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결과를 공개합니다
나는 8시간을 자야겠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실패다.
10주간 주말을 제외하고 8시간 깊은 수면을 한 날은 손에 꼽는다. 주말을 포함하면 겨우 두 손이 필요하고, 주말을 제외하면 한 손으로도 충분할 정도다. 혼자서 실패의 원인을 생각해 본다. 도대체 왜!! 알면서도 안 한다는(혹은 못했다는) 말인가.
첫 번째 이유는 일이다.
2023년을 시작하면서 미라클모닝과 함께 시작한 8시간 수면 프로젝트지만, 사실 시작부터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는지도. 직장 내 정기 인사시즌은 2개월이 남아있었고, 금요일을 제외한 주중 퇴근시간은 매일 저녁 10시였다. 여기서 퇴근시간은 사무실에서 나가는 시간 기준이다. 10시에 일을 급하게 정리하고 지하철을 타고 집에 도착하면 11시와 12시 사이다. 매일 멈추지 않는 시계를 쳐다봤다. 조금이라도 느려질까 싶어서.
집에 도착해서 씻고 책상에 잠시 앉았다가, 아내와 아들이 깊은 잠을 자고 있는 침대로 향하는 시간은 12시와 1시 사이. 이때부터 8시간을 채워서 잔다면, 늦은 시간을 기준으로 9시까지 자야만 한다. 그럼 지각이다. 시작부터 나는 도달할 수 없는 목표를 세운 것이다. 수많은 목표를 세워보았지만, 여전히 이성이 아니라 감성으로 목표를 세우는 나를 발견한다. 막연하게 할 수 있을 것이란 아주 긍정적인 그 '감성'말이다.
두 번째 이유는 욕심이다.
그렇다면 안 되는 것을 알면서 시작한 이유는 무엇일까? 사실 감성이 아닌 욕심이다. 내가 할 수 없는 것을 하고야 말겠다는 실패가 눈에 보이는 욕심. 그 욕심 덕분에 스스로 무너져 내린다.
지난 5년간 미라클모닝을 하면서 수면시간을 늘리는 쪽보다 줄이는 쪽을 택했다. 미라클모닝을 시작하기 전에 보통 1시에 잠들어 7시에 일어났다면, 미라클 모닝을 시작하면서는 11시에 잠들어 5시에 일어났다. 문제는 때때로(매우 자주) 욕심을 이성을 이기는 경우다. 그 마음으로 책을 읽거나 글을 쓰다가 잠드는 시간이 늦어지는 경우, 일어나는 시간을 늦추지 않고 잠을 줄였다. 결국 4시간에서 5시간을 자는 삶을 꽤 오랜 기간 지속했다.
이런 이유로 새해를 시작하면서 마음먹은 게 충분한 수면시간과 깊은 잠이다. 책을 읽으면서 부족한 수면이 얼마나 나쁜 결과를 가져오는지 깨달으면서 중학생 때부터 시작된 나의 수면을 돌아본다. 얼마나 뇌를 혹사시키는 삶을 살았던가. 효율을 외쳤지만, 결국은 비효율적인 삶을 살았던 것이다.
세 번째 이유는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 누군가가 나를 지켜보고 있다고 생각했다면, 분명 의식적으로 수면시간을 더 늘렸을지도 모른다. 나는 주위의 시선을 아주 크게 생각하니까. 하지만 수면은 부족하다고 해서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다. 넷플릭스와 유튜브 그리고 TV까지 잠을 빼앗아 가는 경쟁상대는 아주 많은데, 내 경우는 자기 계발이 가장 큰 문제다.
수면 데이터가 정확하게 수치로 보인다면, 사람들이 다음날을 생각하지 않고 잠을 줄일 수 있을까? 예를 들어, 많은 사람들의 안전을 책임지는 일을 하는 경우에는 8시간 수면을 인증하지 않으면 사고가 날 수 있다는 근거로 반드시 8시간을 자게 만들 수도 있겠다. 모든 게 데이터로 표현 가능한 지금은 휴대폰이나 스마트워치가 그것을 정밀하게 측정하는 역할을 해줄 테니까. 아무튼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은 거짓으로 포장할 수 있다.
긍정적인 효과도 있다!
아쉬운 점만 나열했지만, 사실 배운 게 더 많다. 20년의 시간 동안 잘못된 수면을 했다는 것을 늦게나마 알았다. 알지 못했다면 계속 수면시간을 줄이면서 더 많은 것을 하려고 버둥거렸을 것이다. 그 버둥거림은 나중에 더 나쁜 결과로 찾아왔을 테다.
무엇보다 가장 큰 성과는 늦게나마 용기를 냈다는 것이다. 매일 10시까지 야근하는 부서에서 벗어날 수 있는 용기와 확신을 얻었다. 내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것, 단거리 경주가 아닌 장거리 경주를 위해서 할 수 있는 것을 고민했고, 결국은 부서 이동을 신청했다.
어쩌면 ⟨나는 8시간을 자야겠습니다⟩는 지금부터 진짜 시작일지도 모른다. 그 에필로그 이야기도 나중에 적을 수 있기를.
피곤하지? 외롭고 두렵지? 괜찮아. 두려워하는 일이 실제로 일어난 대도 모든 문이 닫히진 않아. 가만히 지켜보면 아주 작은 틈새라도 반드시 있어. 그동안의 삶에서 부족했던 것, 정말로 필요했던 것이 뒤늦게 오려고 그러는 거야. 당신이 인간답게 살아보려고 얼마나 분투했는지 알아. 모진 마음이 들고, 화와 원망과 환멸이 들끓었을 때는 또 어땠어? 그거야말로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하며 생명을 갉아먹는 거였지. 그것도 그 순간엔 노력하는 거였지.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노력하는 거였어. 돈이나 실력이 부족해서, 혹은 탐욕과 어리석음 때문에 지금이 이렇다고 당신의 지나온 날을 깎아내리고 싶지 않아. 적어도 지구상에 한 사람은 당신의 애씀을 알고 있어. 그러니 지금은 그냥 쉬어.
<아무튼, 잠> 14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