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 술도 끊어야 할까요?

feat. 아무튼, 술_김혼비 작가님

by 송곳독서

술을 좋아하지 않는다. 주말 저녁의 그 느낌적인 느낌을 즐기기 위해, 가끔은 글을 쓰면서 작가 흉내(?)를 내보려고 와인을 한 잔 정도 마시긴 하지만... 그 한 잔이 삶을 큰 행복을 가져다준다거나 엄청난 글감을 가져다주지 않는다. 그냥 그 분위기를 느끼기 위한 것일지도 모른다. 이것도 습관이다.


술을 많이 마시는 경우는 직장에서 회식을 하거나 친구들을 만났을 때이다. 회식 때는 (좋은 사람의 평가를 위해) 한두 잔씩 마시다 보면 어느새 술과 내가 그리고 사람들이 하나가 되는 신기한 경험을 느끼기도 한다. 친구들과 마실 때는 대부분 호기로움이다. 술자리에는 매번 잔 체크를 하는 사람부터 애주가들의 성공스토리가 넘쳐난다. 일은 못해도 술은 잘 먹어야 한다나.


<02. 카페인을 끊기로 했습니다>라는 글을 적은 이후로 나를 아는 주변 사람들은 다양한 반응과 조언을 해주었다.


1. 정말 하루에 한 잔의 커피도 안 마시나요?
2. 커피는 뇌질환을 예방하며...
3. 그래도 커피는 개인적인 기호인데요.
4. 굳이 그렇게 끊겠다는 과격한 표현을 써야 했나요?
5. 저는 저녁 먹고 커피를 마셔도 바로 숙면할 수 있어요 등등...


물론 그때 글을 적은 이후로 매정하게 완전히! 커피를 끊은 것은 아니다. 매일 마시던 습관처럼 2잔씩 마시던 커피를 1주일에 한두 잔 정도로 줄였다. 스타벅스에서 새로 나온 '블랙 햅쌀 고봉라떼'는 몸에 좋을 것만 같은 느낌이라, 마음의 부담 없이 시키기도 했다(아침 대신 먹어도 될 것만 같은). 누군가 사줄 때는 그냥 고민 없이 사주는 것을 마시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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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쓰는 '술'에 대한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전부터 읽고 싶었던 김혼비 작가님의 <아무튼, 술>을 쓱 펼쳐본다. 목차부터 작가님이 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느낄 수 있다. 그중에서 5개의 목차를 골라보았다.


1. 소주 오르골
2. 술 마시고 힘을 낸다는 것
3. 술이 인생을 바꾼 순간
4. 술피부와 꿀피부
5. 술로만 열리는 말들


이어서 프롤로그에는 이런 문단이 등장한다.

그래서 술을 좋아하는 것 같다. 술은 나를 좀 더 단순하고 정직하게 만든다. 딴청 피우지 않게, 별것 아닌 척하지 않게, 말이 안 되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채로 받아들이고 들이밀 수 있게.


이렇게 좋은 술을 끊으려고 하느냐고 김혼비 작가님은 질문하는 것 같다. 뭐 그럴 것 같아서 책은 프롤로그까지만 읽었다. 조만간 완독은 해야지. 이 글의 제목이 카페인을 적을 때처럼 단호하게 '술을 끊겠습니다!'가 아닌 '술을 끊어야 할까요?'라는 것은 아직 미련이 남아 있다는 또 다른 표시일 테다.


어느덧 두 달 동안 꾸준하게 읽고 있는 <우리는 왜 잠을 자야 할까>에서 작가인 매슈 워커는 이렇게 말한다. 표현이 마치 지난번에 쓴 <02. 카페인을 끊기로 했습니다>처럼 단호한다. 아주 많이.


하지만 밤술이 잠에 미치는 효과야말로 최악이다. 알코올은 인위적인 진정 작용을 일으키는 차원을 넘어서, 추가로 두 가지 방식으로 잠을 엉망으로 만든다.
첫째, 알코올은 밤에 시시때때로 깨게 함으로써 잠을 조각낸다. 알코올에 취한 잠은 연속적이지 않으며, 그리하여 회복시키는 잠이 아니다.
둘째, 알코올은 우리가 알고 있는 가장 강력한 렘수면 억제제 중 하나다. 몸이 알코올을 대사 할 때 알데히드와 케톤이라는 화학물질이 부산물로 나온다. 알데히드는 뇌의 렘수면 생성을 차단한다.


작가는 친절하게도 이런 조언도 남겼다.


한 잔 마시고 싶다면 아침에 술집에 가도록. 그러면 잘들 무렵에는 몸에서 다 분해되었을 테니까.


생각의 균형을 위해 지금부터 김혼비 작가님의 <아무튼, 술>을 천천히 읽어보려고 한다. 작가님의 글빨이 과학적인 사실로 받은 충격을 이겨낼 수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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