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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너를 사랑했고, 너는 나를 견뎌냈다

by 승하글

너를 잃고서야 비로소 너의 시간들을 되짚어 보게 되었다. 네가 홀로 견뎌야 했을 깊은 밤과 새벽녘의 쓸쓸한 공기가 너를 얼마나 외롭게 했을지를 떠올리니 문득 내가 너를 사랑했던 것이 과연 누구를 위한 일이었는지 되묻게 된다.


나는 네가 내 곁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안심하면서 네 마음을 세심히 들여다보지 못했다. 네가 내게 기대어 웃고 있을 때 나는 그 웃음이 어떤 날들을 지나왔는지 궁금해하지 않았고 네가 내 손을 잡아줄 때 나는 그 손이 얼마나 많은 외로움을 쥐고 있었는지 헤아리지 못했다.


그렇게 나는 사랑을 했고 너는 사랑을 견뎠다.


결국, 모든 건 나 스스로 만든 일이었다. 곁에 있을 때 더 살펴주지 못했던 것, 더 따뜻하게 안아주지 못했던 것, 더 깊이 아껴주지 못했던 것 그 모든 것이 쌓이는 동안 나는 아무 것도 알지 못했고 끝내 너를 떠나보내고서야 그 소중함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 어리석음은 지금 나를 무너뜨리고 있다.


그러니까,

내가 널 사랑한 순간보다 네가 나를 사랑하며 견뎌낸 순간들이 훨씬 더 많았다는 걸 이제야 알았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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