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타이머를 이용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2022년 10월 17일 월요일 늦은 밤 11:33
8시 조금 넘어 퇴근을 했습니다. 집에 와서 간단한 식사를 했습니다. 이미 저녁을 먹은 아들은 계란말이가 먹고 싶다고 함께 식탁에 앉아서 종알종알 이야기를 합니다. 환절기 목감기로 인해 아침 일찍 아빠와 병원을 들렸다가 둘이서 시내버스를 타고 유치원으로 향합니다. 매번 셔틀버스를 타고 다니는 아들은 같은 버스인데도 시내버스가 재미있나 봅니다. 처음에는 지하철을 타고 가겠다고 주장을 했지만, 마침 출근길 시위가 있다는 소식을 아내에게 들은 아빠는 아들을 설득해봅니다.
"아들, 지하철보다 시내버스가 훨씬 더 재미있어. 주변 풍경도 볼 수 있고, 내릴 때는 STOP 버튼을 누르면 빨간색 불도 들어와. 어때 재미있겠지?"
아들은 잠시 고민을 하더니, 이내 쿨하게 동의를 하고 버스정류장으로 향합니다. 아들의 노란색 유치원 가방과 파란색 책가방(보조가방) 그리고 아빠의 검정 가방을 들고는 버스에 올라탑니다. 다행히 혼잡한 출근시간이 지나서 버스에는 자리가 많네요. 아들은 잠시 고민을 하다가 맨 뒷자리에 앉습니다. 그리고는 아빠를 향해 서둘러 손짓합니다. 그 작은 손짓이 귀엽기만 합니다.
아빠는 아내에게 보내줄 인증사진부터 찍습니다.
아들을 유치원에 데려다주는 일은 한 달에 1~2번도 되지 않습니다. 그 시간을 기록하기 위해서 찍기도 하고, 아내에게 둘이 잘 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찍기도 합니다. 그렇게 찍은 기록들이 아름다운 추억이 됩니다. 가능하다면 동일한 공간에서 비슷한 포즈로 찍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면 아들이 자라는 모습을 확실하게 알 수 있습니다. 역시 남는 건 사진밖에 없으니까요.
그렇게 사진을 찍은 후에 아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어봅니다. 처음 가는 길이 궁금한지 아들은 창 밖을 유심히 바라봅니다. 그러다가 아는 장소가 나오면 반갑게 아는 소리를 합니다. 세 정거장이 지나자 아들은 벌써 도착 장소가 그리운가 봅니다. 언제 내리는 지를 물어봅니다.
"10 정거장 정도 가야 해. 00 사거리를 지나서 내릴 거야"
그다음부터는 사거리라는 말만 나와도 아들은 STOP 버튼을 누를 준비를 합니다. 누가 자기보다 빨리 누르면 안 되는 중요한 일이니까요. 그래서 아빠는 내릴 때가 되면 재빨리 신호를 주겠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랬더니 안심하는 모습으로 다시 주변 경치를 구경하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귀는 '사거리'라는 단어를 듣기 위해서 쫑긋 세운채로 말이죠.
이건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데요?
책을 많이 읽었지만, 읽은 만큼 글을 쓰지는 않았습니다. 글을 쓰기로 마음먹고 날마다 글을 쓴 게 오늘로 652일째입니다. 처음에는 글을 쓰는 모임에 들어가서 매일 천자 쓰기를 했습니다. 주제, 내용 상관없이 하루에 천자의 글을 적는 것이죠. 마음만 먹으면 천자 정도의 글은 10분이면 적을 수 있습니다. 그냥 일기처럼 적어도 되고, 제가 방금 적은 것처럼 일상을 적어 내려 가도 됩니다.
그다음에는 서평에 생각을 담아보았습니다. 예전에는 책을 읽고 내용을 기록하기 위해 내 생각보다는 책의 내용을 기록으로 남겨놓는데 집중했습니다. 글을 쓰면서는 생각을 조금씩 담아서 적어보는 연습을 하기도 했죠. 그렇게 적다 보니 그럴듯한 서평이 가끔 적어지기도 했습니다.
글쓰기가 가장 많이 늘었을 때는 책을 쓰겠다는 마음으로 일주일에 한 꼭지의 글을 적던 시기입니다. 한 꼭지에 5,000~6,000자 정도의 글을 적어야 합니다. 매일 1,000자씩 5~6일을 적으면 되기도 하지만, 그렇게 적다 보면 글이 문단별로 연결되지 않고 끊어지는 느낌이 듭니다. 그 연결을 위해서 반드시 퇴고의 작업을 몇 번을 거쳐야 합니다.
요즘은 하루에 30분 글쓰기를 해보고 있습니다.
퇴근해서 자기 전까지 딱 30분의 타이머를 맞춥니다. 간단하게 한 가지 주제를 정하고 그 주제에 대해서 써 내려가 봅니다. 이렇게 글을 적기는 브런치가 안성맞춤입니다. 에버노트나 노션에 적으면 더 잡다한 일상과 생각들을 적을 텐데요. 브런치는 어느 정도 형식과 흐름을 맞추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제 알람이 울리기 3분 전입니다. 2022년 10월 18일 00:00 <미드나잇 라이브러리>가 생각나는 미드나잇입니다. 3분 동안 맞춤법 검사를 하고, 대문 사진을 잠시 고민한 후에 업로드하면 하루 30분 글쓰기가 마무리됩니다. 급하게 적어서 매끄럽지 않은 부분도 분명 많이 있을 텐데요. 하루를 정리하며 날 것 그대로의 생각을 남겨두기도 좋습니다. 바쁠 때는 이 방법을 사용해 글을 쓰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고민하면서 쓰지 않는 것보다는 어떻게든 쓰는 게 남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