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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승하글 Oct 05. 2024

시적인 순간 시 같은 하루


낮과 밤, 글이 태어나는 경계

유난히 감성에 젖어들고 싶은 그런 날이 있다. 부는 바람 속에 의미를 담아내고, 흩날리는 꽃잎에 마음을 얹어 보내며, 차가운 새벽 공기 속에 아직 머물고 싶은 미련을 남기는 그런 날. 그런 날은 어두운 밤이나 깊은 새벽을 피하는 것이 좋다고 하지만, 그것은 마음처럼 쉽지 않다. 유난히 감정이 차오르는 날은 해가 지기 시작하면서부터 글이 태어나기 때문이다. 머릿속에 자리 잡은 생각들이 휘몰아치며 내 마음을 흔들고, 그로 인해 억누를 수 없는 활자들이 속에서부터 쏟아져 나온다. 확실한 것은 다정함은 대개 낮에 태어나고, 애절함은 밤에 찾아온다는 것이다. 그것들은 태생부터 서로 다른 성질을 지니고 있기에, 나오는 시간 또한 다를 수밖에 없다.  


바람에 실린 마음, 밤에 스며들다.

다정함이 태어나는 낮은 마치 꽃잎이 흩날리는 따뜻한 봄날과도 같다. 햇살이 눈부시게 퍼지는 초여름의 어느 한낮처럼 밝고 따사롭다. 그 따스함 속에서 사람의 마음은 온화하고 넉넉해지며, 작은 일에도 감사함과 포근함이 스며든다. 반면, 애절함이 태어나는 어두운 밤과 푸르스름한 새벽은 시린 겨울, 혹은 급격히 쌀쌀해지기 시작하는 춘추의 계절과도 같다. 온 세상이 고요해지는 그 시간에, 마음 깊숙한 곳에서 떠오르는 감정들은 때론 슬픔으로, 때론 그리움으로, 때론 이루지 못한 꿈과 기억들로 얽히고설켜 문장으로 변한다. 감정의 파고 속에서, 쓰여지지 않으면 안 될 글들이 탄생하는 것이다.   


계절 속에서 태어나는 글

글 속에는 늘 사계절이 담겨 있다. 봄날의 따스한 감성에서 여름의 열정, 가을의 서늘한 그리움에서 겨울의 깊은 고독에 이르기까지. 계절마다 주는 감성은 제각기 다르며, 그 차이가 글에 배어든다. 오늘의 시적인 순간은 아마도 이 순간이 아닐까. 시를 이야기하고, 시가 태어나는 과정을 되뇌어보는 이 시간. 그렇게 오늘도 시 같은 하루가 또 하나 태어났다. 마치 봄비에 싹이 트고, 가을바람에 나뭇잎이 물들 듯, 마음속에도 글이 자라났다. 오늘의 그리움과 아련함이, 혹은 다정함과 따스함이, 또 다른 계절을 맞이하며 내 안에서 살아 숨 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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