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한 종목에서 천재적인 두각을 드러내지 않는다면? 다 잘 해야 한다
2002년 월드컵 당시,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4강 신화를 쓴 바 있다. 그리고 이 활약을 바탕으로 다수의 1류 선수들이 유럽 진출에 성공했다. 그 중 영국 프리미어리그의 명문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까지 입단했던 선수가 바로 박지성이다.
지금이야 '박지성'하면 축구 선수로서 전 포지션이 가능한 멀티 플레이어로 인식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2002년 당시만 해도 박지성은 '어느 한 포지션에서 명확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는 선수'라는 인식이 강했다. 공격, 미드필더, 수비능력 모두 특출나지 않지만, 평균 이상 해 주는 선수였다는 의미였다. 말이 좋아 '멀티 포지션 플레이어'였지,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별다른 강점이나 특징이 없던 선수'라는 평가도 많았다. 그러나 거스 히딩크 감독은 그의 잠재력을 한 눈에 알아보고, 전 포지션 소화가 가능한 그를 중용했다. 이러한 계기로 박지성이 2002 월드컵 최고의 히트상품으로 거듭났다는 것은 역사가 말해주고 있다.
2002년 월드컵이 종료되면서 축구 뿐만이 아니라 전 사회에서 '멀티 플레이어'의 중요성이 대두되기 시작했다.
시스템이 일을 하는 기업, 사람이 일을 하는 기업
사실 200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멀티 플레이어는 '어디에 배치해도 어정쩡한 사람'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했다. 그러나 박지성 이후 멀티 플레이어는 '어디에 배치해도 자신의 몫을 다 하는 사람'이라는 의미로 개선된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한때 대한민국 사회는 멀티 플레이어 타령이 이어지기도 했다.
다만, 이는 기업 규모나 성격에 따라 다르게 적용되기도 한다.
먼저 일하는 시스템이 갖춰진 기업들은 굳이 멀티플레이어가 될 필요가 없다. 영업이면 영업, 재무면 재무, 전략이면 전력 등 각 사업부별로 자신의 몫만 다 하면 된다. 타 부서 업무에 굳이 관여를 하지 않아도 일하는 시스템이 갖춰 있으니 본인의 일만 잘 하는 사람이 최고의 직원이 된다. 다만, 이러한 집단에서 일하는 이들은 본인이 주로 했던 업무 외의 일을 맡기면 제대로 시행하지 못하여 일정 정도 교육시간이 필요하다는 단점이 있다. 말 그대로 '시행착오'가 필요한 것이다. 흔히 말하는 OJT(On the Job Training)는 이러한 이유 때문에 시행되는 것이다.
반면, 사람이 일을 하는 기업은 이야기가 다르다.
일단 시스템이 갖춰지기 전이기 때문에 원할한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라도 구성원이 모든 분야를 꿰차야 한다. 영업, 기획, 재무(손익), 재고관리, 일정관리를 모두 신경을 쓰면서 구성원들과 긴밀한 협조를 진행해야 한다. 따라서 적어도 2개 이상의 분야에서 전문가가 될 수 있으며, 이 경험을 바탕으로 시스템을 구축할 힘도 갖출 수 있게 된다. 10년 정도 경험을 쌓게 된다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회사의 모든 공정을 꿰뚫어 볼 수 있는 힘이 생겨 혼자 사업을 영위할 수준으로 올라서게 된다. 다만, 성공에 도취한 나머지 이를 지키려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든든한 성벽 역시 무너지게 된다는 단점도 있다.
사실 전자의 사례는 대체로 현재 대기업이 가지고 있는 특징들이며, 후자는 성장모델을 구축하는 중소기업의 특징이기도 하다(물론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사람은 언제나 한 곳에서만 머물러 살 수는 없는 일이며, 언젠가는 스스로 살아가는 법을 터득해야 할 날이 오게 된다. 스포츠를 떠나 사회에서 박지성같은 사람을 원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흥민'처럼 한 가지 분야에서 천재적인 재능을 보이면서 노력을 아끼지 않은 이들은 또 다른 길이 보일 수 있다. 장인(匠人)이 된 사람들의 특징이기도 하다.
다만, 사회에서 자신의 일에 열심인 선/후배 및 동료분들에게 한 가지 당부의 말을 전하고 싶다. 절대 본인의 눈에서 보는 세계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점을 말이다. 조금만 더 눈을 떠 보면 새로운 세계가 열릴 것이고, 그 눈이 뜨이는 순간 박지성 같은 사람이 될 수 있는 '기회'가 오는 것이다.
이상... 2026년 4월, 두 가지 모두를 경험한 이의 입장에서 전하는 단상을 끄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