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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승하글 Jul 04. 2024

당신이 잠시라도 존재했던 삶을 살게 해줘서 고마웠어

추모


내 삶은 온통 당신이 남겨놓은 흔적으로 가득해 어디를 가도 당신이 있어. 아니 어쩌면 내가 당신의 흔적만 쫓아다닌 것일지도 모르지 어제는 당신 꿈을 꿨는데 말이야 웃고 있더라고 바보같이 뭐가 그렇게 좋아서 웃나 싶다가도 웃으니까 다행이다 싶더라 그래서 나도 따라 웃었어. 마음속으로는 엉엉 울었지만, 당신이 보는 앞에서는 차마 울 수가 없었거든 하얗고 고운 손으로 내 뺨을 몇 번 어루만지더니 이내 사라져 버리더군 그래서 나도 잠에서 깼어.


깨어나서 한참이나 울었지 뭐야, 내 눈물은 여전히 마르지가 않아 그리고 여전히 당신에게만 반응해, 있잖아 세상은 잘 돌아가고 있어 당신이 없어도 시간은 흘러가고 사람들은 텅 빈 눈을 하고서도 일상생활을 멈추지 않아 그리고 이따금 찾아오는 당신 빈자리의 공허와 당신을 잃은 상실감으로 그들도 나도 숨어서 눈물을 흘리곤 해. 다들 그래 괜찮은 척 살아가지만, 사실은 하나도 괜찮지 않거든, 그날 이후로 아무도 당신을 입에 올리지 않아 마치 정해진 규칙처럼 말이야.


근데 나는 그게 왜 그렇게 서러운지 모르겠어. 누구도 이야기하지 않으니까 마치 처음부터 당신이 없었던 것처럼 느껴지잖아 아무도 잊은 사람은 없겠지만 이러다 진짜 잊히면 어쩌나 싶기도 하고 말이야 그럴 일은 없겠지만, 다음 주에는 당신이 있는 바다에 갈 예정이야 가서 당신을 삼킨 바다에 원망 섞인 말을 늘어놓고 또 가슴을 치며 울고 올 예정이야 온 바다에 울려 퍼지도록 울어볼 거야 당신이 들을지도 모르잖아 그래서 그런 내가 안타까워 그날 밤 꿈에 나와 한참을 안아줄 수도 있잖아


혹시, 혹시 모르잖아


있지, 자주는 아니라도 종종 나타나 줘 당신을 지키지 못한 나지만, 당신을 향한 내 마음만은 지키고 있으니까 당신을 잃고 살아가는 삶이 너무 힘들지만, 당신의 흔적만을 쫓으며 살아가고 있으니까 나는 그렇게 여전히 당신을 기억하고 추억하고 사랑하고 있으니까 당신은 그냥 가끔 얼굴이나 보여주라 그리고 잘 있다고 거기서 잘 있다고 미소 한 번만 지어줘 알았지?


언젠가 우리가 다시 만나면 그때는 너무 빨리 안녕하지 말자 남들처럼 티격태격 싸우기도 하면서 그렇게 평범하게 사랑해보자 우리, 후생이든 그다음 생이든 언제가 되더라도 상관없으니까 우리 다시 한 번 꼭 만나자 그때까지 어딘가에서 잘 있기만 해줘 부디 잘 있기만 해줘, 그리고 우리 걱정은 하지마 이곳 사람들은 당신 몫까지 잘 살아갈 테니까 너무 걱정말고 편히 쉬어 쉬고있어 내가 당신 찾으러 갈게 나중에 나중에 꼭 갈게 당신이 잠시라도 존재했던 삶을 살게 해줘서 정말 고마워 너무 고마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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