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봄은 찾아오지 않았다
여름에서 겨울까지의 온도변화는 마치 우리 사이와 같았다. 뙤약볕에 타들어 갈 듯 뜨거웠던 8월의 어느 날 우리의 사랑도 불타올랐다. 밤이 되어도 식지 않은 열기에 열대야를 겪어야 했던 건 한여름을 나는 사람들보다 우리가 더했으면 더했다고 할 만큼 뜨거웠던 사이였다.
정열의 계절이 지나갈 때쯤 갑자기 쌀쌀해진 날씨만큼이나 네가 쌀쌀해지는 것을 느꼈다. 온도가 변한만큼 너의 감정선도 변해서 고독과 외로움의 계절에 나는 너를 옆에 두고도 외로움과 싸워야 했다.
기어코 시린 겨울이 찾아오고야 말았다. 8월의 열기는 온데간데없고 시리도록 차가운 겨울바람만이 내 머리칼을 스쳤다. 뜨거웠던 심장을 가졌던 너는 어디에도 없었다. 너의 심장은 이미 저기 얼어버린 한강물만큼이나 단단하게 얼어있었다. 내가 아무리 두드려도 깨지지 않았으며 내 모든 온기를 쏟아부어 녹이려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끝내 우리는 4월을 함께하지 못했다. 그러니까 우리의 봄은 찾아오지 않았다는 말이다. 계절의 변화만큼이나 빨랐던 너의 번화앞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그렇게 봄에 눈을 감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