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계획표 활용법
<또 기억하기 위해 적습니다_셜록처럼, 기억의 궁전 만들기>에서 월간 계획표를 활용한 색인 기능 사용법을 언급했습니다. 이번 주는 월간 계획표 작성법에 대해 적어보겠습니다.
매월 1일, 새로운 한 달을 시작하며 전체 일정을 체크합니다. 자신의 삶에서 중요한 것부터 작성하시면 됩니다. 저는 '삶의 가치’들이 충돌할 때를 대비해서 우선순위를 미리 설정했습니다.
1순위 : 가족 일정, 2순위 : 개인 프로젝트, 3순위 : 업무와 직장
월간 계획을 적을 때도 가치의 우선순위에 따라서 순서대로 적습니다.
첫 번째로 가족의 일정을 적습니다.
아내와의 약속, 아들의 유치원 행사, 가족행사는 변경될 가능성이 적습니다. 눈에 잘 띄는 파란색 만년필로 꾹꾹 눌러 적으면서 일정을 확정합니다.(저는 플래너를 쓸 때 검은색과 파란색 만년필 그리고 연필을 사용합니다. 만년필은 라미 사파리를 쓰는데 슥삭슥삭 글 쓰는 소리가 좋습니다. 광고는 아닙니다.)
두 번째는 제 개인 프로젝트입니다.
주로 독서, 글쓰기, 영어공부, 강연에 대한 일정입니다. 여기서 정말 중요한 팁은 개인 프로젝트의 일정이 가족 행사보다 우선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일정이 겹치는 경우에는 가정이 먼저가 되어야 합니다. 그래야만 개인 프로젝트도 오랜 기간 유지할 수 있어요. 긴 시간 동안 많은 시행착오를 통해 얻은 결론입니다.
개인 프로젝트 관련 일정은 연필로 적습니다. 언제든 변경이 가능하다는 이야기입니다. 보통 월에 2개의 독서모임과 1개의 영어공부 모임 그리고 가끔씩 강연 일정을 정리합니다.
세 번째는 업무와 직장에서의 약속입니다.
사실 이 부분은 월간 계획에 최소한으로 적습니다. 혹시 직장 동료들이 이 글을 보면 서운해할지도 모르겠네요. 혹시나 읽었다면 미안해요. 많은 사람들이 플래너를 업무용으로 사용합니다. 저도 처음에는 직장에서 업무와 일정관리를 위해서 플래너를 사용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업무용보다 내 삶을 기록하는데 더 많이 활용하고 있습니다. 굳이 숫자로 표현하자면 20퍼센트 정도입니다. 업무와 관련된 내용은 출장 일정이나 중요한 미팅만 적고 있습니다. 가끔 점심식사를 어떤 동료와 했는지도 적어놓습니다. 이것이 생각보다 유용한 이유는 신세를 진 동료에게는 보답을 할 수 있고, 이름 하나를 적어 놓았을 뿐인데 식사를 하면서 했던 이야기들이 함께 생각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플래너 쓰기, 첫 번째 꿀팁 : 매일 아침 월간 계획표 작성하기
하루를 시작하며 일정을 적을 때, 전날 실제로 했던 일들을 적어야 합니다. 2~3일만 지나도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기억은 왜곡되기 쉽습니다. 중요한 것은 잊어버리기 전에 적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자신을 믿지 마세요. 특히 기억력을 더욱 믿지 마세요.’ 저는 매일 아침을 시작하면서 월간 계획표를 펼칩니다.
다음으로 진행하고 있는 개인 프로젝트의 진행률 또는 지속 일자를 적습니다. 주로 날짜 계산 그리고 수행 여부(O, X)를 적습니다. 개인 프로젝트 진행 현황 작성과 관련한 아이디어는 <프랭클린 자서전>에서 얻었습니다. 제가 쓰는 프랭클린 플래너는 18세기 미국 ‘건국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벤자민 프랭클린의 가치를 따라가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그는 날마다 지켜야 할 13가지 가치관을 만들어서 지키려고 노력했죠.
벤자민 프랭클린의 13가지 가치관 : 절제, 침묵, 질서, 결단, 절약, 근면, 진실, 정의, 중용, 청결, 평정, 순결, 겸손
완벽한 인격체가 되기 위해(프랭클린 자서전, 157~159쪽)
이때쯤 나는 도덕적으로 완벽해지고자 하는 무모하고도 어려운 계획을 마음에 품고 있었다. 한치의 잘못도 없는 완전한 삶을 살고 싶었다. 원래부터 타고난 것뿐만 아니라 친구들의 영향으로 빠져들 수 있는 성향이나 습관 모두를 정복하고 싶었다. 나는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가를 확실하게 알고 있었다. 아니 그렇다고 믿었다.
