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연히 빛나는 창을 넘어 하얀 조각들이 공중으로 사라진다. 마치 어떤 고장의 바다 위를 날던 날치 떼 같았다. 뾰족하게 가시 돋친 비늘이 유리창에 붙어 있고, 그 위를 뿌유스런 안개가 살포시 덮었다. 괜히 마음을 쏟아 보고 싶어져 눈을 가까이 대보았다. 다감한 마음이 든다. 시원하게 새벽바람과 달리다 유리에 부딪혔다. 그 자리에서 뿌리내려 겨울꽃을 담상담상 피워냈다. 그리고 이 꽃은 매끄럽고 차가운 유리 바다 위에서 찰방찰방 가시 별을 띄운다.
여러 계절이 왔다가 가고, 다시 왔다가 갔다. 유리 바다를 가득 채우던 겨울의 조각은 다음 계절의 파도에 밀려가 영영 오지 않을 것 같다가도 결국에야 다시 왔다. 나는 길을 걷다 유난히 얼어붙은 창문 앞에 서있다. 흰 겨울꽃들이 옹기종기 엉겨 붙어 서로를 껴안고 있다. 그 모양 하나하나 예쁜데, 이제껏 봐본 적 없는 모양이다. 눈의 조각조각이 천 개로 나뉘어 생긴다는 이 작은 결정 위로 햇살이 참참이 내려오고 있었다. 이제 눈이 녹는다. 얼어붙은 창문을 활짝 열기 전, 이 계절의 가장 예쁜 마지막 안녕을 앞세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