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비둘기를 맨손으로 집어서 쓰레기통에 버려주는 사람을 보았다. 부서진 날개는 굳은 석고 같았으나, 마지막으로 누군가와 악수하고 싶은 모습이다. 천장이 있는 지상 주차장 안, 조금 넉넉한 기둥의 사이는 비둘기가 집을 짓기 참 좋은 공간이다. 새는 자주 이곳에서 죽는다. 비행하는 각도가 위태롭고, 날갯짓 밑의 사람들은 불쾌하다. 종종 차는 미처 보지 못한 이 작은 새를 밟고 간다. 어떠한 이유에서도 누구의 잘못도 아닌, 아무도 알아채지 못하는 방식으로 비둘기는 죽는다. 연고 없는 죽음 이후를 위해 선뜻 나서는 사람은 없다. 모두 누구의 잘못도 아닌, 누구의 몫도 아닌 마무리를 피한다. 어느 날, 나는 이 죽음을 보지 못한 채 밟을 뻔했다. 약간의 비명을 질렀고, 호들갑을 떨자, 뒤에 오는 남자가 비둘기의 날개를 집었다.
종종 이런 마음에 대해 생각한다. 죽은 비둘기를 만질 수 있는 용기라든지, 독일 길이나 집 앞바닥에 꽂힌 걸림돌*에 무릎을 꿇고, 그것을 닦는 사람의 손길을 떠올린다. 빵 한 조각을 공원의 새와 나눠 먹는 사람의 마음을 훔쳐보고, 사람의 삶에 대해 상상해본다. 사실 아무 맥락도 없는 생을 짐작해보는 일은 선뜻 위험한 일이지만 여기에는 믿음직한 근거가 있다. 선함에 대한 생각. 그것은 가장 고요한 곳에서 아무도 모르게 솟아나는 마음이다. 비둘기가 더 부서지기 전에 거두는 용기에는 누군가를 증오하거나, 그로부터 시작할 악함이 있을까? 무엇인가를 생각하는 마음은 아주 작은 순간에 타인에게 어떻게든 가 닿아 그들에게 지금을 생각할 수 있는 여지를 준다.
비록 어떤 일의 시작이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할지라도, 그런데도, 지금 일어나고 있는 우리들의 어떠한 일은 누군가에게는 아주 커다란 날갯짓이다. 거기에는 화자, 활자, 행동의 반경, 우리가 보는 모든 풍경이 포함된다. 그리고 영영 알지 못할 청자에게로 날아간다. 과연 타자의 마음에 이 작은 시도는 어떤 장면으로 기억시킬 수 있을까? 보이지 않는 이 힘의 정체는 지금의 나를, 우리를 돌아보게 한다. 누군가를 향한 편견과 위선을 닮은 관용과 착각과 같이 우리가 쉽게 놓치고 있는 작은 실수와 마음의 결을 다시 들춘다.
어느 하루는 숲속에 산마늘 나물이 가득하게 핀 장소를 발견했다. 흔히 ‘명이 나물’이라고도 부르는 귀한 식물이다. 아무것도 없을 법한, 상수리나무가 가득한 숲 속에 한 계절 훨씬 이전에 떨어진 낙엽 밭을 뚫고 나온다. 얇은 초록빛이 조그마한 탄성을 내뱉는다. 감탄의 감정이 끝내 닿는 곳에는 다양한 풍경이 펼쳐졌다. 우리가 가진 여러 이야기, 지금과 미래에 있을 어떤 기대들, 지금의 후회 같은 여러 모양을 가진 장면을 생각한다. 그리고 아무것도 없어 보이는 마음속 깊은 구멍에서 무언가 솟아난다. 우리가 있는 지금에서 내게 닿아 퍼지는 또 다른 생각들. 비록 산마늘밭이 아니었어도, 이미 모든 곳에서 가능하다. 내가 주차장에서 본 그 남자는 무엇을 위해 죽은 비둘기를 만질 용기가 났을까? 왜 앞집 할아버지는 매일같이 자신의 부인이 묻힌 묘지에 가는 걸까? 왜 이미 이곳에 없는 그 누군가의 표적을 도대체 왜 상관없는 사람이 매만지는가? 왜 우리는 영영 만날 수 없는 사람을 위해 마음을 쓰는가? 너는 왜 여기에 있는지, 우리는 왜 이렇게 서로를 사랑하고,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지, 그리고 또 우리가 알지 못하는 많은 이들은 도대체 무엇을 위해 삶이 가진 작은 빛의 조각을 보여주려고 하는지.
시청 앞에 겨울철에 유난히 날아다니는 박새를 위해 무료로 모이 그물을 나누어 준다는 안내가 붙었다. 또 오늘은 특별히 헌혈의 날이라는 것을 알리는 포스터 앞에 꽤 많은 사람이 모여 있는 것을 보면서 생각한다. 아무것도 없는 구멍에서 언제나 마음이 솟아나고, 그것은 또 누군가에게 희망을 맺게 해 준다고. 그리고 여기에는 분명한 증거가 있다. 따뜻해지는 마음. 이 마음은 일상의 작은 순간에서 몽글몽글한 삶의 모습을 발견하게 한다. 그것은 아주 찰나, 작은 것이다. 산마늘을 발견하거나, 죽은 비둘기를 거두거나, 새 모이를 나눠주거나, 우리 같이 헌혈하자는 말을 담은 포스터처럼 사소하고, 지나치기 쉬운 것이다. 우리가 이 작고 작은 마음을 발견하는 순간, 삶은 우리를 쉽게 절망토록 내버려 두지 않는다.
<사진 1 : ”우리의 작은 새를 위한 먹이를 주세요” 내용을 담은 안내문, 본인 촬영>
이 계절, 초록 이끼가 엄마 등에 붙은 아이처럼 한껏 피어난다. 또 죽은 줄 알았던 꽃이 원래 자신의 자리에서 다시 봉우리를 맺을 준비를 한다. 아무것도 없어 보이는, 우리가 깊은 바닥이라고 말하는 우리의 어딘가에서 어떻게든 의미 있는 과정으로 맺힐 작은 힘이 터져 나오고 있다. 이제 곧 여름, 나는 이 찌는듯한 여름의 태양이 좋다. 한낮의 청춘을 닮았으니까. 생의 절정의 아래에서 우리는 또 얼마나 의미 있는 장면 속에 있는가? 지금의 순간에, 더욱 귀를 기울인다. 지금 당신은 무엇을 보는가?
걸림돌* : 제2차 세계대전 때 유대인 수용소로 끌려간 사람들을 기억하기 위해, 길 위 곳곳에 피해자의 성명, 나이, 수용소에 수용된 이유, 사망한 날을 적어 박아 놓은 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