우선 조그만 수첩을 하나 만들어서 한 페이지에 한 덕목씩을 할애했다. 각 페이지마다 빨간 잉크로 가로로 7칸을 만들어서 일주일치를 만들고 요일의 첫 글자로 날짜를 표시했다. 그리고 세로로 13줄을 만들어서 각 줄의 첫 부분에 각 덕분의 첫 글자를 적어 넣었다. 그리고 그날에 행한 덕목을 생각해서 잘못한 일이 있을 때마다 해당 칸에 점을 그려 넣었다.
20대에 프랭클린 플래너를 쓰면서 자연스레 프랭클린 자서전을 읽었습니다. 그리고 ‘나도 이런 삶을 살아야겠다.’라는 다짐을 하게 됩니다. 몇몇 친구들과 지인들은 제 이런 모습을 이해하지 못하시기도 합니다. “굳이 그렇게까지 살아야겠니?”라고 말하는 친구들도 있습니다.
사관학교가 제 성격을 바꾸어 놓았는지, 아니면 원래 이런 성격이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어느 정도 제약과 규칙이 있는 삶이 좋습니다. 이런 삶의 습관이 스토아학파의 '극기 사상'과도 연결이 되는 듯싶어요.(앞으로 공부해 볼 분야입니다.) 벤자민 프랭클린을 따라서 저도 제 삶의 6가지 핵심 가치를 만들었습니다.
여기서 처음 설명하는 <ETRPLT> 내 삶의 단어.
두 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첫 번째 의미. Enter Pilot의 줄임말입니다. 재수생 시절 우연히 영어사전을 펼쳤는데(아주 오래된 시절의 이야기 같지만, 2000년 초반까지만 해도 종이 영어사전이 있었습니다.) 그 페이지에 우연하게도 Pilot 이란 단어가 있었습니다. 바로 그다음에 펼친 페이지에는 Enter가 있었습니다. 어린 나이에 저는 생각했습니다. '이건 공군사관학교를 가라는 하늘의 뜻이구나!' 물론 말도 안 되게 억지로 조합한 느낌이 가득합니다. 내 마음대로 6가지 알파벳을 조합해서 ETRPLT(EnTeR PiLoT)를 만들었습니다.
두 번째 의미. 플래너를 10년을 쓰다 보니 스티븐 코비가 정해놓은 우선순위(A, B, C)를 나만의 방식으로 바꾸어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ETRPLT 알파벳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하기로 했습니다. E(영어, English), T(운동, Training), R(독서, Reading), P(아침, Project), L(일기, Life of Jaehwan), T(도전, Try) 이렇게 삶의 중요한 습관들을 6가지로 정리한 후에 매일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세부적인 내용은 일일 플래너 적는 방법에 대해 설명할 때 다시 이야기할 예정입니다.
플래너 쓰기, 두 번째 꿀팁 : 3개년 월간 계획표 함께 가지고 다니기
프랭클린 플래너의 가장 큰 장점은 바인더 형식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언제든 과거의 기록들을 현재로 가져와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저는 항상 3개년의 월간 계획표를 함께 가지고 다닙니다. 그리고 하루를 시작하며 잠깐의 시간을 투자해 작년과 2년 전의 월간 계획표를 살펴봅니다.
신기한 것은 몇 가지 단어의 기록일 뿐인데, 1~2년 전의 기억들의 단편들이 머릿속에서 조합되기 시작하고 일부는 동영상처럼 재생되기 시작합니다. 이 꿀팁만 얻어가셔도 이번 글을 그만 읽으셔도 됩니다.
2018년, 2019년 6월의 월간 계획표, 플래너에 3개년 월간 계획표를 가지고 다니면 효율성이 높아집니다.
마지막 줄에 JH라는 글씨가 보일 텐데요. 이 칸에는 매일 적는 일기의 제목을 적습니다. 일기의 제목을 적는 것이 ‘색인’ 기능을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많은 분들이 일기를 쓰실 텐데요. 아날로그 메모장에 일기를 쓰는 것은 좋지만 검색이 어렵습니다. 검색 기능을 활용하기 위해서 디지털 메모장을 이용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저는 매일 아침 또는 저녁에 만년필로 일기를 쓰는 게 좋습니다. 일기를 쓰고 내가 검색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월간 계획표에 제목을 적어 넣기로 했습니다. 효과는 기대 이상입니다. 아날로그 일기장을 작성하는 분들에게 적극 추천드립니다.
정리하자면,
1. 나만의 삶의 단어와 가치관을 만들어보세요.
2. 플래너의 색인 기능의 핵심은 월간 계획표!
3. 우선순위(가족, 자신, 일 등)를 먼저 설정하기.
4. 개인 프로젝트는 일자별로 작성, 관리하기.
5. 매일 일기를 쓰고 제목을 월간 계획표에 적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