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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소진 Jul 10. 2021

희망을 엮는 삶의 매듭





어떤 날은 나만 알 것 같은 글을 쓰고, 어떤 날은 쉬운 시를 쓰고, 어떤 날은 남의 말을 베껴 쓴 것 같은 사람이 유명해지는 것을 보고, 어떤 날은 못된 문장도 예술이라고 말하는 것을 보고, 어떤 날은 가장 가난한 사람은 글을 쓰지 못한다는 댓글도 보고, 어떤 날은 내 글에 위로받는 사람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하늘을 날 것 같다가도 어떤 날은 결국 구멍 난 바지에 바느질을 하듯 다시 한 단어, 한 단어를 꿰매고 고른다.   


나의 책상은 동굴이다. 언제나 열려 있지만 들어가기 어려운 사건을 마주하는 곳이다. 아름답고도 불행한 여행의 출발점이자 목적지이다. 눈앞이 거의 보이지 않는 눈보라가 치는 곳이다. 거기에는 고질적인 우울함이 있고, 결말에 대한 수백 개의 가능성이 있고, 낯선 나와의 말다툼이 있다. 그러다 가장 나종에 오는 것은 분명 사랑스러운 희망이다. 수많은 글감이 마침내 닿아야 하는 나의 목적지는 아무도 부정할 수 없을 가장 근본적인 삶의 희망이다. 근래에 쓴 글이 모두 이러했다. 코로나라는 절망의 계절을 관통하며 사람의 표정을 보았다. 대지의 색을 눈동자에 조금씩 덜어와 채도와 명도 그대로인 모습을 마음에 담는다. 다행히 색깔과 냄새와 소리를 좋아하는 태도가 도움을 준다. 계절에 안겨 시절을 기록하는 것의 처음은 절망과 고통이었으나 그것이 결국 마지막 문단에 가서는 희망으로 바뀌어 있다. 우두커니 숨을 쉬고 오늘을 꺼내어 기억하면 이내 문장이 다가와 나를 안아 준다. 내가 꿰매고 엮은 단어와 단어가 만나 서로를 안는다. 서로 엉켜 있는 것이 희망이 아니라면 무엇이겠는가. 단어들은 문장이 되고 그리고 곧 글이 된다. 그리고 자기의 방식으로 서로를 알아본다. 서로의 품에 진심이 스민다. 문장은 곧 나를 토닥인다. 그러면 나도 할 수 있는 한 가장 크게 팔을 벌려 안는다. 그리고 이것을 잊지 않는다. 깍지를 끼고 다음을 약속하듯 마침표를 찍는 것을.   


오로지 혼자 남겨진 것 같은 섬 위에 있었더라도 삶을 두고 함부로 도망치지 않았던 이유는 지금의 순간이 쉽게 흘러가 버리지 않게 꽁꽁 힘을 주고 동여맸기 때문이다. 있는 힘껏 사랑하고, 고독과 감정의 기복이 가득한 삶의 순간에 터져 나오던 것은 달큼한 과즙 같은 희망이었다. 다행히 희망 사이에는 사람이 있었다. 가족이 만들어 주는 대화, 함께 생각하는 미래, 지금의 나쁜 감정은 곧 짓이겨지고, 어떻게든 결이 비슷한 모습의 희망과 다정히 포개질 것이라고. 매듭 사이에 끼이고 짓이겨진 많은 감정과 사건은 결국 어떤 모양의 끝을 만든다. 매듭지어진 결론은 내가 조절할 수 없는 절정의 감정, 그러니까 분노, 결핍, 질투, 나를 한 없이 피로하게 하는 밑바닥의 감정을 그대로 흐르도록 내버려 두지만은 않는다. 그러한 것들은 결국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심연에 가득 차 있는 기억의 잔상이 새롭고도 낯선 오늘의 일상을 만들어 준다. 두 번 다시 오늘과 같은 슬픔은 겪지 않겠다고, 다시 한번 더 기회를 얻으면 그때는 더 잘해보겠다고, 또 한 번 오늘과 같은 행복을 느껴보고 싶다고. 이 기억의 순환은 곧 다가올 미래의 그리고 나의 삶의 가장 처음의 시작일 것이다. 이것은 의미 있는 방식으로 오늘을 빚어내고 기억하고 또 다음으로 나아가게 돕겠지. 나의 삶을 다채롭게 채색한 다양한 경험과 그로부터 시작된 감정은 한 겹, 한 겹, 도톰한 두께로 가장 나중의 희망을 향해 엮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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