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하는 사회.

묻지 마 범죄 남의 일이니?

by 이정훈

아 씨발

졸라 짜증 나

이딴 글 쓰려고 브런치 화면에서 헤맨 것만 30분이야.


세상이 그렇더라고

나에겐 불편하고 남에겐 늘 최적화되어 있지.

때문에 난 언제나 불만 가득한 이상한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는 거야.


생각해 봐

이딴 상업적인 공간에 글 하나 올리려고 은행 인증서며, 인증 번호며, 비밀 번호까지 처넣고도 나는 인간임을 확인하고서야 겨우 인터페이스를 대하고도 또다시 헤매고 있지. 인터 페이스가 졸라 구려서 뭐를 눌러야 연재가 시작되는 것인지, 글이 올라는 가는 것인지, 온갖 쓸데없는 망상을 하게 만들거든.


그렇게 온갖 개인 정보를 흘리고 다녀도 보안과 검증 절차가 줄기는커녕 날로 늘어만 가는 것이 너무 짜증스럽고 불편하고 싫단 말이지.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이런 걸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거야, 아니 어쩜 혼자 강박 관념처럼 푸념 아닌 헛소릴 하는 것인지도 몰라.


영악한 사람들은 아는 거지. 누군가, 뭔가 이상해하고 말하는 순간 그 사람은 이 사회의 이단아가 되기 쉽다는 것을. 뭔가 비어있거나, 성격장애가 있다거나, 반사회적인 성향을 지녔다거나 등등 이상한 사람으로 낙인이 찍히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때문에 그냥 아닥 하는 것이 편한 거지, 이상한 눈초리로부터 안전을 보장받고, 남들처럼 모두가 그러하듯 그냥 무난하게 사는 거지 그렇게 사는 것이 편하고 익숙하고 뭐 그렇거든.


처음으로 이 사회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던 것은 아마도 고등학교를 막 졸업하고 성인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하던 무렵이었던 것 같아. 사람들은 대학이란 관문을 향해 달려가고 있을 때 난 다른 생각을 하며 살았던 것 같아. 나의 책가방에는 수학 문제 풀이나 영어 단어장은 없었지만 늘 어느 철학자 사상가 종교 학자의 이야기 들이 담긴 책 한 권쯤은 품고 살았으니까. 때문이었을까? 약간은 몽상가로 약간은 혁명가로 그리고 어설픈 사회 초년생으로 살고 있었어.


종로에서 친구들과 술 한잔을 했지. 길거리에서 담배에 불을 붙여 후~ 하고 깊은 한숨과 함께 세상을 마시던 밤이었어. 길 가던 한 남성이 다가와 담배를 하나 달라며 시비가 붙은 거야. 마지막 담배는 누구한테도 주지 않던 시절, 돛대는 당연히 나의 차지가 되는 것이 마땅한 일이었어. 그래서 당당하게 대답했지.

"담배 없습니다. 요~ 앞 담배가게에 가서 사서 피셔야겠습니다."

사내넘이 빈정이 상했는지 대뜸 쌍 욕을 해대며 주먹을 날리더군

" 어린 넘의 쒜끼가 어른이 말하는데 싸~가지 없게"

아직도 난 이해가 되지 않아. 그 사내가 화를 내야 했던 이유를 알 수가 없었거든.

담배가 없다는 것에 화가 난 것이었는지, 사서 피우라는 말이 고깝게 들려서 그런 것이었는지.


그러네 이상한 일은 그다음에 벌어졌어.

그렇게 주먹다짐이 오가다 문득 주변을 돌아보니 어느새 패싸움을 하고 있더란 말이지.

이건 무순 상황? 분명 1대 1 싸움이었는데 주변에서 싸우고 있는 사람들이 대충 어림 잡아 10여 명으로 늘어난 거야. 정말 알 수 없는 사건으로 비화된 거지.


