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9월 15일 ~ 9월 21일 주간기록
9월의 한 주, 나는 법과 현실의 깊은 간극을 마주했다. 복직을 가로막는 제도의 허점을 다시 확인했지만, 동시에 연대의 따뜻함 속에서 노동조합의 길을 다시 다잡을 수 있었다.
9월 15일, 법과 현실의 간극 속에서
한국노총 장기투쟁사업장 노정협의회 두 번째 회의가 열리는 날이었다.
회의에 앞서 한국노총 조직실장님과 아침부터 만나 노동조합 이야기를 나눴다. 지난 첫 회의 때는 임금교섭을 마치고 아슬아슬하게 도착했기에 긴 대화를 나눌 수 없었다. 오늘은 차분히 우리의 현실을 풀어낼 수 있었고, 공감과 대책을 함께 고민하면서 다시 한 번 연대의 힘을 확인했다.
회의에는 고용노동부 본청 노사관계지원과, 그리고 우리 담당 지청인 서울남부지청 감독관도 배석했다. 부당해고 문제와 법·현실의 괴리에 대해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그다음에 이어진 말은 씁쓸했다.
“현실이 아무리 불합리해도, 법대로라면 법대로다.”
법에는 노동위원회의 복직명령이 소송 중에도 유효하다고 적혀 있다.
복직명령을 따르지 않으면 2년에 걸쳐 4회, 이행강제금이 부과된다고도 한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다.
소송은 2년 안에 끝나지 않는다. 설령 대법원에서 승소해 복직한다 해도 새로운 문제가 기다리고 있다.
미지급 임금은 임금이 아니라 ‘임금상당액’이라는 모호한 이름으로 계산된다.
법원은 이를 근로소득이 아닌 보상금으로 본다. 그러나 국세청은 근로소득으로 처리하고 4대 보험까지 공제한다.
해고 기간 중 다른 직장에서 일했다면 ‘중간수입공제’가 적용돼, 받았어야 할 금액의 70% 이상만 지급하면 된다는 대법원 판례가 있다. 지연이자 역시 노동법상 20%가 아닌 민사 지연이자 6%로 계산하는 게 일반적이다.
2025년 10월 23일부터 개정 근로기준법이 시행되면 체불임금에 대해 20% 지연이자와 3배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해진다. 그러나 부당해고의 임금상당액은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 법원이 여전히 ‘보상금’으로 보기 때문이다.
결국 대법원에서 부당해고 판결을 이겨낸다 해도, 다시 민사소송으로 임금상당액과 보상을 따져야 하는 경우가 최근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오늘 회의는 복직 논의보다 제도의 허점을 지적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쏟다가 끝나버렸다.
그래도 달랐다. 고용노동부 관계자의 “노력해보겠다”는 말에서 진정성이 느껴졌고, 한국노총의 “끝까지 연대하겠다”는 결의는 마음 한켠을 따뜻하게 했다.
법은 차갑지만, 연대는 따뜻했다.
9월 16일, 다시 심사 신청
9월 4일 어렵사리 신청했던 텀블벅 출간 프로젝트.
며칠 뒤 “내용을 보완하라”는 메일이 도착했다.
이미 알고 있었지만, 당장 손댈 수는 없었다.
최소한의 기준이라도 맞추려면 표지 시안, 내지 디자인, 프로젝트 설명까지 다듬어야 했다.
생소한 플랫폼, 낯선 방식.
그래도 “부딪히며 배우는 것”을 좋아하는 나다.
보완안내 메일을 꼼꼼히 읽고 차분히 하나씩 채워 넣었다.
그렇게 다시 심사신청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다가올 5차 임금교섭 준비를 위해 공문도 작성해 발송했다.
“부디 이번에는 회사가 제대로 된 입장을 내놓기를…”
간절히 기도했다.
9월 17일~19일, 간부들과 함께한 워크숍
화학연맹 서울지역본부 간부 워크숍.
우리 노동조합은 처음으로 근로시간면제를 활용해 나를 포함, 총 여섯 명의 간부가 참석했다.
간부 역량을 끌어올리고 교류 속에서 개선점을 찾을 수 있다는 기대감.
그러나 한편으로는 부담도 있었다.
“내가 빠지면, 누군가 내 자리를 메워야 한다.”
간부들의 말 속에 무거움이 스며 있었다.
그럼에도 노동조합의 발전을 위한 길이기에,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김포공항으로 향하는 길, 당황스러운 기사를 접했다.
9월 16일, 계열사 동양이 임금교섭을 회사에 위임했다는 보도자료.
사전 연락도, 공유도 없었다.
우리 교섭은 여전히 공회전인데, 계열사는 ‘노사화합’이라니.
간부들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이미 지난 일을 탓할 수는 없다.
“다음 주 교섭에서 분명히 입장을 밝히자.”
애써 내부 단속을 했다.
비 내리던 서울을 떠나 제주에 도착하니, 하늘은 맑았다.
묘하게 마음이 가벼워졌다.
워크숍 현장.
다른 조합 간부들과 처음 어울리는 우리 간부들은 어색해했지만, 이내 녹아들었다.
여러 노동조합의 위원장님들과 간부님들이 따뜻하게 맞아주셨다.
작년 나 혼자 느꼈던 그 따스함을, 이제 우리 간부들도 함께 느끼는 순간이었다.
앞으로 꼭 갚아나가야 할 따스함이 이렇게 쌓여간다.
교육 일정 중에는 제주 4·3 사건 강의도 있었다.
몇 년간 이어진 학살과 탄압, 그리고 수십 년간 말조차 꺼낼 수 없었던 역사를 배우며 마음이 저렸다.
지금 우리가 겪는 부당함이 아무리 크다 해도, 그에 비하면 너무 작은 고통처럼 느껴졌다.
그렇게 2박 3일 동안 우리는 배려받는 법, 연대하는 법을 배우고 돌아왔다.
노동조합이 더 큰 길을 향해 나아가기 위해 꼭 필요한 시간이었고,
이제는 혼자가 아니라 간부들과 함께 그 길을 걸을 수 있음이 감사했다.
이번 워크숍은 앞으로 노동조합과 회사가 상생으로 나아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첫걸음이었다.
우리는 그 출발점에서 역량강화라는 가장 기본적이지만 소중한 시작을 열었다고 자평한다.
9월 20일~21일, 오로지 휴식
빡빡했던 2박 3일.
몸도 마음도 녹초가 됐다.
주말 동안 가족에게 미안할 만큼 늘어져 쉬었다.
다음 주 또 바쁜 일정이 기다리고 있기에, 충전이 필요했다.
휴식은 곧 투쟁의 힘이다.
이렇게 또 한 주를 버텼다.
이 기록은 노동존중사회를 위한 노동자의 기록이며, 모든 연대를 환영합니다.