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주인이 바뀌고 있다. 전쟁세대와 반공세대에서 민주세대로.
2014년 4월 16일, “가만히 있어라”라는 어른들의 말을 순순히 따랐던 300여 명의 꽃 같은 아이들이 차가운 바닷물 속에서 떼죽음을 당했다. 온 나라를 충격으로 몰아넣었던 그 장면을 지켜본 아이들은 ‘어른들의 요구나 행동이 부당한 것일 경우, 가만히 있으면 안된다’라는 것을 스스로 배웠을 것이다.
그리고 1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사이 그들은 어른들의 판단에 의존하지 않고도 스스로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는 어엿한 성인으로 자랐다.
한밤중에 기습선포된 대통령의 비상계엄 시도는 분명히 그들의 눈에 ‘옳지 않은’ 것으로 보였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가만히 있어라’는 어른들의 말을 들을 필요도 없이 거리로 뛰쳐나왔다. 그리고 그들만의 방법으로 목소리를 냈고 그들만의 방법으로 못된 어른들을 끌어내렸다. 폭력에 저항하는 이들의 방법은 선하고 밝았으며 긍정적이었다.
어른들은 그들이 아직도 “닥치고 가만히 있어!”라고 꾸짖으면 여전히 아무것도 못할 것이라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고작 편의점에서, 주유소에서 파트타임으로 최저시급이나 벌어 생계를 유지하는, 아무 힘없는 계층쯤으로 생각하고 이들의 존재를 철저히 무시해 왔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이러니칼 하게도 정치에 전혀 무관심해 보이던 이들을 거리로 불러낸 것은 그런 어른들의 잘못된 생각과, 헛발질이었다.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것은 이들 젊은 세대들의 힘에서 비롯되었다. 12월 추위를 뜨거운 함성과 응원봉으로 녹여낸 이들의 선한 영향력이었다. 우리는 이들에게 큰 빚을 졌지만, 또 이제는 세상을 움직이는 힘의 원천이 이들로 자연스럽게 넘어가고 있다는 것도 인정하게 되었다.
이제 전쟁세대, 반공세대는 죽었거나, 아니면 늙어서 적극적으로 정치참여를 할 수 없다.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이란 고작 극우쓰레기들이 만든 유투브 영상들을 보고 자기들끼리 열심히 카톡으로 퍼 나르는 것, 그나마 다리에 힘이라도 조금 남아 있으면 태극기 들고 광화문에 나가 일당으로 담배값이나 버는 짓 이외엔 별다른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게 되었다. 우리는 지금 세월호 세대가 어른이 되는 동안, 대한민국 정치 수준을 징글징글하리만치 바닥으로 끌어내리던 물귀신 같던 전쟁세대와 반공세대가 힘없이 저물어가는 것을 목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