경찰들이 출동하고 소이 백차라는 것까지 등장하고서야 겨우 진정이 된, 패싸움 가담자들은 종로 경찰서 형사들 앞에 머리를 조아리는 신세가 되고 말았지.

"어디 다친 사람 손들어 보세요!" 형사가 말했어.

"그럼 다치지 않은 사람 손들어 보세요"

담배 달라며 시비 걸던 놈이 손을 들었어.

"손든 사람은 나가 보세요. 귀가하셔도 좋습니다."


"네?"

어이가 없더군.

싸움을 시작한 넘은 따로 있은데, 그 넘은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 경찰서를 나갔고

싸움에 휘말려 패싸움을 벌인 사람들만 애꿎게 법의 처벌을 받는 이상한 꼴이 되어 버린 것이지.

" 형사님. 시비를 붙인 건 저 사람이라고요. 왜 애꿎은 사람들만 붙들고 있어요?"

" 학생~~ 법이 그래. 자네도 어디 다친데 없으면 그냥 집으로 돌아가지?"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처음 1대 1로 시작된 싸움은 시비를 걸었던 사내의 친구들이 합세하면서 5대 1이 되었고

회식을 끝내고 집으로 귀가하던 인근 보험사 직원들이 이 광경을 목격하고 도와주겠다며 가세를 하자

싸움은 순식간에 패싸움으로 변하고 만 것이었다.


그렇게 정의의 사도처럼 등장했던 카드사 직원들의 처분에 대해서는 더 이상 들은 바가 없었다. 이후 검찰로 송치가 되었는지 훈방이 되었는지 혹은 다친 사람들과 합의를 본 것인지 등등 별도의 통지가 온 것도 참고인 조사를 받은 것도 없었다. 그렇게 사건은 나의 기억 속에서 잊히고 있었다.


나의 기억을 소환한 것은 그로부터 한참의 시간이 흐르고 나서였다.


길거리 싸움은 일상에서 빈번하게 발생 가능한 여지가 많은 사건이다. 때문에 싸움이 벌어지면 신고를 통해 사건이 인지되거나 피해자가 고소장을 제출하면 경찰은 가해자와 피해자 그리고 목격자를 불러 조사하고 상해 진단서나 인근의 CCTV, 기타 증거를 분석하여 검찰에 송치하게 된다. 검찰은 경찰의 수사 결과를 토대로 기소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이렇게 기소된 사건은 법원의 재판을 통해 유무죄의 판단과 형량이 부과된다.


길거리 싸움은 우발적으로 사람의 신체에 유형력을 행사하는 경우가 많아 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치 않으면 반의사 불벌죄에 해당해 처벌받지 않는다. 그러나 단순 폭행이 치료를 요하는 상해죄가 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피해자와 합의를 해도 처벌은 피할 수 없고 여러 명이 함께 폭행한 경우나 위험한 물건을 사용한 폭행은 특수 폭행으로 가중 처벌 된다. 그러나 서로 치고받는 쌍방 폭행은 어느 쪽이 먼저 주먹을 휘둘렀는지 혹은 어느 정도의 피해를 받았는지는 수사 단계에선 신경도 쓰지 않는다. 담당 형사의 그날 컨디션에 따라 사건의 경중도 당한 사람의 억울함도 달라질 뿐이었다.


"여보세요?"

"네 제가 바로~~"

"어떻게 그런 일이.. 영화도 아니고.."

그에게서 전화가 걸려 온 것은 사건이 발생하고 딱 1년이 경과된 어는 날이었다.


태호는 그날 밤 사건을 잊을 수 없었다. 길거리 싸움이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 놓은 것이다.

보험회사 동료들과 오랜만에 회식을 하던 태호는 동료와 대화를 하기 위해 담배 하나를 피워 물었다.

"야~ 아저씨 담배 하나 달라는 게 그게 그렇게 기분 나쁜가? "고성이 오가며 이내 쌍욕과 함께 주먹다짐이 이어졌다. 주변에 있던 사내 2~3명이 함께 가세를 하자 싸움은 순식간에 한 학생을 향한 다구리가 되어 버렸다.

