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으로 사는 연습 25. 망각

중년으로 사는 연습

by 이진은

중년으로 사는 연습 25

망각


뒤돌아 보지 않기로 한 것은

잊고 싶은 기억들을

세월 속에서 망각하게 되리라

자신했기 때문이었고


삶의 무게를 지탱한 것도

세상의 시간 위로 세월을 덮어

아름다워 보이는 것들로 치장하면

흉터도 희미해져 가리라

자신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세월은 소리 없이 흘러

길고 짙은 그림자 생길 즈음

돋아난 흉터는 후회만큼 갈아졌고


다시 돌아볼 수 있는 여유와

기다릴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그 시절 인과를 다시 짚어보게 해서


시간이 기억을 저민 것처럼

그리움 같은 시원한 비가

뜨겁고 가려운 흉터를 식히도록

가만가만 오래도록

마음에 내리도록 내려두고


망각이라는 글자뒤에 숨은 진실이

기억이 생겨난 의미가 될 수 있도록

살아내어야 한다.


“시간이 멈추는 그 순간이 오기까지는 인생의 끝이라는 것은 없다. 잠시 멈춘 것 같아도 주변을 헤매고 있을 뿐 멈추지 않고 다시 길을 찾아 천천히 걷다 보면 내가 가고자 하던 곳의 이정표를 보게 된다. 희망으로부터 오는 절망을 조금씩 걷어내어 가며 살아가다 보면 기억의 의미는 망각이라는 글자 뒤에 숨어있는 진실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인생이다. “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