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사회

이왕이면 다홍치마

by 이정훈

대한민국은 인구 천명당 성형수술 세계 1위인 나라이다.

재건 성형뿐 아니라 미용 성형 분야에서

단연 세계 최고의 수술 실적과 임상경험을 지닌 나라이다.

중국이나 일본 전 세계 사람들이 성형 관광을 위해 찾는 나라이다.

가격도 싸다.

미용인지 꼭 필요한 의료 행위인지 경계도 없다.

부작용 걱정도 안 한다.

일 터지면 알아서 수습할 일이다.


사람들은 외모로 판단한다.

백화점, 상점, 심지어 식당에서도 사람들의 평가는 외모로 이루어진다.

몸에 휘감은 옷과 신발 그리고 목과 귀, 팔에 걸치고 꿰뚫은 장식품으로 1차 스캔을 한다.

2차는 사람의 생김새다.

얼굴의 좌우가 반듯하게 생겼는지

피부는 더럽거나 관리가 안되어 있거나 검게 그을리지는 않았는지

피부에 반점에 있거나 검버섯이라도 피어 있으면 한 마디 들을 각오를 해야 한다.


‘요즘은 레이저 기술도 뛰어나다던데...’


한국 사회는 개인의 성공이나 사회적 지위가 외모 따라가는 나라이다.

취업 면접도 사회생활도 옆 동료와 상사 그리고 거래처 사람들조차

이쁘고 잘 생기면 일도 술술 잘 풀린다.

일 이전에 사람에게 호감이 가는 것을 어찌하겠는가.

마음은 콩밭에 가 있는 것을...


미디어 영향도 있다.

K-Pop, 드라마 등 한류 콘텐츠가 확산되며 미의 기준이 되어 버렸다.

유명 연예인들의 성형 소식은 곧 화재가 되고 광고가 되는 시대인 것이다.

TV에서 흘러나오는 상당량의 광고 역시 건강과 아름다움에 대한 것이다.

그 수를 헤아릴 수 없는 건강 보조재와 다이어트 보조재가 떠 다닌다.

광고뿐 아니라 정규 방송의 주요한 주제이자 소재이기도 하다.

제약회사, 건강기능식품회사, TV, 온라인, SNS 온갖 구멍에서

아름다운 돈의 냄새가 흘러나온다.

위고비, 마운자로, 바이오코어 등등등

건강 기능 식품인지 의약품인지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다.

먹고 죽지만 않으면

아름다워진다는데...



한국인들은 잘생기고 아름다운 것에 대한 두려움 혹은 컴플랙스가 많다.

개인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의 한국인들이 부정할 수 없는 것이 하나 있다.

어려서부터 채득 된 잘난 사람들에 대한 열등감이다.


나의 어린 시절 학교 생활은 즐겁지 않았다.

아니 지옥 같았다

그나마

서울이란 환경 덕에

몇 시간을 걸어서 학교에 갔다느니

소를 몰고, 어린 동생을 등에 업고 등교하였다느니

밭일 때문에, 논농사 때문에 학교는 이틀에 한번 걸러 다녔다는 등의

에피소드는 없다.


그러나 서울도 지방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저 서울이란 단어가 붙은 또 다른 지방이었을 뿐이었다.


학교 가면

아이들이 앉는 책상 줄마다 줄 반장이 있었고

온갖 종류의 감투들이 학생 숫자대로 계급처럼 매겨져 있었다.

청소 반장, 체육 반장 등등

이런 명칭을 받은 아이들은 언제나 서열로 정리되는

소이 기득권에 가까운 아이들이었다.

집이 부자이거나, 어머니가 학교에 자주 온다거나

학부모회 모임 간부이거나 관공서의 직책이 있다거나 등

소이 알만한 사람들의 자제분이란 꼬리표 덕을 본다는 말이다.


그런데 더 기분 나쁜 것은

그런 아이들은 하나 같이

성격도 좋고 잘생겼거나 이쁘게 생겼고

무엇보다 몸에는 귀티라는 것이 흘렀다.

코 찔찔이 찌질한 아이들과는 차원이 다른 아이들인 것이다.


왜 이런 거지 같은 일들이

어린아이들의 교육 환경에 뿌리를 두고 있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딱히 근거가 있거나 통계로 잡히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아이들의 머리엔

누군가에 대한

무언가에 대한

컴플랙스가 자리하고 있다.

그런 교육과 시스템은 이미 아이들의 영혼을 갉아먹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세뇌 아닌 세뇌된 머리는 어른이 되어서도

습성을 잃지 않고 직장에서 회사에서 끝없이 발현되고 반복된다.


이대리 오늘 이쁘더라.

그건 어디서 샀어? 그 백화점 이쁜 거 많던데...

김 과장님 오늘 젊어 보이십니다.

약 챙겨 드시나 봐요.

에~~ 이. 아니야~~

그냥 조깅 좀 하고 헬스 좀 다니고 뭐 그런 거지...

저 벼~~ 엉~~ 신 쒜끼!!

걷지도 못하는 새끼가...

아이고 저런 걸 어디다 가져다 쓴다고...

저건 곰보네

소보로빵? ㅋㅋㅋ


헥~헥~헥~헥

달리기 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먹고사는 것이 바빠 공원 한번 찾는 것이 쉽지 않던 태호였다.

젠~장 여기는 왜 이렇게 힘든 거야

유독 숨이 차는 구간을 걸어가던 태호는 순간 경악했다.

야~~ 위험해~~

사람이 호수에 빠진 것이다.

순식간에 애 엄마의 찢어지는 비명 소리가 울렸다.

여기저기서 웅성거리는 소리와 함께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다행히 한 시민이 빠르게 뛰어들어 아이를 건져 냈다.