별 관심이 없던 태호는 순간적으로 도와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거칠게 사내들을 밀쳤다.

곁에 서 있던 동료들도 합세를 하자 싸움은 순식간에 패싸움이 되고 말았다.


태호는 합의를 원했고 단순 폭행이었던 까닭에 처벌은 신경도 쓰지 않았다. 그러나 상대방의 태도가 돌변한 것은 일주일 뒤였다. 상대방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며 상해 6주 진단서를 제출하였고 형사 고발과 별개로 치료비와 위자료를 청구하는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게다가 형사소송이 진행되면 추가로 형사배상을 제기할 것이란 사실을 귀띔해 주었다.


" 혹시 묻지 마 범죄라고 들어봤어요? "

" 네? 아~ 아니요. 저는 그런 쪽에는 관심이 없어서... "

" 묻지 마 범죄는 현실에 불만이 많은 사람들이나 정신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 그리고 매일 같이 화가 난 사람 모양 씩씩거리는 사람들이나 저지르는 범죄로 알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이번 일로 이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란 사실을 알게 됐어요. 겉으론 멀쩡해 보이는 사람들도 이런 묻지 마 유형의 범죄자들이 생각보다 많더라고요. "

태호는 사뭇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한마디를 거둔다.


' 아니 길거리에서 시비가 붙어 싸운 걸 가지고 묻지 마 범죄까지..'


태호는 말을 이어갔다.

" 제가 보험사 일을 하면서 별 희한한 사람들을 정말 많이 만나는데요.. 이번에 싸운 사람이 그런 류의 사람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요. "

" 그날. 종로경찰서에 들어갔던 날 말이에요. "

형사가 말하길 '길거리 조폭들로 보이는 무리가 패거리 싸움을 하고 있다는 신고가 들어와서 큰일 났다 싶었는데 막상 출동해 보니 주먹다짐을 하고 있더랍니다. 조폭들이 주먹으로만 싸우는 건 드물어서 별거 아니겠다 싶었죠.' 그런데 조사를 하다 보니 이게 만만치 않더군요.


경태는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친구 녀석이 애인과 헤어졌다며 속상해하는 것을 달래주려 오랜만에 친구들과 모인 자리에서 횡재를 한 것 같은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발단은 담배가 다 떨어지고 지갑마저 가벼웠던 친구들이 담배 사 오기 게임을 하면서 발생했다. " 야~ 승준아 네가 먼저 해. 네가 해서 성공하면 다음엔 내가 갈 테니까. "

승준은 어려서부터 숫기가 없던 녀석이었다. 동네 불알친구이기도 한 승준과 태석 그리고 병철과 성남은 모두가 홍제동 판자촌 산동네에 살던 친구들이었다. 서울의 변두리에 자리한 산동네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무언가 결핍되어 있다는 사실에 놀라울 정도로 익숙해 있었다. 그러나 생존 본능에 충실했던 까닭에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소이 처세술이란 것을 저마다 체득하고 있었다. 그런 아이들이 성인이 되고 가장 혈기가 왕성한 나이가 되고 보니 세상에 무서울 게 없었다.


태석은 공사판에 나가 하루 벌어 하루 사는 놈이었고 병철은 금속 제조 공장에 취직한 공돌이 었다. 그나마 승준과 성남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 물을 마셔본 놈들이라 친구들 사이가 어려서 처럼 그리 살갑지는 않았다. 성인이 되면서 자기들도 서로 다른 길을 가고 있다는 사실을, 끼리끼리 어울리고 있다는 사실을 애써 부정하지는 않았다. 단지 누군가 나서서 먼저 말을 하려 하지 않았을 뿐이었다.


" 야 경태야 그래도 네가 먼저 시범을 보여야 우리가 따라 하던가 할거 아니야~"

승준이 말했다.

