다. 그림 속 밧세바는 하나도 기뻐하지 않고 슬퍼 보였다. 다윗의 아내이자 솔로몬의 어머니인 밧세바가 왜 슬프지? 

그리고 내가 이제까지 밧세바와 분명 달랐다. 그림 속 밧세바는 분명 아름답긴 하지만 매혹적이진 않다. 중년의 여성으로 아이를 낳아서인지 처진 뱃살도 보인다. 세월의 흔적이 그대로 담겨있는 한 여인의 모습이다. 그리고 손에는 다윗이 보낸 편지가 들려있는데 얼굴에는 수심이 한가득 이다.                                   


윌렘 드로소트 <목욕하는 밧세바>  103×87cm Louvr

  이 그림을 보고 사람(여자)을 이해하지 못하는 나의 어리석음이 떠올랐다. 내 생각은 단순했다. ‘좋은 게(?) 좋은 거다.’라는 막연한 생각. 그동안 ‘나는 아니다.’라고 생각한다고는 했지만, 남자와 권력자의 시선으로 그림과 세상을 보았던 거다. 물질과 권력을 향한 세상의 기준에 내 생각이 매몰되어 있었다. 성평ㄷ‘ㄴ등을 외치고 소수자의 권리를 헤아려야 한다고 말은 했지만, 생각과 입이 따로 놀았던 거다.

  다윗의 편지를 받은 밧세바의 마음은 어땠을까? 마냥 좋았을까? 

  ‘왕이면 뭐? 난 우리야를 사랑한다고. 그런데 왜 나에게 이런 말도 안 되는 편지를 보낸 거야? 내가 싫다고 하면 날 죽이려나? 아니면 우리야를 죽일까? 우리야와 나 모두 살 방법은 뭐지?’

  당연히 사람이라면 고민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렇기에 제대로 된 화가라면 ‘수심에 찬 밧세바’를 그렸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화가는 밧세바의 감정과 생각은 고려하지 않은 체 소유자의 ‘과시’ 혹은 남자 관객을 위한 ‘보여주기’로 그림을 그렸다.

  그렇다면 렘브란트의 이런 생각은 어디에서 왔을까? 렘브란트는 아내인 사스키아(돈이 많았다고 한다.)와 사별 후 두 명의 애인(?)이 있었는데, 결혼하지 않은 이유가 조금 모호하다. 사스키아가 죽으면서 유산 상속의 조건으로 재혼하지 않을 것을 남겼다. 두 번째 애인인 이 그림의 모델이기도 한 핸드리케 스토펠스와는 딸까지 낳으면서 종교 재판에 넘겨지기도 한다. 어쩌면 렘브란트는 밧세바의 모습에서 ‘나 렘브란트는 부귀영화를 쫓아다니는 사람이 아니다.’를 말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예전에도 그랬지만 지금도 사람(여자)의 마음을 잘 모르겠다. 

  이러면 좋아하겠지 라고 생각하고 행동하면 막 화를 내고, 화낼 것 같아 저렇게 행동하면 왜 했냐며 면박을 준다. 아무래도 눈치도 없고, 사람 마음을 모르는 것 같다. 

  어쩌면 이 ‘그림읽기’도 나만의 착각이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마음은 그 사람만 알 뿐이겠지. 

  그나저나 언제 사람(여자)의 마음을 알게 되려나.

작가의 이전글 구름 걸린 나뭇가지 담백한 기운이 머물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