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박소진



나는 우리를 울게 내버려 뒀다




생각만큼 되지 않는 일도, 생각대로 되는 일도 다 나의 것이었다. 그것은 나를 지나온 수많은 오늘의 조각들과, 나를 지나치지 않는 예감의 조각을 나의 거울로 비추는 일이었다. 원래부터 가장 큰 행운은 늘 내 것이 아니었기에, 그 사실을 내가 완전히 알아버리게 되기까지 그 오랜 시간을 내가 나를 원망하던 시간이었다. 내가 누군가를 부러워하던 날이었고, 내 세상을 내게 주지 못한다는 나보다 더 큰 사람들에 대해 소음을 내던 청춘이었다. 내 마음을 언제나 내가 밟고 갔다. 내가 할 일은 내팽개쳐둔 내 발자국을 보는 일이었다.


언제나 허약했다. 그것이 내 것 아니라는 결핍은 사람에 대하여서도 다르지 않았다. 흑점처럼 까만 내 머리 위에 항상 그 사람이 있었고,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암흑의 빅뱅처럼 나는 온통 까마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별처럼 쏟아질 우주를 기다리던 나였다. 사랑에 대한 일종의 허약함은 내 입으로 행운을 내치는 방식으로 표현되었다. 그때 내게 올 운이라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할 수 있는 미래 같은 거였다. 멀리 온 지금, 다시 그때의 연약했던 시절들을 생각해보면 온통 나는 내게 올 행운이라 믿을 수 있던, 말도 되지 않을 기적 같은 일들을 미성숙하다는 이유로 멀리 내 삶에서 떠나보낸 것들 투성이다.


생을 지배하는 순간의 모든 결정은 결국 스스로 정하는 것이었다. 어떤 순간은 살아가는 것 같지 않게 지나갔다. 또 어떤 순간은 가장 그리운 향기를 데려오고, 또 다른 많은 순간들은 나를 상처 내고, 다시 위로한다. 많은 일들이 지금의 내게는 이미 지난 일들이고, 그래서 다시 올 수 없을 나의 사랑하던 사람을 생각하고 구하는 일이 헛되지 않다. 언젠가의 내게 일어날 수 있었을 사건들을 다시 생각한다. 우리가 좀 더 사랑하기로 했다면, 우리가 좀 더 우리를 아꼈다면, 우리가 좀 더 말을 아꼈다면, 우리가 좀 더 우리였다면.


돌아갈 수 없는 날들이 많이 있다. 그리고 여기 굳게 서서 내가 그때로 돌아간다면, 내가 할 수 있는 많은 선택 중 나는 무엇을 장담할 수 있을까. 일어날 수 없는 일을 생각하는 것은 어쩌면 다시 어떤 '운'이라는 화살은 어디로 가서 맺힐까. 수많은 선택과 내가 하지도 않은 결정들은 나를 지금으로 데려왔을까. 나와는 영영 멀어져 내게 닿을 수 없게 된 또 다른 나의 생에 대해 상상한다. 쓸쓸히 더듬을 또 다른 지금을.


아무리 노력해도 되지 않는 것이 있다. 우리의 진짜 삶. 시험, 취직, 사랑, 돈벌이, 제대로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는 많은 소란들. 신에게 간절히 구하는 일 말고, 어떤 운이 내 머리 위를 비껴가고, 내 머리 위에 앉을 것인지, 가끔 어깨에 앉아 내가 더 잘 보이게 해 줄 수는 있는지. 어떤 경우의 수를 셈해본다. 우연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운명이라고 한다면, 여기 이 경우는 어떤가. 아이가 셋인 친구가 있다. 그녀와 그녀의 남편, 그리고 아이 셋은 태어난 날이 모두 같다. 모두 15일에 태어났다. 놀라워하는 내게 그녀는 말했다. "계획한 게 아니야. 그냥 우연이 그랬어."


우연이 삶에 작동하기 시작하면, 머리 위 까만 우주에 나도 모르게 뜨거운 생명이 태어난다. 별들이 쏟아지고, 그 별이 내 얼굴 위로 흩어질 것이다. 내가 슬플 오늘과, 꽉 차게 기쁠 오늘과, 심연으로 떨어질 절망과, 또 거기까지 떨어진 별을 길어 올릴 희망을 살아갈 수도 놓칠 수도 있을 것이다. 모든 별들을 다 알아차릴 수 없으니까 떨어진 별들을 바라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그대라는, 내게 모든 것이었던 삶의 운. 그때였을지도 모를 행운을 결국 잃어버린 지금, 이 역시 어떤 운명의 선이라고 여겨보는 여지를 남겨둔다. 그렇다면 누군가는 지난 시간을 용서할 수도, 더욱 사랑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아프던 시절을 더듬어 펑펑 울게 내 버려두고, 언젠간 또다시 울 수도 있을 순간을 남겨둘 것이다. 오늘은 다시 오지 않을 운명의 어떤 날이다. 나도 모르게 다다른 운명의 선 위에 흩어진 별들을 가끔은 주워 모아야 하니까.


Bielefeld, Kunsthalle, Sojin Park


슬라이드6.PNG 박소진 시인의 <이것도 시라는 믿음> 프로젝트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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