경태는 언제나 무리의 우두머리 역할을 했다. 초등학교 때도 중학교 때도 그리고 고등학교를 거쳐 성인이 되고 사회생활을 시작한 때에도 경태는 언제나 다섯 친구들의 리더이자 몰이꾼이었다. 누구 하나 불만을 토로하거나 반기를 들지 않았다. 경태가 얼마나 무서운 녀석인지 동네 친구들은 잘 알 고 있었던 까닭이다.


그렇게 시작된 게임은 골목길을 서성이던 한 녀석을 다구리 치는 걸로 시마이 하고 있었다. 한 녀석쯤은 너무 손쉬운 상대였다. 녀석에게 잘못이 있었던 건 아니다. 단지 그 시간에 동네 친구들 눈에 걸린 것이 녀석의 운이었을 뿐이었다. 그런데 순식간에 패싸움으로 비화되고 말았다. 길거리 의인들이 등장한 것이다. 서너 명 회사원들이 친구들을 향해 돌진했고 난투극은 결국 경찰서로 연행되며 막을 내렸다. 덕분에 공돈이 생기게 되었으니 담배 한 개비가 가져다준 행운이었다.


세상은 요지경이다.

나의 불행은 누군가의 행운으로 그리고 누군가의 행운은 또 다른 사건을 촉발시키는 촉매제가 되기도 한다. 서로 물고 물리며 살아가는 세상이다. 살다 보면 이상한 사건들과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그러한 상황들로부터 슬기롭게 헤어 나는 방법을 알게 한다. 세상에 묻지 마 범죄는 없다. 이유 없는 무덤이 없듯 누구도 이유를 묻지 않았을 뿐이다.


누군가의 붏행이나 좌절의 원인은 타인에게 있을 가능성이 높다. 경제적 빈곤이나 실직 그리고 어려운 처지에 놓인 사람들의 속삭이는 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은 당신과 그들의 적개심이 불특정 다수에게 폭발할 때까지 모른 척 미루어 둔 이 사회의 체계와 시스템의 문제 일수도 있다. 가족이나 친구 혹은 동료들과의 관계가 단절된 사람들, 사회적으로 고립된 상황이 지속적인 스트레스로 작용하는 사람에게 만성적인 분노가 쌓이고 이를 해소할 기회를 갖지 못하는 것이 한 사람의 잘못으로 몰고 갈 일은 아니다. 심한 망상이나 환각 혹은 이와 비슷한 다양한 정신질환에도 불구하고 타인의 고통에 무감각해지고 자신의 행동에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는 정서적 유대 관계가 어려운 사람이라도 그것이 곧 묻지 마 범죄의 원인이란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달라이 라마는 옴마니 반메훔을 외치는 수행자는 그 뜻을 알고 명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옴(Om)은 수행자의 부정한 몸과 말 그리고 마음을 부처의 청정한 몸과 말 그리고 말의 상태로 바꿀 수 있음을 나타내고 마니(Mani)는 깨달음, 자비, 사랑과 같은 이타적인 마음을 나타내는 보석이자 방편을 상징한다고 한다. 보석이 가난을 없애주듯 윤회의 고통에서 벗어나게 하는 힘이 되는 것이다. 반메(Padme)는 연꽃이다. 지혜를 상징한다. 더러운 진흙에서 자란 연꽃이 더러움에 물들지 않듯 지혜는 사람을 모순된 상태에서 벗어나게 하고 모든 현상이 공함을 깨닫게 해 준다고 해석한다. 훔( Hum)은 방편과 지혜의 결합을 상징한다. 이 두 가지를 함께 수행할 때 비로소 깨달음을 얻고 완전한 경지에 도달할 수 있다는 의미를 지녔다고 한다. 옴마니 반메훔은 단순한 염송이 아니라 방편과 지혜를 함께 닦아 깨달음을 얻는 수행의 길을 나타내는 가르침인 것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ikkiEfhCi_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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