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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으로 사는 연습 39. 놓치고 가야 할 때(0)

놓치고 가야 할 때

by 이진은

중년으로 사는 연습 39(0)
놓치고 가야 할 때.



마음에 채워둔 열기가 정신의 혼란을 불러일으켜
천둥벌거숭이의 춤을 추다 보면
자연스레 놓치는 척해야 할 것들을 보게 된다.

평생을 겪어온 정과 신의 불균형은
어느 시절을 지나도 다시 맞이하여야 하는
흉터 같은 흔적

세월을 지켜 온 지천명의 시기
공황장애 같은 현실 속에서
살아온 시절만큼 두터운 미련을
하나씩 놓치는 척
안타까움도 조금씩 떨쳐내야 하는 때

열정이 관망으로 오는 계절 앞에 서서
지금은 작은 것을 만지작 거리며
숲 속에 묘목을 가꾸어야 하는 때


인정하고 싶지 않아도

내 손과 자연스레 악수하는 현실과 반갑게 조우하고
못내 아쉬운 것들을 놓치는 척 떠나보내야 하는 때

“사람의 욕망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모르지만 멈춰야 할 때가 온 것이라면 잠시간 서서 주변을 돌아보아야 한다. 열차는 멈춰 섰고 멀리의 다음 이정표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아 있기에 이 기착지에 버려야 하는 것은 미련과 함께 놓쳐버린 척 놓고 가야 할 때다. 그러나 지금 놓친다고 해서 영원히 다시 보지 못할 것이라고 단정할 필요는 없다. 인연은 끝난 것이 아니니까. 우리는 아직도 열차에서 뛰어내리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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