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앞으로의 계획_비행기 꼬리만 잡아보았습니다만
지난주 급하게 첫 번째 브런치북을 발행했다. 부족하고 여전히 써나갈 이야기가 많지만, 브런치 출판 프로젝트에 기한에 내 글을 맞추었다. 시작도 끝도 마음에 드는 브런치북이 아니다. 물론 당선을 기대하고 제출한 것도 아니다. 그래서 마지막까지 내적 갈등은 계속되었다. 발행을 할까? 하지 말까?
에라 모르겠다. 마지막 날 급하게 그동안 작성할 글을 모아서 브런치북을 발행했다. 제목은 브런치 작가 신청할 때 작성했던 제목 그대로 <생도를 찾아서>로 정했다. 5월에 브런치 작가가 된 후에 6개월 동안 매주 한 편의 글을 적어낸 내 첫 번째 작품집이다. 안 하고 후회하는 것보다는 저지르고 후회하는 것이 더 마음이 편하다는 것을 그동안 삶에서 배웠다.
고민 끝에 브런치북을 발행하면서 얻은 소소한 깨달음 세 가지
첫 번째, 브런치는 글 20개 내외, 총 60분 정도의 분량을 추천한다.
브런치에서 브런치북을 발행하는데 허용하는 최대 글의 숫자는 30개다. 최소는 10개. 브런치에서 추천하는 적정 개수는 20개, 총 60분의 글을 추천한다. 60분이 넘어서는 순간 빨간색으로 표시되면서 '독자들이 읽기에 60분이 적당합니다.' 뭐 이런 비슷한 글이 나온 것 같다. 뭐든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생각한 내 생각이 또 틀렸다. 적당한 게 좋다.
신기하게도 브런치북에 내 글을 담으면 하나당 읽는데 필요한 시간이 책정된다. 내 글은 3분에서 6분 정도의 분량이었다(대락 2,000자~4,000자 정도). 한 글에 3분 정도가 되려면 2,000자가 조금 넘으면 될 듯싶다. 짧은 호흡으로 글을 쓰는 연습을 하자. 그래서 다음 글부터는 하나의 글에 3분이 목표다.
두 번째, 브런치북은 하나의 주제로 작성하는 것이 좋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브런치북을 작성할 계획이라면 하나의 주제로 20개 정도의 글을 작성하는 것이 좋다. 브런치북 수상작들을 보면 대부분 한 가지 주제를 재미있게 또는 깊이 있게 다룬 글이 많다. 브런치 수상작 중에 내가 꼽는 베스트 작품은 역시 하완 작가님의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이다. 이런 글을 쓰고 싶었지만, 아직은 많이 부족하다. 이 책은 일러스트레이터인 작가님의 그림과 글이 잘 어우러져 있다.
그리고 많은 분들이 잘 알고 있는 <90년생이 온다> <회사 체질이 아니라서요> 등의 책이 있다. 내년에는 이런 느낌(?)의 글을 적어봐야겠다. 근데 이런 느낌을 솔직히 잘 모르겠다.
세 번째, 내 이름으로 된 페이지를 가질 수 있다.
브런치북을 발행할 때 주소를 본인이 직접 적을 수 있다. 물론 중복되는 주소는 안된다. 잠시 동안 고민하다가 그냥 제 이름을 적어 넣었다. <jaehwan>. 인스타그램, 페이스북에도 물론 내 이름으로 된 나만의 페이지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브런치북에 내 이름을 적어서 넣는 것은 느낌이 사뭇 다르다. 정말로 내 책이 생기는 기분이다. 뭔가 기분이 좋다.
다음 주부터 적어볼 내 브런치 글의 새로운 주제다. 힘들었지만 또 가장 많이 성장했던 '나의 이십 대 이야기'이다. 현재의 내가 과거의 나에게 적어 보내는 편지이다. 그때는 세상의 고민을 다 가지고 살아가는 듯싶었는데, 한 발자국 떨어져서 바라보았다면 좋았을 순간들을 돌아보며 나의 미래까지 고민하는 글을 적을 계획이다.
나만의 목차(초안)
1. 처음부터 정해진 길을 없다, 잘못 시작한 걸까?
2. 인생의 8할이 운이라면
3. 선택의 책임은 스스로 지는 것
4. 이 생활만 버티면, 살면서 이보다 힘든 경험은 없다
5. 천일동안
6. 이 길을 걸어보길 참 잘했다
7. 비행기 꼬리만 잡아보았습니다만
8. 누군가에게 기대받는 사람이 되어
9. 복종, 모범, 자율, 지도
10. 적이 없는 사람은 자기가 없는 사람
11. 나선에서 벗어난다는 것
12. 꿈은 꿈일 때 아름답다
13. 이십 대에 깨달은 것들
14. 응답하라 1997
15. 회장님이 바꾼 내 인생
초안이기 때문에 계획은 계속해서 변할 것이다. 내 이십 대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과 나의 삶의 소소한 추억들이 주를 이루는 글이 될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방향을 잡고 출발하는 것과 방향 없이 가는 길은 다르다. 선언을 하는 것과 선언을 하지 않는 것의 마음가짐도 다르다.
항상 혼자서 보다는 함께 하는 것이 즐거웠기에. 일단 도망칠 수 없게 선언부터 한 후에 새로운 글을 적어볼까 한다. 내년 브런치북 프로젝트에는 3권의 브런치북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