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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소진 May 18. 2021

당신의 지금

행복의 정의




  행복의 정의




  아주 작고 작은 순간에도 비슷한 마음을 공유할 수 있는 웃음. 결혼 생활 십 년이 조금 넘은 지금, 행복은 아주 가까이에 있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알기 시작했다. 행복은 식탁 위에 분명히 맺힌 서로의 말, 그 속에 공존하는 웃음 사이에 배어 있다. 내가 만든 요리를 차리고, 남편과 아이들이 둘러앉는다. 아이가 어릴 때부터 해외 생활을 시작했는데, 매 식사를 할 때면 마치 자발적 고립이 준 깊은 연대를 경험하게 된다. 갓 지은 밥과 한국식 찌개 따위를 끓여 내놓으면 식구들은 호호 불어먹다가 조금 배가 차다 싶자, 각자의 이야기를 쏟아낸다. 볼 가득히 밥을 넣고 오물거리며 "엄마, 수수께끼 맞춰봐!" "고기는 어디서부터 와?" "왜 비가 와?" 등의 아주 다양한 주제의 질문을 한다. 그 덕분에 식사 시간은 꽤 소란스럽고, 오래 걸린다. 외딴 섬에 우리끼리 놀러 가, 종일 즐겁게 돌아다니다 허기를 느낀 후 한군데 모여 모닥불을 피우고 함께 웃으며 서로를 바라보면 이런 느낌일까?


 같은 시공간에 있어도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아주 찰나의 순간이 있는데, 우리의 식사 시간 속에서 내가 약간 거리를 두고 남편과 아이들을 바라볼 때가 그렇다. 지금을 타자화시키며 식구들을 바라보다 보면 나도 절로 미소를 짓는데 '남편 배가 많이 나왔네, 둘째 아이 머리를 좀 깎아야겠다, 꼬맹이 시절이 어제였는데, 키가 많이 컸네, 우리 아이들 많이 자랐네.' 하면서 그리 오래되지 않은 어제의 일들을 내 밥 위에 올려놓게 된다. 시절을 생각하는 것, 행복은 이것부터 시작된다. 아주 가까이에서, 생각보다 쉬운 방식으로. 냉장고 위에 붙여 놓은 아이의 그림과 손편지, 셀카로 찍어 내 얼굴만 크게 나온 가족사진, 밥상 위의 즐거운 대화, 와 같은 것을 공유하는 중에 일어나는 수많은 감정이 매듭지어진 다정함의 증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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