폭 2m 남짓한 데크를 걸어가던 아이가 순간 호수로 빨려든 사건이었다.


그놈 잡았어?

청년들이 잡으러 간 것 같긴 한데...

뭐야?... 왜 그래?...

왜 이런 사건이 안 터지나 했다. 쯧쯧쯧

내일 아닌 냥 구경꾼들의 한탄인지 남 탓인지 알 수 없는 말들이 터져 나왔다.


공원에서 전동스쿠터 타는 놈들부터 다 잡아야 해요.

맞아 맞아

자전거 길하고 연결된 것도 위험한데

이젠 달리기 하는 놈들까지 설치고 다니니... 쯧쯧...


귓구멍에 이어폰 달고 제 몸뚱이 가꾸겠다고

저녁 마다 공원으로 몰려든...

소이 달리기 동호회 청년들 무리가 일으킨 사건이었다.


건강에 관심이 많아지고 경제적인 여유로 즐길 수 있는 운동이 제한적인 상황이 되자

청년들은 알량한 몸뚱이 하나로 할 수 있는 몸 가꾸기 프로제에 열심이었다.

처음엔 한두 놈이 뛰더니 두세 놈이 되고

그새 서너 놈이 너덧놈으로 불었다.

그리고 이젠 떼거리가 공원을 휘저으며 다녔다.


호수 옆으로 이어진 데크는 평소에도 위험한 구간이었다.

공원이 생긴 지 상당한 시간이 지나면서

시설들이 하나 둘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좁은 폭의 데크는 1km 이상 호수 옆을 가로질러 다양한 산책로와 연결되어 있었다.

공원을 산책하는 사람은 물론 자전거, 전기 스쿠터가 오갔다.

게다가 이젠 달리기 하는 시민들의 하중까지 더해져

데크는 낡은 속살을 더 빨리 드러내고 있었다.

여기저기 부서지고 무너져 해마다 수리를 하곤 했다.

태호는 고혈압을 다스려야겠다는 일념으로 일찌감치 달리기를 하던 차였다.

달리기 하는 인구가 늘면서 태호도 심심치 않게 시민들의 따가운 눈초리를 받곤 했다.


덩치가 큰 청년들이 떼거리로 데크를 달리면

겁먹은 사람들은 데크 난간을 잡고 한쪽으로 밀려났다.

쿵쿵거리는 소리에 화들짝 놀란 아이들의 비명이 흐르기도 했다.

청년들의 막무가내 행진은 사실 건강을 위한 것도 아니었다.

떼거리로 몰려다니며 누군가는 더 인내심 많고 더 건강하고 더 오래 달릴 수 있다는

일종의 오기 같은 것이었다.

혼자서는 달릴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남들과 경쟁하는 것이 습성으로 붙은 아이들의 치대기 같은 것이었다.


제 몸뚱이 하나 뽐내겠다고 달리기 하다 사고 발생하면...

형법 제366조 재물 손괴죄(타인의 소유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 원 이하의 벌금

형법 제367조 공익건조물 파괴죄(가로등, CCTV, 가드레일 등 공공시설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

형법 제257조 상해죄가 성립될 수도 있는 사안이었다.


청년들만 그런 것은 아니었다.

이젠 100세 시대라며 늙은이들도 공원으로 몰려들었다.

파룬궁(法輪功)이었다. 문제는 없다. 아니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다.

단지 그들이 집단적으로 공원을 소리로 장악하고 있다는 것이 태호는 불편했다.

고성방가(高聲放歌)에 가까운 음악이 문제였다.

몇 dB인지도 알 수 없는 고음이 확성기와 스피커를 통해 밤낮으로 굴 다리를 울렸다.

노인들의 건강을 위한 운동 시간임을 알리는 통보였다.

이 나라는 고도의 법률 체계가 너무도 잘 갖추어진...

전 세계적으로도 몇 안 되는 나라이다.

소음은 소음 진동 관리법과 환경 정책 기본법으로 다스린다.

고성방가는 경범죄 처벌법과 스토킹 처벌법으로 다스린다.

인근 소란죄이다.

생활 소음(공사장 소음)은 주거지역 주간 65dB, 야간 60dB이다

산업 안전법 보건 기준이 정한 작업성 소음은 8시간 기준 85dB이다.

게다가 층간소음은 낮시간 1분 기준 39dB이고 1시간 이내 최고 3회 57dB이다.


불법이다.

태호는 데크를 달리던 한 청년을 붙들고

데크에선 걸어 다니자고 말했다가 봉변을 당했다.

자기 몸뚱이 소중한 거 알면

다른 사람 안전도 생각해야 하는 것 아니겠느냐는 말에

청년은 화를 냈다.

운동하는 사람 붙들고 시비 거느냐고 따졌다.

당신이 뭔데 운동 방해 하냐고 대들었다.

데크에서 뛰는 게 불법이냐고 따져 물었다.

쌍욕을 했다.

그리곤 신고를 했다.

경찰을 불렀다.


창시자로 알려진 리훙쯔(李洪志)는 파룬따파를 심신 수렵법이라 했다.

진실과 선량 그리고 인내를 핵심원리로 하는 5가지 연공 동작과 명상을 통해

몸과 마음을 함께 닦는 것을 강조했다.

중국에만 7천에서 1억의 수련자가 있다고 했다.

그 숫자가 너무 많아 중국 공산당은 파룬궁을 사교로 규정하고 박해를 하기까지 했다.

그런 파룬궁이 이 땅에서 다시 한번 노인들의 건강을 위해

음악의 볼륨을 높이고 있었던 것이다.

이것도 불법이다.


아름다워지고 싶은가?

건강해지고 싶은가?

법대로 해라.

태호는 머리가 복잡했다.

사회가 그런 걸 뭐 이렇게 까지....

keyword
이전 04화자영업자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