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롭게
중년으로 사는 연습 80
향기롭게
향기가 나지 않는 꽃이
누구나 사랑하는 화려한 정물이 되어
사랑받는 것처럼
천방지축 무소의 뿔 같은 시기
꽃피지 않은 것이 어쩌면
다행스러운 일이어서
향기로운 것은
스스를 향기를 풍기지 않아도
겨울 끝 아지랑이 따라 피는
앉은뱅이과 꽃들처럼
그믐달 차분한 별빛 사이
수수한 꽃에 내려앉은
나비처럼
향기로운 것은
스스를 위해 향기를 풍기지 않고
세상의 바람을 따라 흐르는
꽃씨가 되어
이루지 못해 아끼며 닦을 수 있고
소중하게 그리워할 수 있어
세월과는 무관하게 가슴으로 흘러
하나의 이름이 되어간다.
보는 것만으로도 향기롭고
너무 화사하지 않게
맑고 향기롭게...
"90년 초 차 뒷 유리에 '맑고 향기롭게'란 스티커가 한 장씩 붙기 시작했다. 시간이 흐른 후 법정 스님께서 만드신 것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향기롭게' 참 쉬운 말이지만 반백년을 살고 서야 그 의미를 조금씩 깨닫게 된다.
향기롭게 살 마음과 의미를 찾아서 시시때때로 살아갈 수 있다면 좋으련만 사람의 기억은 시시때때로 망각의 삶을 사는 동물이어서 인간이라 이름 지어진 것인지, 향기롭게 보이도록 살아가는 연습은 여전히 필요하고, 꿈이란 놈은 참 묘한 기운을 가지고 있어서, 세상살이와는 무관하게 가끔 사람을 기분 좋게 흥분시켜 평소에 하지 못하던 일을 냉큼 시작하게 한다. 그래서 꿈은 향기롭게 사는 희망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